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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데 굶어죽는 나무늘보, 이상 기후가 원인? “장내 미생물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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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코스타리카의 숲에 사는 세발가락 나무늘보. 녹조류 덕분에 털이 녹색으로 보인다./세계자연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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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느린 동물로 알려진 나무늘보가 6400만년을 이어온 종의 생존에 위기를 맞았다. 뱃속에 먹이가 들었는 데도 장내 미생물이 줄어 영양분을 얻지 못해 굶어 죽는 사례가 발견됐는데, 이상 기후가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미국 CBS뉴스는 동물학자 베키 클리프를 인용해 “중미 국가 코스타리카에서 나무늘보 개체군 연구를 수행한 결과, 이들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질병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일부 나무늘보에게서 배가 불러도 굶어 죽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클리프는 “우리는 덥고 건조한 극단적 건기와, 춥고 비가 내리는 길고 극단적인 우기를 겪고 있는데 이건 나무늘보들이 생존하도록 진화된 환경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찾아낸 건 나무늘보의 뱃속에서 잎사귀를 소화하던 장내 미생물들이 추워지면서 죽어버린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 경우 나무늘보가 먹이를 먹더라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기력을 잃고 극도로 허약해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서식지가 무분별하게 확장되면서 나무늘보의 생존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나무늘보는 일생의 90%를 덩굴이나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채 지내는데 최근 들어 전깃줄을 잡았다가 화상을 입는 사례도 늘고 있다. 코스타리카 투칸 구조 목장에서는 수의사가 전기 화상을 입은 나무늘보를 치료하고 있다.

나무늘보는 위장에 능해 지구상에서 오랫동안 생존해왔지만, 이는 연구자들이 나무늘보 보존에 필요한 연구 데이터 수집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과학자들이 나무늘보를 관찰, 연구하기 위해선 맨손과 맨발로 나무를 기어 올라가는 등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클리프는 말했다. 코스타리카에는 전체 6종의 나무늘보 가운데 2종이 서식하는데 현재 멸종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무늘보의 생활 방식은 천적의 탐지를 피하고 가능한 한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나무늘보는 잎사귀 하나만 소화하는 데 한 달 내내 걸리며, 이는 움직임에 소비할 에너지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15년간 나무늘보를 연구해 루시 쿡은 “우리는 속도와 편리함에 중독된 나머지 놀라운 속도로 이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며 “우리가 나무늘보에게서 느림의 미학을 배운다면 이 아름다운 행성(지구)과 생명체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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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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