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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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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기우제 수사’ 천둥도 안 쳤다…뇌물 800만달러 소명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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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부족·혐의 소명 실패…무리한 수사 비판 직면

‘이재명 범죄’ 단정하듯 말한 한동훈 비판도 거세져


한겨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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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검찰의 집중 수사를 받아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이 ‘본류’ 사건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며 증거인멸 우려 또한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이 대표를 겨냥한 전방위적 수사를 벌여온 검찰은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이 가장 뼈아플 지점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등 ‘본류’ 사건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법원이 판단한 부분이다.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새벽 백현동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관여가 있었다고 볼 상당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피의자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도 검찰 입장에서 치명적인 지점이다. 오랜 기간 이 대표를 향한 전방위적 수사를 벌였음에도 ‘이 대표가 연루됐다는 직접적 증거가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 셈이기 때문이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혐의가 소명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쌍방울 쪽이 북한에 지급한 800만 달러는 경기도와 무관하다’, ‘대북사업 추진 과정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이 대표 쪽 주장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졌다고 해석 가능한 지점이다.

앞서 검찰 관계자는 21일 “무거운 형이 예상된다”며 구속영장 청구 사유를 밝혔는데, 유죄 입증 전 단계인 ‘혐의 소명’부터 막혀버린 모양새가 됐다.

‘증거인멸 우려’ 부분에 있어서도 검찰은 치명타를 입게 됐다. 우선 법원은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며 이 대표의 ‘증거인멸 전력’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이화영 진술 관련 피의자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 의심 정황이 있지만 피의자가 직접 개입했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다’며 ‘진행되는 증거인멸 우려’는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야당 대표의 영향력’을 근거로 향후 증거인멸 염려가 크다고도 주장했지만, 유 부장판사는 되려 ‘공적 감시 대상’이라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검찰 주장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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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한동훈 법무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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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검찰은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대표를 겨냥해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특수부 검사들을 대거 동원해 수사를 진행했지만, ‘증거 부족’·‘혐의 소명 실패’라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표 증거인멸 우려 강조를 위해 넣은 위증교사 혐의만 소명을 인정받고 정작 힘을 쏟은 ‘백현동 사건’과 ‘대북송금 사건’에서 혐의 소명에 실패한 부분이 특히 뼈아픈 부분이다. ‘압수수색이 376회에 달했다’며 이 대표 수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쪽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지난 2월 국회 부결로 법원 심사를 받지 못한 ‘대장동 사건’ 구속영장 청구의 정당성 또한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 대표 범죄를 단정하듯 말한 한동훈 장관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21일 한 장관은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며 “대규모 비리의 정점은 이재명 의원”, “민주법치국가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초유의 방식으로 증거가 인멸·조작되는 상황”이라고 밝혔지만 법원은 혐의 소명을 인정하지 않았다.

“수많은 인적·물적 자료”를 언급하며 ‘증거가 충분하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지만 법원은 ‘증거 부족’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을 중심으로 나온 ‘피의사실 공표’ 비판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대표 쪽도 ‘완벽한 승리’를 얻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원이 ‘위증교사 의혹’과 관련해서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표 혐의를 일정부분 인정했기 때문이다. 백현동 사건에 대해 “피의자 관여가 있었다고 볼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본 부분도 마찬가지다. 관련해 “증거가 부족하다”는 법원 판단을 근거로 검찰이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한 보강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증거인멸 우려’와 관련해 “이화영 진술과 관련해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정황”이 있다는 판단도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지점이다.

검찰은 구속영장 기각 뒤 “앞으로 보강수사를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실체 진실을 규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6월 박영수 전 특검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낸 입장문과 달리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구속영장 재청구 없이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진행하겠다고 해석 가능한 부분이다. 다만 정기국회가 끝나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이 필요 없는 12월9일까지 보강수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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