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이 자른 姜, 공영방송 복귀 첫 이사회서
“유시춘의 아들 마약 밀수 유죄 해명은 거짓”
柳 “법원이 神이냐”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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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유세단에 참여했던 유시춘 EBS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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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찍어내기’로 해직됐던 강규형 전 KBS 이사가 법원 판결을 받은 뒤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로 복귀해 맞은 첫 이사회에서 유시춘 EBS 이사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유 이사장이 과거 ‘아들 마약 밀수 거짓 해명’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이었다. 유 이사장은 유시민 전 복지장관의 누나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EBS 대회의실에선 제342회 EBS 이사회가 열렸다. 사흘 전 이사로 임명된 강 이사가 처음 참석한 이사회였다. KBS 이사였던 강 이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재직 시절인 2017년 말 ‘찍어내기’로 해직된 뒤, 문 전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소송에 승소해 지난달 28일부터 공영방송 EBS 이사직을 다시 맡게 됐다.
그날의 회의록을 보면, 강 이사는 의결 사항 논의가 끝나자마자 유 이사장에게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
그는 “유 이사장은 (EBS 이사장으로) 임명되고 나서 ‘아들이 무죄 받은 뒤 이사장이 됐다’는 발언을 했다. 거짓이다. (당시 유 이사장 아들은) 2018년 7월 이미 2심에서 유죄 징역 3년을 받고 구속 상태였다”며 “3심 확정 뒤인 2019년 3월 유 이사장은 ‘아들 마약 밀수 안 했다. 내가 범인 잡겠다’고 공언했다. 지금 4년 반이 흘렀는데, 유 이사장이 ‘범인 데려왔다’고 하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자신의 아들 유명 독립영화 감독 신이수(42)씨가 대마초 밀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드러나자, 2019년 3월19일 기자와 인터뷰를 갖고 “아들이 무죄를 받고서 이사장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신씨는 2018년 4월4일 1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7월19일 2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아 구속되고 10월12일 대법원에서 최종 3년형을 확정 받았다. 유 이사장이 EBS 이사장이 된 건 아들이 구속되고 2개월쯤 지난 뒤인 2018년 9월7일의 일이었다. 인터뷰에선 청와대가 이 사실을 알았지만 임명을 강행했다는 정황도 나왔었다.
강 이사는 “이건 국민 기망 행위다. 허위로 본인과 본인 가족 문제를 비껴나가기 위해 정말 엄청 잘못된 행위를 한 것”이라며 “여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왔다. 지난 5년간 편하게 살았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이런 위선과 허위의 거탑은 더 이상 EBS에 있어서는 안 된다. 본인의 입장과 거취 표명에 대해서 말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유 이사장이 “우선 난 대답할 의무가 없다. (말을) 주고받고 할 가치와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하자 둘의 고성 섞인 논박이 시작됐다.
유 이사장은 “1심이 무죄였고, 그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 지금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고, 강 이사는 “1심 무죄 된 건 아무 상관없다. 거짓말한 것에 대해 해명을 하라고 한 건데, 왜 또 본질에 벗어난 얘기를 하나. 지금까지는 그런 게 통했을지 몰라도, 이제는 통할 수가 없다. 창피해서 그런가. 해명하시고 거취 표명하라”고 했다.
유 이사장은 이에 “나는 해명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대답할 의무도 없다. 난 하늘이 준 양심에 비춰 하나도 부끄럼이 없다”며 “40년~50년 전 유죄를 받고 사형 판결된 사람이 40년~50년 뒤 무죄 판결 나는 것 봤을 거다. 사법부는 전지전능하신 신이 아니다. 더 이상 할 말 없다”고 했다.
유시춘 EBS 이사장이 지난달 14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민원실 앞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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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얘기 기록에 안남기려고? 柳 “끝나고 말하라”
두 사람은 이날 사퇴 요구에 관한 논쟁을 기록으로 남기느냐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EBS 안팎에선 이날 이사회를 앞두고 강 이사가 유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유 이사장은 이사회 시작 때 “신임 강 이사가 할 말이 많을 걸로 안다. 오늘 상정안건이 3건이나 돼서 간단히 인사말만 하고, 상정안건 처리 뒤 강 이사가 원하는 만큼 긴 시간을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의결 사항 논의가 끝나자 “오늘 의제 안건 3건과 관련해서 의견 있으면 말해 달라”고 했다. ‘안건과 무관한 발언은 하지 말라’는 뜻으로 들렸다.
강 이사는 “아까 시간을 충분히 준다고 하지 않았냐”고 따졌고, 유 이사장은 황급히 “아니다. 임원들이 업무에 복귀해야 되기 때문에 우선 오늘 상정 안건에 대해서 말을 해달라”고 했다. 강 이사가 이에 “시간 안 준다는 얘기냐”고 따지자, 유 이사장은 “의결 마치고 주겠다”고 버텼다.
강 이사는 “아니다. 신상발언과 긴급현안발언을 하고 (의결을) 마쳐야 된다. 기록에 남기기 위해서 지금 해야 한다”고 따졌다.
이에 유 이사장은 “상정안건에 대한 의결은 마치고 하는 게 옳지 않나?”라고 물었지만, 강 이사와 다른 이사들 역시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해서 결국 강 이사의 발언은 회의록에 담기게 됐다.
한편, 김유열 EBS 대표를 비롯 EBS 집행부 임원들은 강 이사 발언 전 회의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가 “집행부 관련 문제 아니면 집행부는 이석해도 될까요?”라고 묻자 유 이사장은 이사회에 동의를 구한 뒤 “그러라”고 했다. 강 이사는 집행부의 이석 과정에서 발언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제지 당했다. 유 이사장이 “집행부 이석 뒤 말하면 좋겠다”고 말해서였다.
[최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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