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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의 위성 유로파에서 물기둥이 분출되는 모습의 상상도. 과학자들은 2012년과 2016년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유로파 남극 근처에서 높이 160~200㎞의 물기둥이 솟구치는 장면을 포착했다./NA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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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에 장착된 근적외선 카메라(NIRCam)가 목성 위성 유로파의 표면을 촬영한 사진./NA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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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성의 위성에 있는 지하 바다에 탄소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탄소는 생명체의 필수 성분이라는 점에서 지구 밖에 또 다른 생명이 있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제로니모 빌리누에바(Gerónimo Villanueva) 박사 연구진은 22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제임스 웹(James Webb) 우주망원경으로 목성의 위성 유로파(Europa)의 표면에서 이산화탄소가 농축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 망원경이다. 2021년 크리스마스에 우주로 발사돼 이듬해 1월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착했다. 나사 연구진은 제임스 웹 카메라가 촬영한 유로파 표면 사진을 분석해 이산화탄소를 확인했다.
◇지하 바다에서 얼음 뚫고 나온 탄소
빌리누에바 박사는 “이번 발견은 예상을 훨씬 넘어섰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제임스 웹이 근적외선 카메라로 유로파의 표면 얼음을 촬영한 사진을 근적외선 분광 장치로 분석했다. 빛을 파장별로 분석하면 표면에 어떤 물질이 있는지, 온도는 얼마인지 알아낼 수 있다.
연구진은 특히 이산화탄소 얼음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2003년 나사의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Galileo)가 2003년 임무를 종료하기 직전 유로파를 지나면서 표면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탄소는 수소, 질소, 산소, 인, 황과 함께 생명체를 구성하는 6대 원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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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유로파. 맨 왼쪽은 근적외선 카메라(NIRCam)로 촬영한 유로파 표면이며, 다른 세 사진은 근적외선 분광기(NIRSpec/IFU) 관측 결과이다. 사진에서 흰색 픽셀은 타라 레지오로 알려진 대규모 혼돈 지형에 있는 이산화탄소이다./NA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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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유로파 표면에 있는 이산화탄소가 지하 바다에서 나온 것이라면 물에서 생명체가 탄생할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사이언스에 실린 두 번째 논문의 대표 저자인 미국 코넬대의 사만다 트럼보(Samantha Trumbo) 박사는 “탄소가 유로파 내부에서 나왔는지 아니면 유로파 밖에서 왔는지는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고 밝혔다.
사이언스에 실린 두 논문은 각각 따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이다. 연구진은 모두 유로파에서 지형이 뒤죽박죽 섞여 있어 ‘카오스 지형’이라고 부르는 ‘타라 레지오(Tara Regio)’에서 강력한 이산화탄소 신호를 발견했다. 이곳은 지질학적으로 젊은 지형이다. 아직 안정화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연구진은 표면 얼음이 갈라지면서 그 아래 바다와 물질 교환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트럼보 박사는 “앞서 허블(Hubble) 우주망원경도 타라 레지오에서 바다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소금을 발견했다”며 “같은 곳에 이산화탄소가 농축돼있다는 점에서 탄소가 내부 바다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트럼보 박사는 지난 2019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타라 레지오에서 소금인 염화나트륨을 관측했다고 발표했다. 나사 과학자들은 얼음이 갈라진 곳으로 분출된 바닷물에 들어있던 소금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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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목성의 위성 유로파 이미지. 7시 방향에 보이는 부분이 최대 높이 200㎞ 거대 물기둥이다. 2014년 1월 유로파가 목성 앞을 지날 때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유로파 표면의 실루엣 사진에 과거 갈릴레이 탐사선이 찍은 유로파 사진을 합성했다./NA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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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에서 바다 갖춘 오션 월드 1순위
유로파는 토성의 위성인 엔켈라두스(Enceladus)와 함께 태양계에서 바다를 간직한 ‘오션 월드(ocean world)’ 천체 1순위로 꼽힌다. 특히 다른 곳처럼 물을 살짝 얼린 슬러시나 얼음 상태가 아니라 생명체가 탄생하기에 충분한 온도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생명체가 탄생할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1990년대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는 유로파를 지나면서 자기력이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 전기가 통하는 액체가 있어야 자기력이 달라진다. 이를 근거로 과학자들은 유로파 지하에 수심 100㎞인 소금기를 띤 바다가 있다고 추정했다. 소금물은 전기가 잘 통한다. 과학자들은 2012년과 2016년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유로파 남극 근처에서 높이 160~200㎞의 물기둥이 솟구치는 장면을 포착했다.
빌리누에바 박사와 트럼보 박사 연구진은 표면의 이산화탄소가 표면 얼음층과 암석으로 된 핵 사이에 있는 바다에 녹아있던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유로파의 바다가 지구 심해의 열수분출구(熱水噴出口)와 같은 환경일 가능성이 크다. 1970년대 해양학자들은 심해저 화산지대에서 뜨거운 물이 분출되는 열수분출구를 발견했다. 햇빛도 들지 않는 곳이지만 그곳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살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지구 초기에 이런 곳에서 생명체가 탄생했다고 본다.
유로파와 엔켈라두스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과학자들은 목성과 토성의 중력 때문에 유로파와 엔켈라두스 내부 바다에 마찰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해저 온천이 생긴다고 본다. 이 온천수가 지표면의 갈라진 틈을 타고 물기둥으로 분출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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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 탐사선이 유로파에 근접해 관측하는 모습의 상상도. 뒤로 목성이 보인다. 유로파 클리퍼는 2030년 목성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다./NASS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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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유로파 26㎞ 상공 근접 탐사
과학자들이 우주에서 바다를 찾는 것은 액체 상태의 물이 있어야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은 수많은 물질을 녹이는 최고의 용매(溶媒)여서 생명체에 필요한 물질들을 제공할 수 있다. 또 물은 비열, 즉 물 1g을 1도 높이는 데 필요한 열량이 다른 물질보다 크다. 덕분에 생명체를 더위와 추위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물을 구성하는 산소와 수소는 에너지 흐름을 만들어내고 생명체의 뼈대가 되기도 한다.
태양계의 오션 월드는 규모에서 지구를 압도한다. 지구는 표면의 71%가 바다지만, 바닷물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지구 반지름이 6371㎞이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에 따르면 지구에 있는 물을 모두 합쳐 공으로 만들면 반지름이 690㎞에 지나지 않는다. 유로파는 반지름이 지구보다 훨씬 작은 1565㎞이지만 거기에 담긴 물공은 반지름이 880㎞로 훨씬 크다. 양으로 따지면 지구보다 두 배 이상이다.
미국은 태양계의 오션 월드에 잇따라 탐사선을 보냈다. 1987년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가 우주로 나가 2003년까지 임무를 한 데 이어, 지난 2011년 탐사선 주노(Juno)가 발사돼 2016년 목성 궤도에 도착했다. 주노 탐사선은 지난해 유로파 표면의 골짜기와 충돌구를 상세하게 관찰했다.
주노의 유로파 탐사 결과는 나사가 2024년 발사할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 탐사선에 유용한 자료가 된다. 클리퍼는 2030년 목성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목표는 유로파 표면 26㎞ 상공까지 접근해 고해상도 사진을 찍고 화학 성분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명체가 살 수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참고 자료
Science(2023),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g4270
Science(2023),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g4155
Science Advances(2019), DOI: https://doi.org/10.1126/sciadv.aaw7123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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