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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文이 올린 前정부 고용성과 보고서...고용부, 4쪽 자료 만들어 정면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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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빌딩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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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 정부 통계가 조작됐다’는 감사원 발표에 대한 반박으로 내세운 좌파 성향 민간 연구소의 보고서에 대해 현 정부가 ‘내용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자료를 만들어 여당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 전 대통령은 ‘전 정부 고용·노동 정책이 효과가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는데, 현 정부가 ‘사실과 다르다’며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22일 본지가 입수한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정책 평가 보고서 주요 내용 반박’ 자료에서 정부는 “고용율 지표는 문 정부 고용정책의 성과라고 할 수 없고, 비정규직 규모는 계속 늘었으며, 최저임금 인상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고, 중대재해처벌법은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자료는 고용노동부가 최근 국민의힘 요구로 작성해 여당에 제출한 것으로 A4용지 4장 분량이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15일 ‘전 정부가 집값·소득·고용 통계를 조작했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틀 뒤인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노사연) 이사장이 작성한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정책 평가’ 보고서를 첨부하며 “고용율은 사상 최고였고, 비정규직 비율이 감소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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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문 정부의 고용·노동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보고서가 첨부돼 있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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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료는 문 전 대통령이 공유한 노사연 보고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노사연 보고서는 “2017년 60.8%였던 고용률이 2022년 62.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실업률은 3.7%에서 2.9%로 떨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고용률은 인구구조 변화로 추세적으로 증가세에 있을 뿐 정부 정책효과 때문이 아니며, 오히려 생산가능 인구 중 핵심 연령층인 15~64세 취업률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7~2022년 0.05%로 역대 최저였다”고 반박했다. 이어 “취업자 증가는 대부분 재정지원 일자리 때문이었고,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력은 미흡했으며 청년 등의 체감 고용상황은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 제로(0) 정책으로 비정규직이 줄었다’는 노사연 보고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정부는 “전체 비정규직 규모는 2017년 32.9%에서 2022년 37.5%로 오히려 증가했다”며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사태 등 사회적 갈등이 초래됐다”고 했다.

노사연 보고서는 “집권 초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 비중과 임금불평등을 축소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실제 근로자의 노동소득 증가율은 문 정부 시기 -0.4%로 오히려 감소했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2018~2019년 취업자수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고 했다.

노사연 보고서는 또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2017년 964명에서 2021년 828명으로 감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안(일명 김용균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전 정부의 성과로 들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뒤 법이 적용되는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고사망자는 오히려 늘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효과가 불확실하며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법 논의 후 1달 만에 입법됐다”고 했다.

노사연의 보고서는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작성했다. 애초 작년 12월 말 출간된 ‘문재인의 약속-대통령 문재인이 이루고 싶었던 대한민국은 얼마나 실현됐을까?’라는 책에 포함된 내용이었는데, 업데이트한 것이다. 노사연은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 하루 전날인 지난 14일 해당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 저자인 김유선 노사연 이사장은 대표적인 소득주도 성장 예찬론자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출신 인사로 소득주도 성장 설계자인 홍장표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 후임으로 2020년 12월부터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여당 관계자는 “부동산 통계 불법 조작 등이 불거진 와중에 고용 분야만 따로 떼내어 반박한 것에는 통계 조작 문제를 정책 평가 문제로 물타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노사연 보고서도 내용이 자화자찬이고 허점이 너무 많다”고 했다.

[곽래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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