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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김모미가 된 이한별. 사진 ㅣ넷플릭스 |
공개 첫주 글로벌 1위를 찍은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 ‘마스크걸’은 외모 지상주의를 넘어 인간의 양면성을 꼬집은 작품이다.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랑받는 게 꿈인 주인공 ‘김모미’ 역에 3명의 배우(이한별 나나 고현정)를 파격 캐스팅하는 모험을 감행했던 김용훈 감독은 신예 이한별(31)과의 만남에 대해 “운명”이라 표현했다.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페이스오프 전 ‘김모미’를 연기한 이한별. ‘마스크걸’은 그에게도 천운의 기회였다. 열정 하나만으로 시작한 배우의 꿈, 도무지 보이지 않는 길 때문에 놓아버릴까 불면의 밤을 보낼 무렵 만난 ‘구세주’ 같은 작품이었다.
김용훈 감독은 지난 제작발표회에서 “연기하고 싶은 그의 커다란 열망이 김모미가 느끼는 감정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했다”고 발탁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웹툰 팬들 사이에서 “완벽한 싱크로율”이라는 극찬을 받은 그는 캐스팅 뿐 아니라 연기로도 제작진을 감탄하게 했다.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만 외모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한 김모미는 낮에는 무채색의 오피스에서 고단한 하루를 버티는 직장인으로, 밤에는 가면을 쓴 인터넷 방송 BJ 마스크걸로 활약한다. 이한별은 첫 작품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원작과 결은 달랐지만 결핍이나 상처는 같았고, 모미의 서사를 많이 쌓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했어요. 두 번째 모미(나나)로 이어지면서 캐릭터를 설명할 수 있는 시간 여유가 없고 축약도 많았거든요. 모미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려주고 각인을 시키는 게 초반부 모미라 생각했어요. 첫 부분이 무너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혼자만의 싸움을 벌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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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를 더 도드라지게 하고 다크서클과 입 주변의 검은 색감을 강조해 초췌하고 못생긴 ‘김모미’를 만들어갔다. 사진ㅣ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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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별은 ‘김모미’ 역을 위해 춤 연습은 물론 주 5회 PT를 받으며 체중감량을 했다. 특히 광대를 더 도드라지게 하고 다크서클과 입 주변의 검은 색감을 강조해 더 초췌하고 못생기게 얼굴을 만들어갔다. 현장 1열 시청자인 스태프들의 열렬한 호응도 그를 춤추게 했다.
“제가 점점 못생겨질수록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분장팀 감독님이 ‘미안하다’고 할 정도로, 현장에서 ‘각설이 같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지우고 그리고 또 그렸죠. 그런 반응을 보니 동화돼서 신났던 것 같아요. 싱크로율 부분은 믿고 맡겼어요.”
어느 정도의 비중인지도 모르고 촬영에 들어간 작품. 부담감 보다는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는 그는 “내가 끌고 가야 할 부분의 책임감은 있었지만, ‘아무 것도 몰랐기 때문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는 주인공이었지만, 선배들의 연기를 직관하는 행복감도 컸다. 이한별은 “감독님이 왜 이렇게 다른 배우를 캐스팅하고, 그토록 보여주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며 “내가 생각할 수 없는 방식이었고 한 사람이 혼자 했다면 느낌이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은퇴작이라 할 만한 연기를 펼쳤다는 찬사를 받은 ‘주오남’ 역의 안재홍의 열연은 그에게도 충격이었다.
“사실 ‘사랑합니다, 모미씨’까지는 대본에 있는 대사였는데 선배님이 갑자기 ‘아이시떼루!’를 외치셨어요. 현장에서 다들 동시에 빵 터졌죠(웃음). 모두가 ‘이거다’ 생각했다. 놀라긴 했는데 ‘주오남이니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죠. 다음 작품에선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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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열에서 직관한 ‘주오남’ 안재홍의 열연은 그에게도 충격이었다. 사진 ㅣ넷플릭스 |
지난 달 18일 베일을 벗은 ‘마스크걸’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비영어) 부문 2위에 등극한 데 이어 2주 차에 정상까지 꿰차며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그에겐 데뷔작이자 대표작이 됐다. 짝사랑만 하던 칠흑같던 지난 시간을 끝내고 “그래, 이제 배우로 살아가도 괜찮지 않을까”란 용기와 희망을 준 고마운 작품이다.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뒤늦게 배우의 꿈을 좇았다는 이한별은 “내가 이 일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연기가 내 일이 된다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마스크걸‘로 데뷔하는 것도 제가 예상했던 일이 아니었듯 앞으로도 예상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주목을 받는다고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제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해나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장르물도 좋아하지만 ‘소공녀’ ‘윤희에게’ 같은 잔잔한 영화를 좋아해요. 저의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느린 호흡의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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