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기로서 극적 생환…檢에 일격
‘사법 리스크’ 덜고 당권 재정비 속도
영장심사서 ‘증거인멸 우려’ 적극 반박
친명체제 공고, 비명 압박 수위도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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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상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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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구속 위기에서 극적으로 탈출했다.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로 리더십에 타격을 입고 구속 기로에 섰던 이 대표가 구사일생으로 생환하면서, 자신에게 제기돼 온 ‘사법 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고 민주당 당권을 재정비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자신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거듭해 온 검찰에 일격을 날린 만큼 향후 윤석열 정권에 대한 공세 수위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지난 18일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피의자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21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영장심사가 진행됐다.
이 대표 영장심사는 전날 오전 10시7분께부터 오후 7시24분까지 9시간17분 간 이뤄졌다. 이는 1997년 제도 도입 이후 두 번째로 긴 시간으로, 역대 최장 기록은 지난해 12월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당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의 영장심사로 10시간6분이 걸렸다.
영장 기각이 발표된 이날 새벽 2시26분께까지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다섯시간 가량 대기하던 이 대표는 직후 곧바로 석방되게 된다.
민주당은 “사필귀정”이라고 법원 판단을 환영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새벽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이 발표된 직후 낸 논평에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의 무도한 왜곡·조작 수사는 법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면서 “이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비열한 검찰권 행사를 멈춰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야당 탄압에만 몰두하며 민생과 경재를 내팽개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이었음이 명명백백해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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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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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영장심사에서 검찰과 이 대표 측은 오전에는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배임 혐의를, 오후에는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관련 뇌물 혐의와 위증교사 혐의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특히 증거인멸 우려 등 이 대표 구속 필요성을 두고 양측이 팽팽히 맞섰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이 지난 7월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접견해 이 대표에 불리한 진술을 번복해달라고 요구한 당시 녹음 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하는 등, 이 대표가 구속되지 않을 경우 증거 인멸과 회유 시도가 계속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 대표 측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 번복은 강압 수사에 의한 것이라면서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두 검찰청이 1년 반에 걸쳐 광범위한 수사를 해서 인멸할 증거가 없다고 맞섰다.
이 대표는 장기간 단식으로 몸이 쇠약해진 상태인데도 판단 근거를 제시하라고 직접 따져 묻는 등 검찰 주장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최후 진술에서도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 돼 (대장동·백현동 개발 등) 공적(公的) 개발을 추진한 이후 세상의 공적(公敵)이 된 것 같다. 하루도 빠짐없이 검찰 수사가 이어지는 것이 억울하다”며 “(정치를 하며) 한 푼의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이 대표 측 박균택 변호사가 전했다. 구속 여부에 정치적 명운이 달린 만큼 직접 항변에 나서며 검찰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영장이 기각되면서 이 대표는 장기간 단식으로 인한 회복 치료를 마무리한 뒤 당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그의 발목을 잡아 온 사법 리스크의 최정점에서 생환하며 향후 정치적 행보에 탄력을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 대표가 당내에서 이전보다 더욱 선명한 ‘친명(친이재명) 체제’를 완성해 당 장악력을 끌어올려 총선까지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이다.
원내지도부 역시 비명(비이재명)계 색채의 ‘박광온 체제’와 달리 친명 색채가 뚜렷한 ‘홍익표 체제’로 전환되면서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으로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치러 승리하겠다”는 일성을 밝혔다.
이 대표 복귀 이후 비명계에 대한 당 주류 세력의 압박 정도가 어느 정도일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앞선 체포동의안 가결 국면에서 격앙된 친명계는 가결 투표를 ‘해당행위’로 규정하고 징계 가능성을 거론해오고 있다. 비명계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공천 학살’ 공포감도 드리워진 상황이다.
다만 검찰의 구속영장 재청구나 불구속 기소 등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사퇴 요구 등 비명계 목소리가 지속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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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이 장시간 계속되는 가운데 26일 오후 이 대표 구속에 대한 찬·반 시위가 계속되는 서울구치소 앞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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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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