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의 거짓'을 체험 중인 테크M 기자들 /사진=테크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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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 재밌다"
테크M 게임 기자 5명은 국산 콘솔 게임 'P의 거짓'을 체험해보고 이구동성으로 이 같이 말했다. 게임은 역시 재밌어야 한다. 이들은 모두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P의 거짓은 "너무 어렵다"고 투덜대며 씩씩거리다가도 "한 번 더"를 외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아직은 낯선 '소울라이크'
이 날 모인 기자들이 게임산업을 출입한 시간을 더하면 50년이 훌쩍 넘는다. 늘 현장에서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변화를 체감해 온 이들에게도 P의 거짓을 설명하는 '콘솔'과 '소울라이크' 키워드는 낯선 것이었다. 한국 게임시장은 모바일과 MMORPG가 대세다. P의 거짓은 한국에선 대세를 거스르는 게임이다.
P의 거짓 /사진=네오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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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콘솔과 소울라이크 장르가 오히려 주류다. 지난해 출시된 프롬소프트의 오픈월드 액션 RPG '엘든링'은 1년 만에 판매량 2000만장을 돌파했다. 글로벌 게임 행사마다 온갖 상을 휩쓸었고, 유저들이 선정한 2022년 올해의 게임(GOTY)에도 이름을 올렸다.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잡은 대작이다.
엘든링과 같은 이른바 '소울라이크'는 한국 게임시장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참 희안한 장르다. 어둡고 불친절하며 놀랄만큼 어렵다. 온갖 미형 캐릭터들이 등장해 자동전투를 펼치는 한국 게임과는 완벽히 상반된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게이머들은 소울라이크에 열광한다. 네오위즈와 개발사 라운드8 스튜디오는 P의 거짓을 통해 이 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어렵다, 그런데 재밌다?
테크M 기자들은 당황했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패드조차 손에 익지 않은 상황에 처음 접하는 소울라이크는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은 분명 몰입하고 있었다. 게임을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손에 땀을 쥐었다. 그리고 승리했을 때의 쾌감을 다함께 나눴다. 왜 소울라이크가 해외에서 인기인지, 체험하고 나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소울라이크 게임은 캐릭터의 '레벨' 보다는 게이머의 '실력'을 요구한다. 끝없는 재도전을 통해 게이머는 자신도 모르게 실력을 쌓는다. 괴랄한 레벨 디자인과 말도 안되게 강한 적들은 화를 부르지만, 그만큼 공략했을 때 큰 쾌감을 준다. 이 때 느끼는 짜릿한 손맛은 돈으로 전투력을 쌓는 '페이투윈(돈을 쓰면 게임 속 캐릭터가 강해지거나 승리하기 쉬워지는 구조)'과는 완전히 다르다.
P의 거짓 /사진=네오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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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임성이 소울라이크 장르의 매력이라 한들, 소울라이크 타이틀만 달고 게임을 잘 만들지 못하면 짜증과 분노만 일으킬 뿐이다. 열성팬이 많은 장르인 만큼 게이머들의 눈높이도 높다.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쓰지 못하면 비판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게이머들이 P의 거짓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감과 우려가 섞여있다. 과연 콘솔 불모지인 한국에서 제대로 소울류를 구현할 수 있을까?
이것이 한국판 소울라이크의 매력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 특유의 긴장감은 유지하되, 처음 이 장르를 접하는 게이머도 적응할 수 있도록 약간의 친절을 더했다. 초보자 시점에서 평가하자면, 할만한듯하면서도 어렵다. 제법 실력이 올랐나 싶다가도 방심하면 한 순간에 'Lie Or Die' 문구를 봐야 한다. 분노하다가도 조금만 더, 한 번만 더 하면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 절묘한 줄타기 위에서 어느덧 게임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프롬소프트의 원조 소울 게임들은 눈물을 삼키며 포기했던 필자에게 P의 거짓은 소울류의 기쁨을 조금이나마 알게 해줬다.
P의 거짓을 평가절하하는 사람들의 주장 중 하나는 이 게임이 '짝퉁게임'이라는 것이다. 프롬소프트웨어의 '다크소울', '블러드본', '세키로' 등의 히트작을 적당히 베껴 버무린 게임이란 얘기다. 회피와 가드, 퍼팩트가드(패링)을 적절히 섞어 써야 하는 시스템 때문에 분명 P의 거짓에선 이 게임들의 향기를 조금씩 느낄 수 있다. 소울류라는 장르를 택한 이상, 이들과의 비교를 피할 순 없다. 질 낮은 모조품인지, 장르를 계승하는 후계자인지를 가늠하는 건 완성도와 창의력의 싸움이다.
P의 거짓 /사진=네오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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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요버스의 '원신'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짝퉁 젤다'라는 말이 가장 많이 보였다. 분명 노골적으로 젤다를 느끼게 하는 부분도 없지 않았으나, 지금은 대부분 원신을 짝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오픈월드 장르와 젤다 특유의 매력은 살리되, 서브컬쳐를 한 번 더 입혀 원신만의 확실한 개성과 차별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오히려 원신을 통해 호요버스는 중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P의 거짓을 해보며 원신을 떠올린 건 이 게임 역시 개성이 충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피노키오'를 잔혹동화로 탈바꿈한 P의 거짓의 스토리와 세계관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삐걱거리며 피 대신 기름을 쏟아내는 적들을 파괴할 때 느낌은 분명 다른 게임에선 느껴보지 못한 질감이다. 무궁무진한 무기 조합 시스템과 인형이란 요소를 살린 'P 기관' 육성, '리전 암'을 활용한 다채로운 액션은 P의 거짓의 오리지널리티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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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완성도도 뛰어나다. 캐릭터 모델링이나 배경은 현재 AAA급 게임의 눈높이에서 봐도 무난하게 잘 구현됐으며, 특히 타격감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의외로 타격감이 좋은 게임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타격감이란 모호한 개념이라 실제로 구현하기가 어려운데,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 장르에서도 액션의 찰진 맛을 잘 살렸다. 이 게임은 심지어 최적화까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대형 게임사들도 최적화 문제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P의 거짓 개발자들의 노고가 느껴진다.
K-게임의 새로운 이정표
P의 거짓을 해보고 다른 기자들과 함께 공감하며 얘기한 것 중 하나는 'K-게임' 느낌이 안난다는 점이었다. 스텝롤이 한국 이름으로 채워진 것을 보면서 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지금 K-게임이란 단어가 대다수 국내 게이머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 지를 감안한다면, K-게임을 벗어나 보인다는 건 칭찬일 지도 모른다.
한국에서도 제대로 된 소울라이크를, 해외 시장에서 통할 만한 콘솔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이 사실을 보여준 것 만으로도 국내 게임 시장에서 P의 거짓은 후한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 최근 껍데기만 바꾼 MMORPG가 쏟아져 나오고, 게임사들은 극히 일부의 고과금 이용자를 두고 경쟁하고, 게임에서 재미를 찾던 게이머들이 아예 게임에서 발을 빼고 있는 이 상황에, P의 거짓이 국산 게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 직접 해 본 P의 거짓은 분명 그만한 재미와 완성도를 갖춘 게임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게임 시장에 한계를 느낀 게임사들이 의욕적으로 글로벌 무대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좋은 변화다. 아직 콘솔이나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한국은 변방일지 몰라도, P의 거짓 같은 게임이 계속해서 나와준다면 분명 국내 게임업계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날이 올 것이다. 이런 게임들을 K-게임이라 당당히 부를 날을 기대해본다.
P의 거짓 /사진=네오위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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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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