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이하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낸 표절 소송에서 승소했다. 엔씨는 2021년 6월 웹젠의 'R2M'이 '리니지M'을 모방했다며 R2M의 서비스 중지와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8월 18일 1심 승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웹젠이 엔씨의 게임의 명성과 고객 흡인력에 무단으로 편승하기 위하여 리니지M의 콘텐츠를 거의 그대로 차용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이와 같은 웹젠의 행위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게임 업계에서 굳이 힘들여 새로운 콘텐츠를 고안한 이유가 없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며 엔씨의 청구취지를 모두 인용했다.
법원은 "피고는 'R2M'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는 게임을 일반 사용자들에게 사용하게 하거나 이를 선전, 광고, 복제, 배포, 전송, 번안하여서는 아니된다"며 "원고(엔씨소프트)에게 1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 "무단 도용 맞다"…리니지M 콘텐츠의 경제 가치와 R2M의 모방 사실 인정
UI(인터페이스) 비교. 웹젠 'R2M'과 엔씨 '리니지M'. |
엔씨가 승소할 수 있던 근거는 '부정경쟁방지법'이다. 법원은 웹젠이 모방한 리니지M 게임 속 세부 콘텐츠들은 하나의 아이디어로서 '저작권법'에서 보호하는 '저작물'로 보기는 어려우나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보호하는 대상인 '성과물'로 인정했다. 리니지M의 경제적 가치를 저작권법으로 보호할 수 없더라도 웹젠의 무단 도용으로 발생한 피해를 인정한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리니지M이 엔씨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리니지M이 구축한 규칙과 시스템은 경제적 가치를 지는 성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라는 판결이다. 웹젠은 위와 같은 시스템이 MMORPG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업계에서 보편화된 공공영역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직장 인증이 필요한 커뮤니티에서 웹젠의 직원이 "오마주 모티브 아닙니다. 그냥 아예 카피해라가 지시였던 게임"라는 의견을 남긴 부분과 웹젠의 직원이 이 사건과 관련한 형사사건의 수사기관 조사 시 리니지M의 카드의 등급별 획득률을 참고하였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리니지M의 콘텐츠를 거의 그대로 차용하였다고 판단했다.
◆ 지식재산권 보호 노력 필요…법원도 업계 개발 관행 우려
리니지M '월드 공성전'. |
최근 다양한 게임사들이 게임물의 무단 도용 등 IP(지식재산권) 관련 분쟁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엔씨의 승소는 큰 의미를 가진다. 게임 기업의 핵심 자산인 IP가 법적인 보호 대상으로 인정받으며, 업계의 부적절한 '베끼기 개발 관행'에도 경고등이 켜질 전망이다.
법원도 판결문을 통해 업계의 부적절한 관행에 우려를 표했다. 판결문 말미에는 "위와 같은(무단 도용) 행위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게임 업계에서 굳이 힘들여 새로운 게임 규칙의 조합 등을 고안할 이유가 없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게임 콘텐츠는 '어문, 음악, 미술, 영상, 컴퓨터프로그램' 등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 저작물로 법적 판단이 어려운 영역이다.
엔씨 사례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리니지M의 콘텐츠가 보호됐지만 사실 저작권법이든 부정경쟁방지법이든 근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도 개발 과정의 윤리성과 IP에 대한 인식 변화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기업의 핵심 자산인 IP 및 게임 콘텐츠의 성과물 도용에 대한 불법행위를 법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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