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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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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신고 들어오면 바로 출동, 원인 분석

시신 뿐 아니라 주변 환경 등 상황 살펴

故신해철 사건, 숨겨진 자료 찾아내기도

은폐될 뻔한 독살 사건, 단서 찾아 검거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서연미 아나운서
■ 대담 : 김진영 서울경찰청 검시조사관

◇ 서연미> 10년 차쯤 되면 남한테 할 말이 생긴다. 한 자리에서 10년 이상 밥 벌어 먹고 사는 갖가지 생활 속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보는 시간 <10년차>!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시신은 많은 것을 말해주죠. 오늘 소개해 드릴 분은 사건이 발생하면 낮이든 밤이든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사연 없는 죽음은 없다! 그리고 그 사연을 밝히는 게 본인의 일이라는 12년 차 김진영 검시조사관님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진영>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에서 근무하는 김진영 검시조사관이라고 합니다.

◇ 서연미> 영화나 드라마에서 과학수사대나 법의학자는 많이 봤는데요. 검시조사관은 조금 생소합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 김진영> 자연적인 죽음이든, 자살이든, 타살이든, 사망 종류에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요. 검시조사관은 사망 사건이 신고 들어오면 과학수사요원과 현장에 가장 먼저 가서 일차적으로 사인 규명을 하고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없는지 일차적으로 판단을 해서 수사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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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연미> 혹시 하얀 옷 같은 거 입고 가시는 건가요?

◆ 김진영> 그렇죠. 오염된 환경이 있을 때는 보호복 입고 현장에 임장하기도 합니다.

◇ 서연미> 지난 주 뉴스에서 봤는데 '영암 일가족 사망 사건'이 있었잖아요. 사람들이 창문에 핏자국 보고 신고를 했다는데 그런 현장에 과학수사대랑 함께 가는 거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 김진영> 맞습니다. 사망 사건이 일어났을 때 현장 가서 '왜 돌아가셨을까? 사인이 무엇일까?' 일차적으로 추정해서 범죄 혐의점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 서연미> 매일 시신을 보는 것이 사실 좋은 환경이라고는 볼 수 없잖아요. 매일같이 시신을 보고 만지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 김진영> 보통은 살아가면서 직접적으로 돌아가신 분을 보는 경우가 자기 부모님 외에는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검시조사관 같은 경우는 근무 때도 몇 구씩 보니까 특별한 감정이 드는 건 아니지만 그런 건 있을 것 같아요. 자연적인 죽음은 어쩔 수 없지만요. 자살이든 타살이든 사회 이면을 볼 수 있는 죽음을 볼 때는 안 봐도 될 사건, 못 들어도 될 이야기를 접할 때는 안타까운 부분도 있고 가끔 감정 이입이 될 때도 있어요.

◇ 서연미>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이 있으신가요?

◆ 김진영>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은 의료사고 임장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임장을 하고 부검까지 참가하면서 의사가 했던 말들과 반대되는 의견을 내고 제가 경험했던 것과 다른 것을 찾아냈고요. 또 현장 압수수색을 통해서 의사들 또는 의료진들이 숨겨놓은 동영상, 사진을 찾아냈어요. 제가 직접적으로 사인을 밝힌 건 아니지만 사인을 밝힐 수 있도록 역할을 했던 사건이었는데요.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故 신해철 사망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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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연미> 일하면서 겪는 정신적인 트라우마 같은 것들도 있으신가요?

◆ 김진영> 정신적인 트라우마는 특별히 없는 것 같아요. 직업적으로 받아들이는 면이 많이 크고요. 단 그런 건 있습니다. 현장에 가면 과학 수사 요원들, 담당 형사님들도 대부분 어느 정도 사인은 파악할 수 있거든요. 간혹 제 의견과 현장 관계자분들의 의견이 다를 때가 있어요. 100건 중에 1건, 2건 정도 그럴 때는 저도 굉장히 긴장되죠. 맞았으면 정말 다행이고 틀리면 직업적으로 저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

◇ 서연미> 청취자 분께서 "얼마나 자주 현장에 나가시나요? 거의 매일 나가시나요?"라고 질문을 보내주셨어요.

