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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국내 PC방 단위 아마추어 대회로 태동했던 이스포츠는 현재 2조원 규모 스포츠 산업으로 발전했고, 올해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스포츠 메가 이벤트에 입성한 만큼, 이스포츠뿐 아니라 게임산업에 대한 위상이 격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돈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이었던 이스포츠는 오는 23일부터 10월8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당당히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10년 넘게 인기를 이어온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와 더불어 ‘피파온라인4’, ‘배틀그라운드모바일(이하 배그모바일)’, ‘스트리트파이터5’ 등 7개 게임에 메달이 걸려있다.
‘이스포츠(전자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는 이스포츠를 ‘게임물을 매개로 하여 사람과 사람 간에 기록 또는 승부를 겨루는 경기 및 부대활동’으로 규정한다. 게임이 제공하는 가상의 공간에서 경쟁하는 것일 뿐, 여타 정통 스포츠와 궤를 달리하지 않는다. 다만, 매개물이 게임이라는 이유로 이스포츠를 스포츠로 보아야 하느냐에 대해선 온도차가 여전하다. 게임에 대한 미디어와 정치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이스포츠 인식 전환에 제동을 거는 요소다. 해외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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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스포츠 시장조사업체 뉴주가 지난해 발표한 ‘e스포츠 실태조사서’에 따르면 글로벌 이스포츠 시청자 수는 2020년 4억3570만명에서 2021년 4억8950만명, 2022년 5억3200만명으로 꾸준히 증가 중이다. 2025년에는 6억4800만명으로 연평균 8.1%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스포츠 시청자 70%는 2021년 기준 만 10~35세 사이로, 잠재력과 전망 또한 밝은 편이다.
업계는 아시안게임이 이스포츠를 통해 화제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2018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선보인 LoL의 흥행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미 아시안게임 이스포츠를 향한 관심은 뜨겁다. 이스포츠는 이번 대회에서 티켓 가격이 높은 종목 중 하나다. 17일 기준 아시안게임 공식 티켓 판매처에 따르면 대다수 종목 티켓 가격은 50위안(한화 약 9100원)에서 100위안(약 1만8200원) 사이였다.
반면 이스포츠는 티켓 가격이 200위안(약 3만7000원)에서 400위안(약 7만3000원)으로 4배 이상 높았다. 게다가 티켓을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복권처럼 추첨을 통해 기회가 주어지는 유일한 종목이다. 이스포츠 인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스포츠 종목 편입으로 인해 아시안게임이 누리는 광고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스포츠 산업 규모는 해를 거듭하며 커지고 있다. 2020년 9억9600만달러(한화 약 1조3000억원)였던 이스포츠 산업 규모는 지난해 13억8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로 크게 성장했다. 뉴주는 2025년엔 그 규모가 18억6600만 달러(약 2조4700억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13.4%의 성장률이다.
LoL 등 인기 이스포츠 리그에는 벤츠와 BMW, 레드불, 삼성전자 등 국내외 대기업들의 스폰서십이 줄을 잇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입성은) 스포츠에서도 시대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MZ(밀레니얼+Z)세대에게 이스포츠가 가장 인기 있는 종목으로 입지를 굳혔다는 뜻”이라며 “아시안게임을 주관하는 OCA도 이와 같은 시대의 흐름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이스포츠를 이번 19회 아시안게임부터 정식 종목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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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는 최근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이스포츠 위원회’를 최초 발족하면서 리카르도 프라카리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회장을 조직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했다. WSBC는 올해 초 일본 게임사 코나미와 손잡고 콘솔 게임 ‘WBSC e베이스볼: 파워 프로스’를 출시하는 등 이스포츠를 통한 시청자 유입을 꾀하고 있다.
이외에도 IOC는 지난 6월23일부터 25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올림픽 이스포츠 위크’과 ‘올림픽 이스포츠 시리즈’와 같은 행사를 개최하며 이스포츠의 올림픽화에 시동을 걸었다.
이는 지속적인 시청률 하락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NB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2주간 황금시간대(19시~22시) 평균 시청자가 1140만명에 그쳤다. 이는 NBC가 1988년 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저치였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1980만명을, 2021년 열린 도쿄 하계올림픽은 1550만명의 시청자를 기록했다. 올림픽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스포츠 종목 편입은 IOC에게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IOC는 이스포츠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특히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임기 내내 여러 공식 석상에서 이스포츠의 올림픽 종목 편입을 반대해왔다”면서 “이젠 확 바뀌고 있다. ‘올림픽 아젠다 2020+5’에 이스포츠 개발 내용을 채택하고 전세계 프로게이머에게 자문을 구한 사례가 그 증거다. IOC가 이스포츠를 품기 시작했다는 말은 곧 정통 스포츠와 이스포츠가 한데 융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스포츠의 온전한 올림픽 입성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IOC가 올해 6월 싱가포르에서 올림픽 이스포츠 시리즈를 개최하며 달라진 모습 보여주긴 했지만 경기 종목 대부분이 태권도와 양궁, 야구, 사이클, 모터스포츠 등 기존 스포츠 종목을 가상 현실화한 것이었다”며 “IOC가 아직도 게임을 올림픽 흥행을 위한 부수적인 요소로만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LoL, 도타2, 배틀그라운드 등 게임이 그 자체로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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