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배신자 청산” 압박하는 野… 법조계 “이재명 증거인멸 우려 높여”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李대표, 내일 구속영장 심사 출석

조선일보

길거리서 ‘李 영장기각 촉구’ 서명 받아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이 23일 오후 서울 지하철 시청역 근처에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하는 모습. 이들은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리는 26일까지 시민 100만명의 서명을 받아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26일)를 앞두고 친(親)이재명계와 강성 지지층은 ‘체포동의안 찬성 의원 색출’과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 제출’을 지난 주말에도 계속 추진했다. 법조계에서는 “구속영장을 기각하려는 민주당의 시도가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국민의힘 표에 얹어 당대표를 팔아먹은 것은 배신”이라며 “존재를 드러내 당당하게 심판받든지 끝까지 숨어 비굴하게 처신하라”고 했다. 같은 날 추미애 전 법무장관도 서울시청 일대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해 “민주당을 분열시키는, 국민을 배신하는 세력들을 청산한다면 민주당이 더 깨끗하고 건강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 친명계 원외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비명계 의원 5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해당(害黨) 행위자를 출당시키라”고 하고 있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이 대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맡은 부장판사가 한동훈 법무장관과 대학 동기라고 주장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결국 ‘개딸’들에게 좌표를 찍어 판사를 압박하려는 것”이라며 “영장을 기각하려는 의도이자 명백히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는 ‘사법 방해’”라고 했다. 민주당이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탄원서 제출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것도 법원 압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지난 18일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한 증거 인멸 우려’를 구속 사유로 제시했다. “현재 거대 야당의 대표로서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 또는 주위 사람들을 이용해 사건 관련자들을 압박·회유하거나 자신의 거짓 변명을 언론을 통해 공범들에게 알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증거 인멸을 실행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압박·회유 대상이 될 수 있는 주요 상대방은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이거나 하급자였던 공무원으로 증거인멸 요구를 쉽게 거절하기 어렵거나 서로 입을 맞추면 형사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로 증거 인멸이 용이한 상황”이라고 했다.

형사재판 경험이 많은 한 현직 판사는 24일 본지 통화에서 “민주당이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사람을 색출한다고 할 경우, 재판하는 입장에서는 이 대표나 민주당이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이 예상되는 증인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다른 판사는 “이미 증거 인멸 정황이 있는데도 추가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면 영장 발부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검찰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증거 인멸 정황을 영장 청구서에서 상세하게 밝혔다. 이 대표 측근 국회의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아내와 접촉해 민주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고 이후 민주당 소속 변호인이 선임된 뒤 “쌍방울이 방북 비용을 대납한 사실을 경기지사이던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의 이 전 부지사 진술을 번복하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는 것이다.

또 ‘백현동 아파트 특혜 개발 사건’ 관련 증거 인멸 정황도 영장 청구서에 포함됐다. “실제 (민주당) 동료 의원들이 (백현동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정진상씨를 면회하면서 ‘맘 흔들리지 말라’며 회유한 사실이 접견 기록에서 확인됐다”는 내용이다. 이후 정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다른 증인의 법정 증언에 대해 ‘검찰의 압박을 받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며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한 법조인은 “이 대표 관련 사건에서 민주당이 증거 인멸 시도로 보이는 행동을 했다가 구속영장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혐의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민주당 당사 압수 수색에 나서자 의원과 당직자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면서 압수 수색이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검찰이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법원은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한편 1987년 현행 헌법 시행 이후 국회에서 가결된 체포동의안은 모두 10건인데, 이 중 8건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박은태(14대), 민주당 강성종(18대), 민주당 박주선(19대), 통합진보당 이석기(19대), 민주당 박기춘(19대), 민주당 정정순(21대), 무소속 이상직(21대), 국민의힘 정찬민(21대) 의원 등 8명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 염려 등 이유로 구속됐다. 다만 새누리당 현영희(19대), 국민의힘 하영제(21대) 의원 등 2명은 영장이 기각됐다.

[양은경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