◆ 김진영> 서울 같은 경우는 한 30여 명의 검시 조사관이 있는데요. 3교대 근무로 돌아가고 있고 3일에 한 번은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근무 때마다 평균 5건에서 10건 사이 정도 사망 사건 현장을 출동하고 있습니다.

◇ 서연미> 그렇군요. 부검은 시신 몸속을 샅샅이 볼 수 있는 데 반해서 검시는 겉만 보게 되잖아요. 비교적 깨끗한 시신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좀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깨끗한 시신 속에서도 알아챌 수 있는 것들이 있나요?

◆ 김진영> 그렇습니다. 모든 사망 사건을 다 부검할 수 없기 때문에 검시조사관들이 현장에 가서 부검의 필요성이 있는지 파악을 하는데요. 일단 사람이 사망하면 사후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사후 현상들도 보고 초기 발견 당시 자세, 또는 유족들의 진술과 비교해서 맞지 않는 부분들을 확인합니다. 그 부분들이 이해가 안 되면 형사에게 수사를 권유 한다든가 부검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처음 현장을 보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죠. 정보가 그만큼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해야 하는 거니까요.

◇ 서연미> 제일 먼저 가서 보시는 게 뭐예요?

◆ 김진영> 검시조사관 같은 경우는 시신을 더 집중적으로 보는 것뿐이고 주변 현장 상황도 다 봅니다. 주변에 무엇이 있었는지. 예를 들어 범죄 사건이라면 범행 도구가 있는지 아니면 무슨 약이 있는지 파악하고 마지막으로 시신을 보면서 주변 상황하고 맞는 부분이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해서 사연을 도출합니다.

◇ 서연미> 자세를 보고 진술도 들어보고 깨끗한 시신이어도 찾아볼 것들이 굉장히 많군요.

◆ 김진영> 보통 '시신이 말을 한다'고 표현하는데요. 자세라든지 아니면 사후 현상이라든지요. 그런 것들을 보고 검시조사관은 유족들의 진술하고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파악하는 거죠.

◇ 서연미> 원래는 전공이 완전 다른 분야라고 들었는데 어떤 과를 전공하셨어요?

◆ 김진영> 고등학교 바로 졸업하고는 전자전기공학과를 전공했고요. 이후에 삼성 그룹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결혼을 했어요. 당시 아내가 간호사였는데 간호사 생활을 보면서 '저것도 의미있는 일이겠구나' 그때 당시에 젊었으니까 '저것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간호대를 갔고요. 병원에서 또 열심히 근무하다가 주위에서 "경찰청에서 간호사 출신 검시조사관을 뽑는다는데 한번 지원해 볼래?" 그래서 우연히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해서 지금까지 검시조사관으로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 서연미> 분명히 지나온 경력들이 지금 하는 일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공대, 간호사 이력이 지금 일할 때 도움이 되나요?

