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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걸려도 ‘공무 연관성 모른다’…소방관 외면하는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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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 몸에 새겨진 재난] ④

지켜주지 않는 국가 ‘공상 불승인’



6월21일 오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진료대기실. 조호수(52)는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의학 용어로 가득한 보고서를 이해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검색까지 해봤지만, 독해가 쉽지 않았다. 곧 간호사가 조호수의 이름을 불렀다. 의사는 “일단 눈에 보이는 암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조호수가 “항암제를 매일 먹으니까 몸이 너무 힘들어서 네알씩 먹다가 하나로 줄였다”고 하니 “미세암이 남아 있을 수 있으니 항암제 용량을 줄이면 안 된다. 다시 네알 드셔야 한다”고 말했다.


조호수가 암을 인지한 건 2021년 2월이다. 요가를 하고 있는데 배에서 뭐가 만져지는 느낌을 받았다. 뻐근하면서 통증도 느껴졌다. 통증이 사나흘 지나도 사라지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소장암이라고 했다. 벌써 4기였고, 복막과 간에 전이가 됐다. 같은해 3월 1차 수술로 소장 일부를 절제했다. 9월에는 2차 수술로 간의 3분의 1을 잘라냈다. 빈혈이 심하게 왔고 피부도 벗겨졌다. 몸무게는 15㎏이 빠졌다. “암은 완치가 없어요. 재발하면 끝이다 싶은 절박한 마음이 생기죠. 병원 오기 일주일 전부터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조호수는 경북 봉화소방서 소속 소방위다. 22년차 소방관으로, 화재진압대원으로만 12년 정도 일했다. 같은 소방서에서 1년 정도 함께 근무한 곽영오 봉화소방서 명호119안전센터장은 조호수가 “평소 공사관계가 분명하고, 건강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런 조호수가 어쩌다 말기 소장암을 앓게 된 걸까.


조호수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유로 꼽았다. “119 상황실에서 오래 근무했어요. 한 번은 119 신고전화가 와서는 대뜸 ‘저희 어머니 잘 부탁한다’고 해서 ‘아, 이 사람 자살하려고 하는구나’ 싶어 안심시키려는데 갑자기 어머니 집 주소를 부르더니 ‘쿵’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살리지 못했죠. 본인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내겠다는 주취자들에게도 엄청 시달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