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선거제 개혁

“30명은 되고 31명은 왜 안돼” 선거법 개정놓고 시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헌법불합치 선거법 개정 논의중
선거기간 30인 초과모임 금지안
선관위 “일일이 인원확인 불가
금지 집회인지 판단 어려워”

재보궐 임박해 이달안 개정 시급
시한 넘기면 법 실효돼 ‘공백사태’


선거기간에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모임을 개최할 경우 30명까지만 허용하도록 모임 규정을 완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할 경우 오는 10월 예정된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 현장부터 당장 일대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온 선거법 개정안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집회나 모임의 경우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야유회 및 참가 인원이 30명을 초과하는 집회나 모임의 개최만을 한정적으로 금지한다’는 것이다. 특정된 5개 형태 외의 모임에 대해선 30명까지는 모임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에서 “5가지 이름으로 모임을 하면 30인이어도 안 되고, 다른 이름으로 30인으로 하는 것은 허용된다는 합리적 기준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동창회라는 것은 같은 기수여야 하는 것이냐”라며 “그러면 어느 고등학교 같은 기수 26명이 모이고 선배 1명 끼면 동창회가 아니라 괜찮은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회의에 함께 참석한 선관위 측은 이런 장 의원의 지적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못했다.

야당인 권칠승 민주당 의원도 “만약 향우회인데 선거에 영향을 안 미치는 그냥 모임이면 관계없는 것”이라며 “왜 이렇게 (5개 모임을) 특정했나. 그냥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30명 초과 집회나 모임이 안 된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말했다.

선관위는 이 기준이 실제 현장에 적용될 경우 상당한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철훈 선관위 사무차장은 법안소위에서 “참석 인원이 30명 이내에 해당하는지 저희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특히 옥외에서 집회하는 경우 시작할 때, 중간, 끝날 때 참석 인원수가 달라지면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금지 집회에 해당하는지 판단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같은 난맥상을 반영해 지난 1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해당 선거법 개정안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이달 말까지 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기존 위헌 판정을 받은 법이 실효돼 입법 공백이 발생하는 만큼 정개특위 법안 대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현행 선거법에는 ‘누구든지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향우회·종친회·동창회·단합대회 또는 야유회, 그 밖의 집회나 모임을 개최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지난 해 정치 집회를 전면 금지하는 현행 규정이 집회·정치적 표현·선거 운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런 난맥상은 정개특위가 충분한 논의를 하지 못하고 법사위로 법안을 넘긴 탓이 크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정개특위에서 합의점을 찾을 수 없어서 어느 쪽으로든 논리적으로 일관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로 법안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30인 기준’이 도출된 과정도 깜깜이였다. 정개특위 법안1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30인 기준은 회의 내내 거론되지 않다가 개정안을 의결하는 최종 회의 때 갑자기 등장해 선관위에 통보하듯 전달됐다. 법안 논의 과정에 참여한 한 의원은 “뚜렷한 기준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 정도가 선관위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라는 판단에 여야가 논의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개특위는 오는 26일로 예정된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선거법 개정안을 추가로 논의해 의결한 뒤 이달 안에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기존 위헌법 실효가 임박한 만큼 정개특위에서 결정한 법안 대로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