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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국회가 헌법·민주주의 수호라는 이재명, 오히려 그 반대 아닌가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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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지지층 협박과
총선 공천 무기로
체포안 찬성표 막는 게
민주주의 위협이다


매일경제

지난 19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서가 접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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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을 검찰 수사로부터 지켜내는 게 헌법과 민주주의 수호라는 논리를 폈다. 어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서 그렇게 주장했다.

그의 논리를 요약하면 이런 식이다. ‘검찰은 국회 비회기 중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데 굳이 회기 중에 나에 대한 영장 청구를 했다. 국회에서 체포 동의안이 가결되면 민주당 분열, 부결되면 방탄 프레임에 빠트리겠다는 검찰의 꼼수다. 이는 검찰의 정치 공작이므로 헌법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국회는 위기에 처한 헌법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달라.’

나로서는 납득이 안 되는 논리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에는 의원들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달라야 한다. 같다면 그게 비정상이다. 그런 차이를 조율하고 통합을 이뤄나가는 건 민주 정당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더욱이 민주당은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원내 1당이 아닌가. 그런 정당이 검찰의 영장 청구 시점에 따라 당의 분열이 좌우된다면 이견을 조율하고 통합하는 민주 정당을 운영할 능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을까. 민주당의 민주주의가 그만큼이나 약해진 것인가.

실제로 지난 3월 이 대표에 대한 첫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을 때 강성 지지층에서 터져 나온 반응은 당내 민주주의가 약해져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비록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지만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한 표 더 많았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자들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에게 욕설 문자 폭탄을 보냈다. 이견을 폭력으로 입막음하려는 행태다. 이런 행태가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진정한 위협이다. 민주주의는 이견과 갈등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 이견을 힘으로 막겠다는 건 민주주의를 포기하자는 것이다.

검찰의 영장 청구가 민주당의 내부 분열을 낳는 칼날이 된 근본 원인도 따지고 보면 민주당의 취약한 당내 민주주의에 있다. 강성 지지층의 위협과 공천을 무기로 이른바 ‘비명계‘의 이견을 힘으로 누르고 있던 틈새를 검찰의 영장 청구가 비집고 들어간 것이다. 억눌려진 비명계의 목소리가 체포동의안 투표로 표출될 틈을 검찰이 만들어 준 것이다. 그 틈으로 이견이 표출되면서 당 내분이 격화될 상황에 이른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비명계를 위협해 체포동의안 가결을 억지로 막는 게 아니다. 비명계에 자기 의견을 표출할 자유를 줘야 한다. 강성 지지층의 위협과 협박으로부터 그들을 해방해야 한다. 공천을 무기로 그들의 표를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는 게 민주주의와 헌법 질서를 지키는 일이다. 이 대표 방탄에 의원들을 동원하는 건 그 반대다.

이제 이 대표는 결단해야 한다.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약속했듯이 스스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해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불체포 특권을 포기할 테니, 부담 없이 투표해달라고 해야 한다. 가결에 투표한 의원도 민주당을 아끼는 마음으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끌어안아야 한다. 그렇게 정도를 걸으면 당의 분열을 막을 수 있다. 당의 민주주의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 대표는 “검찰은 수사인력 수백명을 동원해 2년이 넘도록 제 주변을 300번 넘게 압수수색 하는 등 탈탈 털었으나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두려운가. 법원에 나가 검찰의 제기한 혐의가 진실이 아니라고 소명하면 될 일이다.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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