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사업권 논란에 3기 신도시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사진은 하남교산 지역 전경.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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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하남교산지구 지역 주민들이 철거공사 사업권을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요구하고 나서며 철거 작업이 6개월째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남교산뿐 아니라 다른 공공택지에서도 이 같은 주민들 요구가 이어질 경우 3기 신도시 전체 입주가 줄줄이 미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GH는 지난 1월 하남교산 지장물 해체공사 입찰공고를 냈지만 돌연 한 달 뒤 공고를 취소했다. 이유는 하남교산 주민생태조합이 GH에 철거권을 수의계약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이런 요구를 할 수 있게 된 건 지난해 7월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중 주민 지원 대책과 관련한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공공주택사업자가 분묘 이장, 수목 벌채, 지장물 철거 등 주민 생활을 위해 시장 및 군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고시하는 사업을 지역 주민 단체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하남교산 지역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철거권을 수의계약해 달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하남교산지구 철거공사 규모는 1-1공구 약 120억원, 1-2공구 약 90억원으로 총사업비는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들은 경기도 수원시 GH 본사 앞에서 집회를 벌이는 한편, 이달 들어 김세용 GH 사장이 거주하는 아파트단지까지 찾아가 꽹과리와 북 등을 동원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치 서울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설계 변경을 요구하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였던 것과 유사한 행태다.
GH는 철거공사의 경우 안전사고 위험이 큰 만큼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주민 단체는 관련한 경험과 실적이 부족해 철거공사의 운영 및 관리 측면에서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6월 발생한 광주시 학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의 경우 불법 철거와 무리한 해체 방식이 원인이 된 바 있다.
GH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 생계를 위해 하남교산 사업지구 내 건축 예정인 공공건축물 관리용역을 주민생태조합에 위탁하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며 "철거공사를 지역 주민에게 위탁할 경우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고, 사고 책임은 발주자인 GH도 함께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하남교산지구의 철거 사업 갈등은 다른 공공택지에서도 유사하게 발생할 수 있어 주목도가 높다. 만약 이번에 하남교산 지역 주민들 주문대로 철거 사업권이 수의계약된다면 다른 지역 주민들도 같은 요구를 발주처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거업체를 선정해야 하는 GH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이 같은 갈등이 장기화되며 공사가 줄줄이 미뤄져 입주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GH 관계자는 "입찰공고가 취소된 뒤 6개월째 철거공사가 지연되고 있다"며 "본단지 조성공사, 문화재 조사 착수 등에도 영향을 줘 3기 신도시 조성 사업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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