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이균용, '위안부=자발적 매춘' 주장 평가 묻자 "제가 잘 몰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대한민국 건국은 1948년'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위안부 피해 조작 등 극우세력의 주장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알지 못한다", "정확히 잘 모른다"는 답변을 내놔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샀다.

이 후보자는 19일 오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위안부 피해자들이 거짓 증언을 했다'. '일본군을 따라가 자발적으로 매춘을 한 사람들이 위안부다'라고 한 경희대 철학과 교수가 이야기했다.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라는 질문을 하자 "제가 정확하게 잘 모르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따라갔는지 강제로 끌려갔는지 정확히 모른다? 대법원장 후보의 역사관이 중요한데 일반 국민도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얘기, 철학과 재학생들이 '기초상식을 부정하는 망언'이라고 반발하는 얘기다.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나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 공인된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하고 있는데 대법원장 후보라면 이 정도는 말씀해 주셔야 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그 부분에서는 저도 그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면 모른다는 말씀은 뭐냐'는 재질문에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그렇게 별도로 위안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실제로 사건도 처리해 본 적이 없고…"라는 답변을 했다. 이 의원은 "정말 큰일이다. 위안부를 사건 처리를 안 해 봤기 때문에 위안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후보자는 또 이 의원이 이에 앞서 "경희대 철학과 교수가 '일본이 들어오기 전에는 우리나라에 근대화라는 개념도 없었다. 일본 사람들이 전해줘서 우리가 배운 거'라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정확하게 지식이 없다", "제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이같은 답변의 파장을 염려한 듯, 저녁식사 정회 이후 속개된 청문회에서 권성동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에게 발언 기회를 얻어 "조금 전에 진행된 질문에서 모 교수의 발언, '우리나라의 근대화가 일본의 힘'이라든지, 또는 '위안부 강제 동원이 있었느냐'고 했는데, 제가 그 교수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그 분에게 누가 되지 않는가 해서 대답을 잘 못 드렸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일반적으로 저는 위안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에 동의한다고 말씀드렸고, 일본의 강제노역 동원이나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당연히 그것이 국제법상으로도 널리 인정되고 있는 것이고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그리고 늘 나라를 잃은 비극으로 개인적으로 그런 엄청난 희생을 당한 분들에 대해서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질문의 취지를 '그 교수의 발언에 대해서 어떤 평가를 해 달라'는 취지(로 오인하고), 제가 그 교수님도 모르고 발언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후보자로서 거기에 대한 어떤 평가나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워서 말씀을 못 드렸다"고 거듭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이 법관 연수를 일본으로 갔다온 데 대해서도 "제가 간 목적은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 일본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하고 간 것"이라며 "일본을 갔다와서 느낀 것은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면 한 20년 후에는 우리가 일본을 이길 수 있지 않겠느냐' 젊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한편 이 의원이 "대전고법원장 재임 시절 '한국 문화재가 잘 보존된 것은 일제의 영향'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맞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그런 적 전혀 없다. 3.1운동 이후에 일본이 한국 문화재에 관한 정책을 문화정책으로 시행한 적이 있고 그 제도가 지금 우리나라에 연결됐다는 역사적 이야기를 한 적은 있다"고 부인했다.

"우리 문화재보호법의 뿌리를 타고 올라가면 그 시작은 해방 이후, 우리 건국 이후에 시작된 것이 아니고 일제시대까지 역사가 연결되어 있는 법의 영역을 이야기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일제강점기에 무슨 문화재 보호가 됐느냐. 그들이 우리 문화재를 많이 도굴해 갔지 않느냐"고 하자 "그런 측면이 있지만 일본이 유화정책으로, 문화정책으로 한국 문화재에 대한 보호정책도 했다는 것은 국사 교과서에 나오고 있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전 의원은 "굉장히 친일적이고 일본 편향적인 사고와 헌법 해석을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강제징용 '제3자 변제'는 대법원 판결과 무관"…"대한민국 건국은 1948년 8월 15일"

이 후보자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무력화하는 것에 대해 대법원장 후보로서 가만있어도 되느냐"고 따져 묻자 "대법원 판결에서는 금액 지급만 명했기 때문에 제3자 변제 부분에는 판결에서 아무런 설시(說示)가 없었다"고 피해 갔다.

이 후보자는 전혜숙 의원이 "후보자는 대한민국 건국 시점을 언제라고 보시느냐"고 물은 데 대해서는 "저는 1948년 8월 15일 건국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 의원이 "1948년은 정부수립일이라고 하지 않느냐. 건국은 1919년으로 헌법에 돼있지 않느냐"고 되물었지만 이 후보자는 "저는 1948년으로 알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전 의원이 "뉴라이트 건국사관 아니냐"고 하자 이 후보자는 "우리 건국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때 배운 기억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이 답변에 대해서는 이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나서서 이 후보자에게 해명 기회를 부여했다. 정 의원은 "제가 후보자님 답변을 들어보면 전형적인 법률가적 답변"이라며 "대학에서 법학, 헌법을 배울 때 국가구성의 3요소, 영토, 주권, 국민 3가지를 갖춰야 국가로 인정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이 부분에서 다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국가의 실체는 갖추지 못했다는 헌법적 관점에서의 후보자 견해를 말씀하신 것 아니냐"고 질문해 후보자로부터 "그렇다"는 답을 끌어냈다.

정 의원은 또 "후보자께서는 헌법 전문에 나와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는 부분을 부정하시느냐"고 물었고, 정 후보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한편 이 후보자의 재산 등 도덕성 문제와 관련해서는(☞관련 기사 : 대법원장 인사청문회, 재산·자녀 등 의혹…이균용 "송구", "죄송") 이날 오후 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새로운 주장을 제기했다.

