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SSUE] "부정적 여론→독일 탈락" 조국 아픔까지 운운했던 클린스만, '귀국 닷새 만에 미국행→우려 자초'

[인터풋볼] 하근수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또 자리를 비웠다. 조국 독일이 탈락했던 아픔을 거론하며 경계했던 부정적인 여론을 자초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KFA) 관계자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떠났다. 9월 A매치 2연전을 마치고 귀국한 지 불과 닷새 만이다.

당초 클린스만 감독은 A매치 이후 독일로 건너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활약하는 김민재를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원격 근무가 예상됐지만 일정은 갑작스럽게 변경됐다. KFA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코치진 회의를 통해 '유럽 구단 방문, 관계자 미팅, 현지 분석' 대신 'K리그 선수 확인'을 먼저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귀국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오랜만에 한국에 왔다는 질문에 "와서 기쁘다. 여러분들을 영국에서 봤다면 더 좋았을 거로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이 나를 기다린다는 얘기를 들어서 오게 됐다. 사실은 뮌헨과 레버쿠젠 경기를 관전할 예정이었다. 일정을 바꾸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팀과 함께 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들어왔다. K리그 현장에서도 여러분을 만나게 될 것 같다. 독일이나 미국에서 일할 때는 이렇게 해외에 다녀올 때 많은 분들이 환영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새롭다. 특히 친선경기 이후에 많은 환영을 받는다는 게 새롭다"라고 덧붙였다.

줄곧 유럽파 점검에 무게를 뒀던 클린스만 감독은 언급한 대로 K리그 현장에 모습을 비췄다. 지난 1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전북 현대와 강원 FC 맞대결을 지켜봤고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로 넘어가 FC서울과 광주FC 경기를 관전했다. 하지만 K리그 순위 경쟁이 한창이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도 개막했지만 또 사라졌다. 싸늘한 여론과 협회 요청에도 불과 일주일도 채 머물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우려는 그라운드 안팎을 넘나든다. 지난해 한국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로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황금 세대가 탄생한 한국에서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 3월엔 남아메리카 복병 콜롬비아(2-2 무)와 강호 우루과이(1-2 패)에 무릎을 꿇었다. 6월엔 한 수 아래라 평가됐던 페루(0-1 패)와 엘살바도르(1-1 무)를 상대로 졸전을 치렀다. 이번 9월엔 웨일스(0-0 무)와 비긴 다음 사우디아라비아(1-0 승)에 힘겹게 승리했다. 첫 승리라는 결과 자체만 고무적일 뿐 내용적인 실망감은 마찬가지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근무 태도다. 부임 이후 국내에 머문 기간보다 해외를 떠돈 기간이 훨씬 길다.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등등 검증이 이미 완료된 해외파에 힘을 쏟고 있다. 가까이서 확인해야 하는 국내파는 차두리 코치에게 전담하고 있고 '와이스카우트'라는 영상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클린스만 감독은 유럽축구연맹(UEFA) 자문위원이나 글로벌 매체 'ESPN' 패널로 분주히 활동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 감독이라는 '본업'은 여러 가지 '부업'에 완전히 밀린 모습이다. 당장 9월 A매치 기간 중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아들 부탁으로 아론 램지 유니폼을 받은 사실, 뮌헨과 첼시 레전드 매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루머 등으로 빈축을 샀다.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클린스만 감독도 모를 수 없다. 귀국 당시 "상당히 긍정적이고 발전하는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팀이 계속 바뀌면서 소집할 때마다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한다. 그전에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에 대한 고민과 아시안컵까지 가는 과정에서 선수들을 어떻게 꾸리고 발전하고 성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큰 대회가 끝나면 많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변화 속에 여러 가지 이슈들이 있을 수 있다. 큰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냈을 때 그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전 국민이 기대하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 대해선 자신감이 넘친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거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고 기대도 많이 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난 토너먼트 경험이 많다. 감독은 물론 현역 시절에도 항상 토너먼트를 즐겼다. 여러 토너먼트를 경험하면서 어떻게 팀을 준비하고 꾸려야 하는지에 대한 경험이 있다"라고 장담했다.

그러면서 "다음 대회를 준비할 때까지 팀이 긍정적인 여론과 반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우리가 아무리 강하게 뭉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더라도 외부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거나 하면 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독일 대표팀이 대표적인 예다. 성적이 나오지 않거나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을 때 질타하고 비판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갖고 오는 데 집중하도록 할 것이다"라며 응원을 부탁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보여주는 태도는 전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고작 닷새 머물며 두 경기밖에 관전하지 않았다. 조국 독일까지 운운하며 경계했던 부정적인 여론과 우려 섞인 시선을 결국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은 1956 아시안컵과 1960 아시안컵 우승에 이어 장장 64년 동안 챔피언에 오르지 못했다. 이번에는 그야말로 적기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PL) BIG6 토트넘 훗스퍼 캡틴으로 거듭난 주장 손흥민이 이끌고 메가 클럽 뮌헨이 바이아웃까지 지불해 영입한 센터백 김민재가 버틴다. 여기에 이강인, 황희찬, 이재성, 황인범, 조규성, 오현규, 홍현석, 양현준, 김지수 등등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코리안 리거도 가히 '역대급'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이 결국 우리 벤치마크가 될 것 같다. 우리 코칭 스태프들도 그렇고 선수들도 지금은 아시안컵을 벤치마크로 두고 준비하고 있다. 당연히 결과가 좋지 않으면 팬이나 미디어나 당연히 나를 질타할 것이다. 그때는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감독의 숙명이다. 11월부터가 중요하다. 그동안 치른 A매치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들이 있겠지만, 결국에는 우리가 아시안컵에서 최고의 선수단을 꾸려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라고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달 말 귀국해 10월 A매치를 준비한다. 한국이 10월에 상대할 국가는 아프리카 복병 튀니지와 동남아시아 베트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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