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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 “기후변화로 지옥의 문 열렸다”…탄소배출량 1·2위 미중, 연설자 초청 못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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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APF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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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인류가 “지옥의 문을 열었다”고 경고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목표 정상회의에서 “화석연료를 둘러싼 이익과 탐욕으로 인한 시간 낭비를 메우기 위해선 서둘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국가들과 화석연료 산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세계의 청정에너지 전환이 “수십년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류는 지옥의 문을 열었다”며 “인류의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 적극적인 행동 없이는 산업화 시대 이전에 비해 지구의 온도가 2.8도 높아지는 위험하고 불안정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 구테흐스 총장은 부유한 국가들이 204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고, 취약한 국가들에게 약속한 기후기금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최빈국들은 자신들이 아무 원인도 제공하지 않은 기후위기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 약속한 기금이 지원되지 않은 사실, 차입 비용이 치솟고 있는 사실에 분노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기후목표 정상회의는 올해 11월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를 앞두고 기후대응 노력에 속도를 붙이자는 취지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의 부대행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기후 정상회의에서 전 세계 탄소 배출량 1·2위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은 연설자로 초대받지 못했다.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세계 4대 탄소 배출국 중에선 유럽연합(EU)만이 연설자로 초대됐다. 한국도 연설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앞서 기후행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지도자들만 이 행사에서 연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NYT는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글로벌 리더들의 노력을 강조하고, 기후 정책의 발목을 잡는 이들에게 은연중에 수치심을 주기 위해 특별 정상회의를 소집했다”고 전했다.

리처드 고완 국제위기그룹 유엔 국장은 이를 두고 “누군가를 지명하지 않으면서 부끄럽게 만드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NYT에 따르면 이번 기후 정상회의 연설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100개 이상의 국가가 발언 요청을 하는 등 외교적 기싸움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탈석탄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많은 기후 기금을 제공했는지, 지금도 새로운 석유 및 가스 허가를 발급하고 있는지 등을 바탕으로 연단에 오를 자격이 있는 지 판단했다.

유엔 홈페이지에 공개된 연설자 목록에 따르면 서방에서는 독일·캐나다·스페인·아이슬란드 등, 중남미에서는 브라질·칠레, 콜롬비아·쿠바 등, 아시아에서는 태국·베트남·네팔·파키스탄 등이 이름을 올렸다. 또 세계은행·녹색기후기금 등 국제기구 대표자가 연설했고, 지역 단위로는 런던 시장과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초청돼 총 40명의 정상 및 고위급 관계자가 명단에 올랐다.

이번 정상회의 연설자로 초청된 유일한 미국 고위급 관계자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뿐이었다. 그는 수많은 기후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최근 거대 석유기업에 소송을 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화석연료기업들과 싸워왔다.

이날 가장 적극적은 행동을 촉구하며 눈에 띄는 연설을 한 사람은 칠레의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으로 꼽힌다. 그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화석연료 회사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기를 꺼려하는 국가들에 대한 끊임없는 압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국가들은 아예 정상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고, 이날 기후위기 대응을 새로운 구체적인 약속이 나오진 않았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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