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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아시아 6위로 추락…베트남·카자흐에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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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아시아배구연맹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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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르호’의 바닥은 어디일까.

한국 여자배구가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세자르 곤살레스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6일 밤(한국시각) 타이 나콘랏차시마 MCC홀에서 열린 2023 아시아배구선수권대회 5위 결정전에서 카자흐스탄에 0-3(24:26/23:25/23:25)으로 완패했다. 최종 성적 6위. 1975년 이 대회 출범 뒤 최초로 4강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은 그간 이 대회에서 20번 연속 4강에 진출했다.

2년 전, 대표팀은 도쿄에서 기적을 쓰며 올림픽 4강에 올랐다. 당시 한국은 세계순위가 14위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29위였던 순위는 36위로 더 떨어졌다. 반면 한국을 꺾은 카자흐스탄은 39위에서 33위로 상승했다. “여자배구를 보고 힘을 얻었다”(서채현 클라이밍 국가대표)는 말이 나오는 등 여자배구는 희망의 다른 이름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 스포츠의 어두운 전망을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초반부터 가시밭길을 걸었다. 예선 첫 경기서는 베트남(40위)에 2-3으로 지며 충격을 줬다. 베트남 선수들조차 “이길 줄 몰랐다”고 했다. 두 번째 경기서도 한국은 대만(45위)에 3-2로 가까스로 승리했다. 어렵사리 8강에 진출했지만, 타이(14위)에 0-3으로 완패했다. 아시아 ‘일류’들과는 상대가 되지 않고, 이류들과도 진땀 승부를 벌였다. 항저우아시안게임 ‘노메달’ 전망이 힘을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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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타이 여자배구 대표팀. 아시아배구연맹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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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들은 상승세다. 중국(6위), 일본(8위), 타이는 물론 이번 대회를 통해 카자흐스탄에도 순위가 밀렸다. 한국은 중국, 일본, 타이 중 가장 순위가 낮은 타이를 상대로도 도쿄올림픽 이후 치러진 4경기에서 단 1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파리올림픽을 정조준한 일본이 아시안게임은 2군으로 치른다지만, 그래도 쉽지 않은 상대다.

부진은 기본적으로 세대교체 때문이다. 김연경(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 황금세대 은퇴 뒤 전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하지만 아시아 무대서도 최악의 성적을 내며 세자르 감독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배구에 여러 위기가 있었지만, 아시아 6위는 사상 초유의 성적이기 때문이다.

세자르 감독은 그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 두 대회 연속 전패(24패)를 기록하면서도 “너무 높은 수준 무대”라며 “선수들은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한 수 아래 팀들에도 덜미를 잡혔다. 특히 베트남전은 2-0으로 앞서다가 2-3 역전패를 당했다. 세자르 감독의 경기 운영 능력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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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르 곤살레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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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여자배구가 항저우아시안게임 메달을 따지 못한다면, 지난 2006년 카타르 도하 대회(5위) 이후 17년 만이다. 한국은 1962년 자카르타를 시작으로 총 15차례 대회 중 2006년 단 한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메달(금메달 2개, 은메달 8개, 동메달 4개)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은 7일 귀국한 뒤 폴란드로 이동해 2024 파리올림픽 예선(16∼24일)을 치른다. 이번 예선에서 한국은 C조에서 미국(2위), 이탈리아(5위), 폴란드(7위), 독일(12위), 콜롬비아(20위), 슬로베니아(25위)와 맞붙는다. 조 2위 안에 들면 파리올림픽 진출을 확정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1승이라도 따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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