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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그룹 소액주주연대 회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이화그룹주 거래 중지 해제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이번 집회에서 주주연대는 이화그룹 3사(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 상장 폐지 결정에 대해 개선 기간 부여 등을 촉구했다. 성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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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가 정지된 상장사의 지분을 모으는 소액주주들이 있다.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 또는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들이다. 지난 5월 거래가 정지된 이화전기는 소액주주들이 16%가 넘는 지분을 모아 최대주주 지분율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지분율을 늘려 거래정지 사태를 유발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고 경영쇄신으로 거래재개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는 이화그룹 3사(이화전기, 이아이디, 이트론), KH건설, 대유, 셀리버리, 삼목에스폼, 한송네오텍, 피에이치씨, 부산주공의 소액주주들이 모였다. 소액주주들은 “주주연대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회사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한국거래소는 부도덕한 소수가 아닌 선량한 다수를 위해 개선기간 부여해달라”고 주장했다.
이화전기 지분 16% 모은 주주연대
이날 집회의 중심이 된 것은 이화그룹 주주연대였다. 이화그룹 3사(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는 지난 5월11일 김영준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가 문제가 되면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돈이 묶인채 4개월이 지나는 사이 소액주주들은 지분 모으기에 나섰다. 소액주주연대는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으로 전자위임을 받거나, 사측을 상대로 ‘주주명부 열림 및 가처분’ 소송을 벌여 얻어낸 주주명부를 보고 주주들에게 우편물을 발송해 동의를 얻었다.
‘이화그룹 주주연대’라는 이름으로 뭉친 소액주주들은 지난 19일까지 이화전기 지분 16.07%를 모았다. 최대주주 지분율(18.97%)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이아이디와 이트론의 지분도 각각 16.40%, 9.43% 씩 모아 최대주주 지분율을 추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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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그룹 주주연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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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이화그룹 주주연대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지분 확보를 통해 소액주주들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독단적 경영에 대한 감시자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측이 보유한 지분율을 넘어서면 대량보유보고 공시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는 대주주로서 우리의 의지를 관철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주주연대는 한국거래소의 이화그룹 3사의 거래정지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도 지적했다. 거래소는 지난 5월10일 장 마감 후 3사에 김영준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조회 공시를 요구하고 거래를 정지했다. 3사는 혐의 금액을 줄여서 공시했고, 거래소는 조회 공시 요구에 답변한 순서에 따라 3사의 주식 거래를 재개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혐의 금액이 공시된 것보다 더 큰 것이 밝혀지자 거래소는 12일 다시 3사의 거래를 정지시켰다.
김현 대표는 “이화그룹 3사가 혐의 금액을 줄여서 허위공시를 했을 때 거래소도 금융당국도 걸러내지 못했다”며 “거래소도 속은 공시를 개인 투자자들이 무슨 방법으로 알아낼 수 있냐. 거래소가 거래정지라는 큰 권한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해 지고 있는 책임이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지난 1일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이아이디와 코스닥 상장사 이화전기·이트론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아이디의 경우 사측이 15영업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면 거래소가 20영업일 안에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한다. 이화전기와 이트론은 20영업일 이내에 열릴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한다.
공동보유약정 체결한 대유·셀리버리·KH건설
거래정지 종목의 지분을 모으는 소액주주들은 더 있다. 대표이사의 배임 혐의로 거래가 정지된 비료업체 대유의 소액주주들도 지난 5일 13.05%의 지분을 공동보유한다고 공시했다. 소액주주 372명이 모은 지분이다.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지난 3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셀리버리 소액주주들도 지난 15일 55명이 공동보유약정을 체결했다며 5.68%의 대량보유 공시를 했다.
KH건설의 소액주주들도 지난달 30일 135명이 공동보유약정을 체결했다며 5.33%의 대량보유 공시를 했다. 하지만 기업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의결권이 없는 상환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서 지분율이 다시 4%대(주주연대 자체 집계)까지 낮아졌다. 장원테크와 KH필룩스는 이달 14일과 15일 각각 보유하고 있던 상환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김형건 KH건설 소액주주연대는 “사측이 소액주주를 의식해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KH필룩스 측은 “기존 대주주 지분율이 극히 낮아서 거래정지 상태에서 겨영 활동을 원활히 진행하고자 상환전환우선주를 전환한 것이지, 소액주주 지분공시에 대응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KH건설은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지난 4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종목이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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