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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친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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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방문을 환대하던 미국 의회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21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이 개전 이후 두 번째로 미 의회를 찾았으나 최근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둘러싸고 여론이 악화된 점을 의식한 듯 미 의회는 냉랭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공화당은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젤렌스키 대통령을 추궁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의 미 의회를 찾아 상·하원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를 만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요청한 240억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 처리를 호소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양당 상·하원 지도부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떠들썩하게 환영하지 않고 차분한 태도로 맞이했다. 상원에서는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의원들과의 비공개 면담이 진행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회 연설 요청을 거부한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개별적으로 만났다.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으로 의회를 찾은 지난해 12월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당시 미 의회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대접하며 그에게 상·하원 합동 연설 기회까지 부여하는 등 극진히 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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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냉랭해진 이유는 자국에서 갈수록 누적되는 우크라이나 지원 피로감이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총 750억달러(약 100조원) 이상의 군사·재정·인도적 지원을 실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데다 최근 개시된 우크라이나의 반격 작전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을 해선 안 된다는 여론이 우세해지고 있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미 의회의 달라진 태도를 체감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비교적 호의적인 상원의원과 진행한 비공개 면담에서 그는 "우리가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전쟁에서 패배할 것"이라며 지원안 처리를 호소했다. 하지만 실제로 예산 지원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하원에서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절감한 듯 보였다.
NYT에 따르면 매카시 의장은 이날 면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승리를 위한 전략의 유무, 지원받은 무기의 활용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 물었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면담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의회가 추가 지원안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소모전으로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과 공동 운명체로 묶인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주요 7개국(G7) 및 다른 파트너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장기 안보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공식화한다"고 밝혔다. 또 총 3억2500만달러 규모의 신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패키지를 발표하며 에이브럼스 전차가 다음주부터 우크라이나에 인도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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