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에서 피란길에 오르는 우크라이나 어린이.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로이터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 출신 어린이 48명이 러시아의 맹방 벨라루스에 도착했다고 현지 언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그간 러시아가 점령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아동을 납치해 러시아와 벨라루스로 강제이주시키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점령지 아동 납치 등 전쟁 범죄 혐의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벨라루스 국영 통신사 벨타는 “돈바스 지역 최전선의 파괴된 마을에서 온 아이들 48명”이 “평화로운 3주간의 휴가를 위해” 자선단체의 도움으로 이날 수도 민스크의 기차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 아이들은 벨라루스 국기를 흔들거나, 벨라루스 국기 색인 초록색과 빨간색이 섞인 점퍼를 입고 기차역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벨라루스로 데려온 당국에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벨타통신은 전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자선단체 대표 알렉세이 탈라이는 벨타통신에 “루카셴코 대통령은 외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 중요한 인도주의 프로젝트가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모든 벨라루스 국민이 러시아의 새 영토 안에 있는 황폐한 도시의 아이들을 돕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날 벨라루스에 도착한 아이들은 러시아가 합병했다고 주장하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아이들이 전쟁고아인지, 부모나 다른 보호자의 동의에 따라 벨라루스에 도착했는지 여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벨타통신은 “아이들 중 상당수는 어렸을 때 부모를 잃었다”고만 보도했다.
그간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구조’를 가장한 ‘납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지만, 벨라루스 정부는 공모 의혹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지난 6월 벨라루스 야당 정치인들은 러시아가 점령한 15개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어린이 최소 2100명이 루카셴코 대통령의 승인에 따라 벨라루스로 강제 이주됐다는 내용이 담긴 자료를 ICC에 제출했다.
파벨 라투슈카 전 밸라루스 문화부 장관은 AP통신에 “우크라이나 아동의 강제 이주와 관련한 증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면서 “국제기구가 나서 벨라루스 정부를 막을 때까지 이런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ICC가 푸틴뿐 아니라 루카셴코에게도 체포영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
지난 6월9일(현지시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소치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어린이 최소 1만6226명이 러시아와 벨라루스 등으로 강제 이주됐다. 일각에서는 실종 아동이 확인된 숫자보다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 점령지에서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동 가운데는 전쟁 고아를 비롯해 러시아 당국에 의해 부모가 체포된 아동, 러시아가 운영하는 ‘여름 캠프’에 갔다가 실종된 아동 등이 포함됐다. 사라진 아동 가운데 300여명은 부모와 인권단체 등의 추적 끝에 귀국할 수 있었지만, 다른 아이들은 러시아 고아원으로 보내지거나 러시아 가정에 입양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3월 ICC는 러시아가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키는 전쟁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볼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며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아동인권위원 마리아 르보바 벨로바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우크라이나는 대규모 아동 납치가 러시아의 조직적인 ‘우크라이나 인종 말살’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러시아는 수만여명의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납치했다”며 “러시아에 있는 이 아이들은 가족과 모든 관계가 끊어진 채 우크라이나를 증오하도록 교육받고 있다. 이는 명백한 인종 말살”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 무슨 옷 입고 일할까? 숨어 있는 ‘작업복을 찾아라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