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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나노 성공 화웨이, 5나노도 가능? 중국 ‘반도체굴기’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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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화웨이의 최신 5G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가 중국 상하이의 한 매장에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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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보기술(IT)기업 화웨이가 7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칩으로 5세대(G) 스마트폰 자체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화웨이 사태’가 대표적이다. 중국 업체들이 미국의 촘촘한 제재망을 뚫고 시스템반도체부터 메모리 칩까지 설계와 생산 등에 상당한 기술 자립을 달성했다는 신호가 하나둘씩 잡히는 모습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중국의 기술 자립도가 올라갈수록 미국의 제재 강도도 높아져 ‘유탄’을 맞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화웨이가 이달 초 출시한 최신 5G 스마트폰 ‘메이트 60프로’를 자체 분석해 “화웨이가 자체 반도체 설계가 가능한 빅테크 기업들의 엘리트그룹에 합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이트 60프로에 탑재된 7나노미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칩 ‘기린 9000S’는 8개의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를 탑재했다. 이 중 4개는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설계를 바탕으로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지난 2020년부터 미국 제재로 인해 5G 칩을 해외에서 사올 수 없던 화웨이가 독자적인 기술 역량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된다. 화웨이는 메이트 60프로에 이어 중저가형 스마트폰 ‘노바’의 5G 버전도 이르면 오는 10월 출시할 예정이다.

5G칩 설계에는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관여했다. 하이실리콘은 AP칩 설계 외에도 감시카메라용 반도체 생산도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까지만 해도 하이실리콘은 세계 감시카메라용 반도체의 약 60%를 장악하고 있었으나 미국 제재 이후 점유율이 한 자릿수대로 추락했다. 로이터통신은 하이실리콘의 복귀가 “미국 통제를 벗어날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는 신호”라며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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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하원 청문회에서 반도체법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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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미국의 수출 통제로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가 들어갈 길은 막힌 상황이다. 하지만 화웨이가 AP 생산을 맡긴 중국 파운드리 SMIC는 네덜란드 ASML의 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아닌 이전 세대인 심자외선(DUV) 장비를 개조해 7나노 공정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반도체 전문지 EE타임스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전직 관계자 말을 인용해 “그들이 EUV 장비 없이 5나노 공정까지도 성공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해 세계를 긴장시켰다.

또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 업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YMTC가 미국 업체 ‘램리서치’의 생산장비를 대체하기 위해 자국 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을 받아 장비 국산화에 매진한 결과 국산화에 거의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회의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구형 장비로 생산된 SMIC 7나노 제품의 수율은 약 50% 정도로 추정된다. 둘 중 하나가 불량이라는 뜻으로, 수익 면에서 지속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수율이 낮은 만큼 SMIC는 칩을 비싸게 팔 수밖에 없는데 사 줄 곳은 화웨이 외에는 없을 것”이라며 “두 회사가 손실을 분담하다가 적자폭이 커지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도 전날 하원 청문회에서 “중국이 7나노 칩을 대규모로 제조할 수 있다는 어떤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내 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이 대중 견제 수위를 높이면 국내 반도체 회사들이 ‘불똥’을 맞을 수 있어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을 금지했다.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반도체법의 ‘가드레일 조항’도 조만간 공개한다. 이 조항에는 미국에서 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으로 우려 대상국인 중국에서의 반도체 생산능력을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약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20%와 낸드플래시의 40% 정도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기술 자립이 가시화될수록 한국 반도체 회사의 중국 공장에 대한 미국 측 제재가 강화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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