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에 의견서 제출 논란
13일 54차 유엔 인권이사회 한국 NGO 대표단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제54차 유엔 인권이사회 세션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과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하고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는 내용의 답변을 제출했다. 대표단은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반인도적 범죄를 자행한 사실도 부인하고 있으며,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청구권도 부정하고 있다”며 “정부의 답변은 부적절한 답변이자 ‘위안부’ 및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존엄성을 다시 한번 짓밟는 반인권적 조치”라고 했다.
대표단은 “정부는 유엔 진실정의특보에게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실제로는 상반된 태도로 과거사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며 “국가폭력 트라우마치유센터 예산을 삭감하고, ‘위안부’ 및 ‘강제동원’ 관련 과거사 대응 예산도 삭감했으며, 법 개정 및 공식 사과 등 진실화해위원회가 정부 기관에 내린 권고도 대부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54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의견서의 부적절함을 지적하고, 정부에 과거사 문제에 있어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피해자 지원단체들도 “일본 외교부에서나 할 법한 답변”이라며 반발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통화에서 “유엔에서는 전쟁범죄에 대한 사죄와 배상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물었는데 ‘여성가족부가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뜬금없는 동문서답을 했다”며 “일본은 오히려 계속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를 보이는데 지금 정부의 입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사과와 배상이 잘 이뤄지고 있다면 왜 피해자들이 제3자 변제를 거부하고 있겠느냐”며“정부가 나서서 일본이 강제동원을 인정했다고 하는 것은 피해자는 물론이고 국민의 일반적인 상식에도 반하는 것이자 가해국의 배상책임을 피해국이 대신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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