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의 입장문은 강성 지지층의 당내 반란 표 색출 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이들은 명확한 부결 입장을 밝히지 않은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살생부에 올리고 문자와 전화를 돌리며 무슨 표를 던졌는지 추궁했다.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당원들이 나서서 누가 해당 행위를 했는지 밝힐 것”이라며 색출 작업을 두둔했다. 한 최고위원은 가결표 던진 의원들을 ‘친일파’에 빗대기도 했다. 색출 바람을 못 이긴 의원들이 “부결 표를 던졌다”고 밝히고, 한 의원은 ‘부’라고 적은 투표용지 촬영 사진을 공개했다.
전날 체포 동의안 가결 후 열린 민주당의 심야 의원 총회는 거의 아수라장이었다.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가결의 불가피성을 설명하자 야유와 폭언이 쏟아졌고, 다른 의원이 발언하려 하자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어딜 나서느냐”며 욕설을 했다. 험악한 분위기 속에 박광온 원내대표는 떠밀리듯 사의를 표했다. 민주당은 체포 동의안 부결 투표를 당론으로 정한 적도 없다. 그런데 이재명계가 자신들의 뜻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해당 행위로 규정해 엉뚱한 사람을 사퇴시켰다.
현재 이 대표가 연루된 비리 사건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과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등 10개가 넘는다. 민주화 투쟁 등 전통 야당의 과거와는 전혀 다르고 민주당과도 상관없는 지방자치단체장 개인 비리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 대표 방탄 정당이 돼 역사와 전통의 민주당 명성에 먹칠을 계속해 왔다.
대선 후 이 대표의 정치 활동은 자신의 구속을 막는 것 하나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압도적 국회 의석으로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 전체가 동원되며 정상적 정치를 실종시키고 국정까지 왜곡 마비시켰다. 민주당은 68년 역사를 가진 정당이다. 세 차례 집권했다. 그런 당을 이렇게 만든 사람은 ‘당이 부족하다’며 자신의 책임은 회피하고, 아무 책임 없는 사람들이 사퇴했다. 지금 민주당에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일은 찾아볼 수가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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