김회재 의원은 "경주 땅은 왜 사서 보유하셨느냐? '땅 투기 아니냐'는 언론사 질문에 대한 후보자 답변이 '딸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토지 매입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장인의 뜻이 있었다. 사주에 물이 없는 이 후보자가 해로하기 위해서는 물과 관련된 토지가 있어야 한다는 장인의 조언 때문에 매입한 것'이라는 해명을 하셨다"며 "3000평이 넘는 연고도 없는 땅을 소유하면서 대법원장 후보자가 내놓은 해명이라고는 도대체 믿기지 않은 해명"이라고 비난했다.

'성범죄자 감형' 과거 판결 도마에…"피가 거꾸로 솟아"

야당 청문위원들은 이 후보자의 과거 판결 내용도 지적했다. 김회재 의원은 "후보자가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고법 형사8부 재판장으로 있을 때 우려스러운 판결들이 많이 있다"며 "12살 어린이를 3차례나 성폭행한 피고인을 원심 징역 10년 선고했는데 3년 감형을 해줬다.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데 후보자는 '교화의 여지가 남은 젊은 나이다' 이런 사유로 감형했다"고 비판했다.

김회재 의원은 이어 "만기출소 8일 만에 13살 여학생을 강제추행한 사건에 1심이 징역 18년을 선고했는데 이것도 3년 감형을 했다. 이 사건도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있었는데 감형 사유가 '피해자의 상해가 중하지 않다'는 것이었다"며 "세 번째, 의붓아버지가 17살 먹은 딸을 유사성행위를 해 원심이 3년을 선고했는데 2심에서 집행유예 감형을 했다. '합의했다'는 사유다. 그러면 이런 성폭력을 당한 딸은 앞으로 집에 가서 이 의붓아버지하고 같이 살아야 되는 거냐"고 비판했다.

김회재 의원은 "네 번째, 전 여자친구를 20차례 걸쳐서 구타하고 상해하고 강간한 사건인데 원심에서 징역 7년 선고했는데 이것도 감형을 했다. '교화 여지가 남은 젊은 나이다' 이게 감형 이유"라며 "다섯 번째, 여성에게 마약 커피를 먹여서 수차례 강도를 했는데 원심에서 징역 5년 선고됐는데 2년 감형했다.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심상정 의원도 "2021년에 유흥업소 근무를 알리겠다고 협박해서 피해자를 6차례 강간하고, 신체를 몰래 촬영하고 유포를 협박하고 스토킹을 하는 종합적인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감형을 7년에서 3년으로 4년 감형했다"며 "감형 이유가 뭐냐, 피해자에게 5000만 원을 배상해서 그만큼은 피해가 회복됐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후보자님, 강간, 몰카, 협박, 스토킹, 이게 5000만 원으로 보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느냐"며 "디지털 성범죄의 극악무도함이 n번방 사건으로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논리로 4년을 감형할 수 있느냐. 여성 입장에서 피가 거꾸로 솟아오른다"고 울분을 토했다.

심지어 국민의힘 소속인 판사 출신 전주혜 의원도 이 지점과 관련해서는 "성범죄 사건에서 관대한 형을 (선고)하는 것에 대해서는 또 다른 시각으로 볼 수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대법원장으로 취임하시게 된다면 이 부분에서 좀더 법원이 성인지 감수성에 더 배려를 하는 그런 재판을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이에 대해 "제가 성폭력전담부를 6개월 전담했는데, 형사 항소심 재판부의 기본 기능이 1심의 양형 편차를 줄이고 통일시켜야 되는 것이 기본임무이기 때문에 저희 3인은 그런 모든 것을 고려해서 나름대로 정의에 합당한 해결을 추구하고 구체적 타당성 있는 결론을 내린다고 서로 합의해 숙고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다소 국민의 눈높이에 다소 어긋난 부분이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저희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내린 결론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그리고 사건을 전체적으로 보시면 저희가 형을 중형으로 올린 것도 여러 건 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저희들은 성범죄에 대해서 나름대로 비교적 무거운 형을 선택했다고 당시에는 생각했다"며 다만 "나름대로 정의에 합당한 결론을 내리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양형 이유를 설시하는 과정에서 다소 국민의 눈높이나 피해자에게 감정을 심화시키는 부분이 있었다면 그 부분은 반성적으로 고쳐나가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이같은 판결에 대해 '성인지 감수성 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과 관련 "저는 제가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나름대로 합의부 (3인의) 경력을 합치면 60년 가까이 되는 판사 셋이서 나름대로 양형인자를 모두 고려하고 피고인의 전인격적인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나름대로 가장 합리적인 양형을 한다고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이 후보자 엄호에 적극 나섰다. 김형동 의원은 이 후보자가 약자·소수자를 배려하는 판결을 한 사례로 "2015년 골프장 일용직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결, 엘리베이터 승강기 고치는 분 사망사고가 있었는데 사용자가 형사상 무죄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재해를 인정한 그런 판결도 2013년에 했다"고 설명했다.

전주혜 의원은 성범죄 사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였던 이 후보자가 1심보다 오히려 더 무거운 형을 내린 경우도 있다며 "집행유예 기간 중에 17세 미성년자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사안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사건도 있다"고 했다.

전주혜 의원은 "또 성희롱이나 성추행 사건에 있어서 대학생과 조교를 성추행하고 성희롱한 교수의 해임이 정당하다는 판결, 성비위 공무원에 대한 해임은 적법하다는 판결도 서울고등법원에서 했다"며 "교사로부터 강제추행당한 학생들의 지자체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용한 사건도 (담당)했다"고 했다.

프레시안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