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탈레반의 여성 차별에 항의 시위하는 여성들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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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교육 기회를 차단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대 장학금을 받고 유학길에 나선 여학생 수십명의 출국을 막은 것으로 확인됐다.
탈레반은 여성이 출국할 경우 남편이나 가족 등 남성 보호자인 마흐람과의 동행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28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탈레반은 마흐람을 대동하고 비행기에 탑승한 여학생들까지도 모두 비행기에서 내리게 했다.
아프간 여학생들을 위한 두바이대 장학금은 탈레반이 지난해 12월 여학생의 대학 입학 응시 기회를 박탈한 직후 UAE 억만장자 사업가인 셰이크 할라프 아흐메드 알 합투르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BBC는 지금까지 총 100명의 아프간 여학생이 이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됐으며, 외국에 살고 있는 아프간 여학생들은 이미 두바이에 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운의 꿈을 안고 이번 새 학기에 유학을 떠나려던 아프간 여학생들은 수도 카불 공항에서 모두 발길을 돌려야 했다.
탈레반은 여성들이 외국에 나갈 때 남편이나 가족 등 남성 보호자인 ‘마흐람’을 동반하도록 했는데, 이번 두바이 유학생들은 이를 충족해도 출국을 허락받지 못했다.
2022년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학교를 떠나야 하는 학생.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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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대와 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는 알 합투르도 학생들이 출국을 저지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X(옛 트위터)에 영어로 올린 영상에서, 이슬람 율법에는 남녀가 평등하다며 탈레반의 처사를 비판했다.
이 영상에는 카불 공항에서 출국을 저지당한 아프간 여학생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이 여학생은 “우리는 이곳 카불 공항에 왔지만, 불행하게도 정부가 우리의 두바이행을 막았고 마흐람을 동반한 여학생들의 출국도 불허하고 있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우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헤더 바 씨는 “이번 일은 앞서 여성들의 배울 권리를 박탈한 탈레반 정부의 잔인성을 넘어서는 중요하고도 매우 우려스러운 조치”라며 “이번 조치는 탈레반이 여성들을 죄수로 취급해 그들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공부하는 것도 못 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당국은 여학생 출국 금지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아프간 선악부 대변인 모하마드 사디크 아키프 무하지르는 이번 일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BBC에 밝혔다.
탈레반 정부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도 자신은 여행 중이어서 이번 일과 관련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며 논평을 거부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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