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 인근에서 경찰 병력이 순찰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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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살인예고글'이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올라오는 등 국민적 불안감이 극에 달한 가운데 '각자도생하라'는 현직 경찰관의 글이 주목된다. 그간 경찰이 공무집행 중 물리력을 행사하자 과잉진압이라는 이유로 수억대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휘말렸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청 소속이라고 밝힌 글 작성자 A씨는 4일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글에서 "칼부림 사건으로 피해 보신 분들, 잘 치료받아 건강해지시길 바라고 위로의 말씀을 먼저 드린다"며 "앞으로 묻지 마 범죄 등 엽기적인 범죄가 늘어날 것 같은데, 이대로는 경찰에도 방법이 없다"고 했다.
문제를 해결하러 나선 경찰들이 과잉진압이라는 이유로 결국 배상 소송의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A씨는 "거기에 범죄자 인권 지키려 경찰들 죽어 나간다. 공무원 중 자살률 1위 경찰은 더 이상 못 버티겠다. 국민은 각자도생해라"고 토로했다.
테이저건.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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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과거 경찰이 과잉 진압을 이유로 소송에 휘말린 사건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A씨에 따르면 '낫 들고 덤비는 사람한테 총 쏴서 형사 사건은 무죄가 났는데도 민사소송에서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 '피해자를 칼로 찌르고 달아난 사람에게 총을 쏘자 형사에선 무죄가 됐지만, 정확히 허벅지를 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민사에서 7800만원 배상하라는 판례', '흉기 난동범에게 테이저건을 쏘자 피의자가 넘어져 스스로 자기가 들던 흉기에 찔렸는데 자빠지는 방향까지 고려해야 했다며 수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례' 등이 소개됐다.
A씨는 "경찰 지휘부는 매번 총기 사용 매뉴얼이니 적극적으로 총 쏴라 이빨만 털지 소송 들어오면 나 몰라라 하는 거 우리가 한두 번 보나"며 "범죄자 상대하면서 소송당하고 심지어 무죄 받고도 민사 수천 수억씩 물어주는 게 정상적인 나라냐"고 비난했다. 과잉진압이라는 이유로 배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어 경찰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개정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시행됐다. 개정안은 범죄가 행해지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범죄 예방 또는 진압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줘도 정상을 참작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경찰들 사이에선 법안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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