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의정서 중재절차 주장엔 "검토 안 해"
민주당 "외교부, 일본 종교적 추종" 공격
3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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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정부·여당이 연일 표기 변경에 적극적이다. 그간 공식용어로 사용해 온 오염수 대신 '오염처리수'나 '처리수'로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방류 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를 놓고 일본의 방류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오염수를 처리하기 전의 오염수와 처리한 다음의 오염수는 방사성 물질 등 여러 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구별해서 부르는 것이 보다 과학적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브리핑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표현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만큼 어떤 용어가 바람직한지 검토해 볼 것"이라고 했다. 명칭 변경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한덕수 총리도 전날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오염수 용어 변경 가능성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김기현 대표와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 등이 앞장서 "오염처리수나 처리수가 맞다"며 명칭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에 맞서 더불어민주당은 '국제해사기구(IMO) 런던협약·의정서 총회'에서 일본의 협약 위반 여부를 다퉈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런던협약은 비행기나 선박에서 나오는 해양 쓰레기 투기를 규제하기 위해 마련된 협약인데, 중재절차를 거쳐 폐기물 및 기타 물질을 고의적으로 해상에 폐기했다는 판단이 나오면 관련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 민주당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폐기물 투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중재절차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 장관은 "현재로는 해양 투기로 보지 않고 있다"면서 "런던의정서 상의 중재절차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정부의 기본 입장은 (오염수 방류는) 과학적·객관적으로 해야 하고, 국제법과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과학적으로 볼 때 우리 정부가 오염수 문제에 임하는 태도는 비과학적이고 종교적이라고 할 정도"라며 "왜 이렇게 일본의 입장을 종교적으로 추종하느냐"고 비판했다. 반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문제없다고 한 것을 '말짱 도루묵'으로 돌릴 수는 없다"며 "민족 감정적 접근이 아니라 객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주 "내년 총선 200석 이상 만들어줄 것"… 철야농성 돌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1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저지 긴급 의원총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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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을 촉구하며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단식을 시작한 이재명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우리 바다, 영해의 주권이 침범당하고 국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는데 정부는 처리수로 명칭 변경을 하겠다고 한다"며 "국민을 주권자로 여긴다면, 국민을 두려워한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당 후쿠시마 해양방류저지 총괄대책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국민 안전이 백척간두 위기에 놓였는데 반대는커녕 일본 정부 대변인처럼 안전하단 말만 늘어놓고 있다"며 "구한말 열강 침탈을 나라 보호라는 말로 둔갑시킨 매국적 위정자의 태도가 그러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짜 필요하다면 (국민이) 민주당을 다음 총선에서 200석 이상 만들어줘 (방류를) 막아라는 명령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다음 달 1일부터 매일 저녁 윤석열 정부 폭정 저지 및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10월 IMO 런던협약·의정서 총회에서 일본의 방류를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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