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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시 전 3분씩… ‘마음 챙김 명상’으로 학폭·우울증 줄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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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동고 1·2학년생들 “감정 조절, 집중력 향상에 도움”

“눈을 감고, 마음에서 어떤 생각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찰해봅니다. 도로 위 차들을 바라보듯이 생각들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봅니다.”

지난 14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구 중동고 1·2학년 교실에 잔잔한 음악과 함께 안내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자습하던 학생들은 책을 집어넣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3분간 명상에 잠겼다가 눈을 떴다. 매주 화·목요일 아침 1교시 시작 전 반복하는 모습이다.

조선일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동고 학생들이 눈을 감고 안내 방송을 따라 '마음 챙김 명상'을 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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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고는 2년 전 ‘마음 챙김 명상’을 도입했다. 명상 프로그램 개발 업체에 의뢰해 학생들을 위한 명상 안내 방송을 만들었다. ‘감정 알아차리기’ ‘수업 전 나른함을 깨워주기’ ‘생각 지켜보기’ 등 10개 주제로 돌아가며 명상을 한다. 이명학 중동고 교장은 “학교 심리 검사에서 약 10% 학생이 불안·우울 증세를 보였다”며 “입시 경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이 감정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학생들 반응이 시큰둥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조금씩 명상 효과를 체감하면서 참여도가 점점 높아졌다. 1학년 김경환(16)군은 “등교 직후 시끌벅적한 아침 시간을 조용하게 보내는 것만으로도 집중력이 올라간다”며 “평소엔 나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없는데,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명상 방송 파일을 다운받아서 등하굣길에 듣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1학년 담임 장수현 교사는 “명상이 끝난 다음에는 학생들에게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물어보면서 함께 명상의 의미를 되짚어본다”며 “명상을 시작한 이후 반 분위기가 차분해졌다고 말하는 선생님이 많다”고 했다.

‘마음 챙김 명상’은 원래 불교 수행법 중 하나다. 하지만 종교를 떠나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미국 등 해외에선 정규 수업에 마음 챙김 명상을 도입한 학교들이 적지 않다.

국내 학교도 명상 시간을 들여오고 있다. 올해 대구교육청은 교육청 차원에서 ‘명상’을 도입했다. 코로나 이후 고립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12개 시범 학교에서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15시간씩 ‘마음 학기제’를 운영한다. 발달 단계상 심리 변화가 큰 나이라는 점을 고려했다. 이와 별개로 초·중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하루 5분 마음 챙김 명상’ ‘긍정적으로 말 바꿔 이야기하기’ 등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시범 학교인 월암초는 전교생이 일주일에 2번씩 수업 시작 전 ‘5분 명상’을 하고 있다. 학년별로 담임 교사와 함께 운동장을 걸으면서 명상을 하거나, 간단한 요가 동작을 따라 하며 호흡에 집중하는 ‘놀이 명상’을 한다. 대구교육청은 시범 학교 성과를 보고 2025년엔 전체 초등∙중학교로 명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교육부의 ‘학교 폭력 예방 선도 학교’ 200여 곳은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명상이 대표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명상은 학생 정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명상 수업 도입을 원하는 학교에는 교원 연수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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