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잼버리 핑계로 예타 면제 주장했는데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은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예타가 면제됐다. 당시 전라북도는 “국제 물류를 맡을 국제공항은 필수적인 기반시설”이라며 “새만금에서 세계잼버리가 열리는 등 긍정적 요소가 있다”고 예타 면제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 공항 공사가 시작하는 건 2024년이다. 개항은 2029년으로 예정돼있다.
당시 국토교통부의 사전타당성 검토에선 비용 대비 편익이 0.479로 드러났다. 1000억원을 투입했을 때 돌아오는 사회적 이익이 479억원이라는 뜻이다. 통상 비용 대비 편익이 1은 넘어야 사업을 추진할 만 하다고 본다. 예타를 진행했다면 통과가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영희 디자이너 |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공항을 비롯해 새만금 지역에서 잼버리와 연계해 추진한 SOC 사업은 7개다. 송 의원은 “간접 사업까지 포함하면 잼버리 소요예산은 11조원”이라고 말했다. 새만금 신항만(3조2476억원),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1조9241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새만금 공항 건설엔 8077억원이 든다. 국제공항·신항만 건설 등 일부 사업은 잼버리 이후에도 진행 중이다.
여당과 시민단체 일각에선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 공동행동은 최근 “잼버리를 명분으로 예타를 면제한 신공항 건설공사 입찰을 취소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전북은 잼버리를 핑계로 지역 SOC 사업 예산을 더 많이, 더 빨리 끌어가는 데만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
공항 건설→만성 적자 ‘도돌이표’
사실 지방공항 문제는 새만금에 국한된 게 아니다. 선거 표심(票心)을 노리고 정치권과 지자체가 앞 다퉈 사업을 유치하고, 개항 이후엔 혈세 낭비로 끝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전국 15개 공항 중 인천ㆍ제주ㆍ김포ㆍ김해ㆍ대구공항 5곳을 제외하곤 모두 만성적인 적자다. 예컨대 매년 220억원 이상의 운영비가 들어가는 전남 무안공항의 지난해 매출은 20억원이다. 앞서 예천공항은 이용객이 없어 문을 닫았다.
플라이강원이 국제선에 이어 국내선 운항을 중단한 5월 20일 양양국제공항 국내선 체크인 카운터에 불이 꺼져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예타 면제 사업비 7년 전보다 12배↑
잼버리를 계기로 선심성 예타 면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예타 면제 사업 총사업비는 ▶2015년 1조4000억원 ▶2016년 2조8000억원 ▶2017년 17조6000억원 ▶2018년 12조9000억원이었다. 2019년과 2020년엔 예타 면제 사업비가 각각 36조원(사업수 47개), 30조원(31개)으로 크게 튀었는데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지방 예타 사업이 급증해서다. 지난해에는 17조2000억원(26개)을 기록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
올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 4월 대구경북(TK) 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신공항 건설과 개발을 신속 추진한다는 목적으로 정부 재정 지원과 예타 면제를 법으로 규정했다. 대구시가 추정한 예상 사업비는 11조4000억원이다. 지난해엔 13조7000억원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예타를 면제받았다.
━
포괄적 해석 가능한 예타 면제 기준
국가재정법엔 예타 면제 기준이 있다지만, 모호한 조항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균형발전, 긴급한 경제‧사회적 상황 대응 등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이라는 면제 기준은 해석에 따라 사실상 모든 사업에 적용 가능해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예타를 면제할 수 있게 해주는 기준”이라며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일인 만큼 예타 면제는 극히 예외적으로만 해야 한다. 지역 간 나눠먹기 행태는 문제”라고 말했다.
예타 면제 기준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완화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올라가있다. 앞서 국회 기재위 소위원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개정안이 통과되면서다. 총선용이라는 비판에 일단 제동이 걸리긴 했으나, 통과되더라고 500억~1000억원 사이 사업 중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이 우후죽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