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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갑질당했다…공정위, 브로드컴에 과징금 191억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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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기기 부품 공급 장기 계약 강제

타 업체와 협상하자 선적 중단 등 압박

뉴스1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로드컴 인코퍼레이티드 등 4개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 건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3.9.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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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이철 기자 = 삼성전자(005930)에 '갑질'을 한 혐의를 받는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에 과징금 191억원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브로드컴 등 4개사에 과징금 191억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한다고 21일 밝혔다.

제재 대상 회사는 △브로드컴 인코포레이티드(미국 본사) △브로드컴 코퍼레이션(미국) △아바고 테크놀로지스 인터내셔널 세일즈 프라이빗 리미티드(싱가포르) △아바고테크놀로지스코리아 주식회사(한국지사)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에 사용되는 최첨단, 고성능 무선통신 부품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진 반도체 사업자다.

생산물은 스마트기기에 필요한 무선통신 부품으로, RF프론트앤드(RFFE)와 커넥티비티 등이다.

당시 삼성전자와 애플은 프리미엄 스마트기기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었고 삼성전자 등은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기기에 탑재되는 최첨단, 고성능 부품의 대부분을 브로드컴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다 2018년부터 RFFE 관련 부품인 'OMH PAMiD'에서 경쟁이 도입되자, 삼성전자는 2019년 경쟁사업자 부품을 일부 채택해 브로드컴의 시장점유율 및 의존도가 일부 하락하기 시작했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가 경쟁사업자로 이탈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장기계약(LTA) 추진을 결정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대해 부품 구매주문승인 중단, 선적 중단, 기술 지원 중단 등 일련의 불공정 수단을 동원해 장기계약 체결을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브로드컴은 장기계약 협상을 앞두고 2020년 2월9일 삼성전자에 거래를 중단할 예정임을 전달했다. 또 2월12일 장기계약 첫 번째 협상에서 장래 삼성의 스마트기기 관련 부품들의 공급을 재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협상 개시 이후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의 구매주문을 받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RFFE의 장기계약은 물론 또다른 부품인 커넥티비티 부품도 장기계약 체결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브로드컴은 장기계약 대상 품목으로 커넥티비티 부품뿐만 아니라 RFFE 부품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전달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구매주문승인 중단이 지속돼 부담이 되자, 커넥티비티 부품에 대한 장기계약 체결에 동의하면서 일시적으로 구매주문을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의 요청을 거부하고 장기계약에 RFFE까지 포함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뉴스1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로드컴 인코퍼레이티드 등 4개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 건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3.9.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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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재차 RFFE 부품을 장기계약에 포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자, 브로드컴은 2020년 3월4일 협상을 중단했다.

브로드컴은 3월5일부터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모든 부품의 선적을 중단하고, 개발 및 생산단계에서의 기술지원과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RFFE와 커넥티비티 부품의 생산을 중단했다.

브로드컴은 23월10일 RFFE 부품 100% 탑재 또는 연간 8억달러 구매를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수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으나, 선적 중단 및 구매주문 미승인으로 인한 공급차질의 심각성을 우려해 3월27일 연간 7억6000만달러 이상 구매하는 장기계약에 서명했다.

브로드컴은 장기계약이 체결되자 즉시 부품 관련 제한조치(구매주문승인 중단, 선적 중단, 생산 중단, 기술지원 중단)를 해제했다.

한 위원장은 "삼성전자는 강제로 체결된 계약을 위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8억달러의 부품을 구매했다"며 "당초 채택했던 경쟁사 제품을 포기하고 브로드컴 부품으로 전환하거나 당초 구매 대상이 아니었던 보급형 모델에 브로드컴 부품을 탑재했으며 당장 필요하지 않은 다음 연도 물량을 미리 구매하기까지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2021년에 출시한 '갤럭시 S21'에 경쟁사업자 부품 선택을 포기하는 등 부품 선택권이 제한되면서 부품 공급 다원화 전략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됐다"며 "브로드컴의 부품이 경쟁사업자 부품보다 비싸기 때문에 단가 차이로 인한 금전적 불이익도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기계약으로 인해 브로드컴의 경쟁사업자는 제품의 가격과 성능에 따라 정당하게 경쟁할 기회조차 잃었다"며 "장기적으로는 부품 제조사의 투자 유인이 없어져 혁신이 저해되고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우려까지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동의의결 절차를 진행하던 중 공정위가 이를 기각하고 정식 심사로 전환한 사례다. 동의의결이란 사업자가 제안한 시정방안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조사 중인 사안이라도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브로드컴은 삼성전자에 대한 품질보증·기술지원 확대 등을 동의의결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 6월 브로드컴의 동의의결안이 삼성전자에 대한 피해보상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기각하고 정식 심의로 전환했다.

한 위원장은 "위원회는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거래질서 개선, 피해 보상을 도모하기 위해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결정한 바 있다"며 "더 나아가서 브로드컴이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시정 방안을 이행할 수 있게 해서 경쟁 촉진을 유도할 수 있는 측면도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브로드컴이 제시한 동의의결안은 거래 질서 개선 그리고 피해 보상이라는 부분이 충분하지 않아서 기각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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