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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내가 李 탄핵" 친명 "배신과 협잡"… 이미 심리적 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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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민주당 ◆

매일경제

심각한 표정 2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원해 있는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했던 민주당 의원 20여 명이 이 대표와 면담을 마치고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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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뒤 야당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친명(이재명)계'와 '비명계'는 서로를 향해 험한 말을 쏟아부으며 심각한 분열 양상을 보였다. 지난 대통령선거 이후 최악의 내부 갈등과 마주한 민주당은 그야말로 '쿠오바디스(어디로 가나이까)' 상황으로 내몰리는 모양새다.

특히 그동안 체포동의안 가결을 막기 위해 억지로 비명계를 품고 가려던 친명계는 "앞으로 함께하기 어렵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민주당 지도부 한 핵심 관계자는 22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더 이상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과 함께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들이 탈당하면서 당이 분열되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날 의원총회에선 가결표를 던졌다고 인정한 한 의원이 "내가 이재명을 탄핵했다"고 발언했다. 당시 친명계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기까지 했다. 이미 '심리적 분당'에 이른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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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계는 이날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향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제나라 국민이 제나라를 팔아먹었듯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자기 당의 대표를 팔아먹었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정적 제거, 야당 탄압 공작에 놀아난 건 용납할 수 없는 해당(害黨) 행위"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이 대표의 40년 지기인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자기 정치생명을 이어가려고 검찰에 당대표를 팔아먹는 저열하고 비루한 배신과 협잡이 일어났다"며 "반드시 엄중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적었다.

안민석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어제 상황은 가결파의 차도살인(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임)"이라며 "국민의힘을 빌려 이 대표를 제거하겠다는 것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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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니에요" 부결표 인증샷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무기명 비밀투표 원칙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때 자신의 명패와 '부'라고 적은 용지를 찍은 '인증샷'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원에게 보냈다. 연합뉴스


반면 비명계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퇴진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책임져야 할 사람은 가만히 있고 오히려 책임이 약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는 현상"이라며 "책임져야 될 사람이 이 대표를 비롯한 기존 지도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민 의원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 대표 본인이 아무 잘못이 없다고 했고, 검찰이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했으니 당당하게 대응하면 이 대표의 무고함을 입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선용할 수 있겠다"고 강조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당이 분열된다면 국민을 상대로 경쟁하면 될 것"이라며 "내부에서 싸울 게 아니라 '개딸당'과 '수박당' 중 누가 진짜 잘하는지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사실상 분당을 기정사실로 한 발언인 셈이다. 반면 비명계로 분류돼온 일부 의원은 지도부 사퇴 요구를 자제하며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가 하면 자신은 체포동의안에 반대했다며 '부결표'를 인증하는 모습도 보였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강성 당원의 사퇴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며 "나는 (체포동의안에) 부결표를 던졌다. 이런 말을 한들 믿어 주겠느냐"고 항변했다.

한편 당 지도부는 이날 의원 전원에게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당 일각에서는 탄원서를 제출하지 않는 의원들을 사실상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보고 색출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서동철 기자 /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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