◆ 김진영> 많이 됩니다. 간호사 같은 경우엔 현장에 갔을 때 지병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사인을 판단하는데 그 지식을 활용하고요. 공대 경력은 현장 가서 컴퓨터를 뒤질 때 많이 활용하는데요. 故 신해철 님 사망 사건 같은 경우도 병원 압수수색을 갔는데 저희가 컴퓨터를 확인하게 됐어요. 제가 병원 시스템, 의료정보 시스템을 다룰 줄 아니까 검색해서 자료들도 찾게 됐고요. 그 자료가 외부 서버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제가 공대 출신이다 보니 컴퓨터를 다룰 줄 아니까 그런 부분을 확인하는 건 분명히 좋은 것 같습니다. 유서도 컴퓨터에 저장해 놓는 경우들이 많이 있거든요. 현장 가면 제가 가장 먼저 찾아냅니다. 그런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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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연미> 아니 당시 故 신해철 님 사망했을 때 저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안타까워했을 만큼 충격적이었던 게 기억이 나요. 그래서 수술방에 계셨을 때 경험이 의료 과실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던 것 같은데요. 검시관님의 판단으로 묻힐 뻔한 사건이 드러난 게 한둘 일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 김진영> 여러 개 있습니다. 간단히 한 개 정도만 소개하자면 6~7년 전 새벽에 사건이 일어난 걸로 기억하는데요. 40대 여성이 특별한 지병 없이 갑자기 집에서 사망해서 병원으로 실려 왔는데 사인 미상으로 경찰에 신고가 된 건이었어요. 가서 물어보니까 특별한 지병도 없었는데 병원에서 검사하는 과정 중에 제가 알고 있는 상식하고는 다른 사후 현상을 입술에서 관찰하게 됐어요. 제 느낌에는 멍이 든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자살일 수도 있고 타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은 담당 형사님들한테 "집에 가서 확인하자. 단순한 내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건 아닌 것 같다"고 강력히 주장해서 집에 갔는데요.

가서 보니까 소주병이라든지 베갯잇에 피를 토한 흔적이 관찰되었고요. 또 집안 분위기가 안 좋았어요. 단순 자살이라면 보통 안타까워하는데 누군가를 비난하는 모습이 관찰되었고요. 종합적으로 봤을 때 "이건 자살보다는 타살일 가능성이 높겠다." 싶어서 강력히 부검을 권고했고 아니나 다를까 바로 그다음 날 부검했는데 청산가리 중독으로 나왔거든요. "혼자 먹었을 수도 있지 않았겠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이제 거기까지가 제 역할이죠.

일단은 단순 내적인 사망으로 몰아갈 수 있는 것을 "아니다 이건 다르게 생각해야 된다"고 권고해서 부검까지 왔고요. 그다음 "청산가리를 왜 먹었냐?"부터는 수사이기 때문에 형사님들이 판단하시는 건데요. 형사님들이 관계자 진술, 가족 진술, CCTV 확인을 해서 몇 달간 수사를 진행했죠. 그래서 결국은 범인을 잡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서연미> 그래서 누가 살해한 거예요?

◆ 김진영> 돌아가신 분의 남편에게 내연녀가 있었는데요. 그 내연녀가 돌아가신 분하고 알고 지내던 사이여서 같이 술 한잔 하다가 소주에 청산가리를 탄 걸로 최종 결론이 났어요. 그분은 징역형을 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서연미> 검시조사관님 아니었으면 억울함이 밝혀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네요.

◆ 김진영> 저는 수사의 방향을 조금 튼 거고요. 수사한 분들이 더 열심히 하신 거니까요.

◇ 서연미> 그리고 올해 4월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남 납치 살인 사건'에도 참여하셨다면서요?

◆ 김진영> 워낙 다급한 상황이었어요. 경찰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추적했지만 범인들이 일반적인 납치 사건하고는 다른 방법으로 납치를 시도하고 암매장까지 해서 찾기 힘들었어요. 암매장 위치도 수색견을 동원해서 찾았거든요. 암매장 현장 가서 흙을 조금씩 파내면서 시신을 꺼냈는데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 서연미> 마지막으로 '10년차' 코너에 나오는 분들께 꼭 하는 질문인데요. 일하시면서 가장 잘했다 하는 순간은 언제였어요?

◆ 김진영> 100건이 있으면 한 건 정도가 저와 현장 관계자분들의 의견이 달라요. 그런데 현장 관계자분들과 다른 의견이 맞았고 좋게 해결됐을 때 가장 뿌듯한 것 같습니다.

◇ 서연미> 네. 여기까지,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노력하시는 김진영 검시조사관님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진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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