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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미술의 세계

'만화의 신' 김성모 떴다…어반브레이크 사전 행사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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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에서 지난 7일 열린 어반브레이크 프리뷰 팝업 전경. 현대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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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5층. 여자친구의 손에 이끌려 백화점을 걷던 한 남성의 눈이 번쩍 뜨였다. 주객이 전도돼 여자친구를 이끌고 그가 줄을 선 곳은 '만신(만화의 신)'이라 불리는 김성모 만화가(54)의 사인회였다. 그렇게 그림과 곁들여 사인을 획득한 이재훈 씨는 "현대미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은 아니고 평소에 웹툰을 좋아하는데 유명한 김성모 작가님을 만나 기뻤다"며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캐릭터를 그려내는 그 속도가 신기하더라. 진짜 예술이다"며 웃었다.

이날 열린 김성모 만화가의 사인회는 오는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개막해 16일까지 열리는 아시아 최대 어반·스트리트 아트 축제 '어반브레이크 2023'을 앞두고 열린 프리뷰 행사의 일환이었다. 어반브레이크 2023의 공식 후원사로 나선 현대백화점은 '그라피티(graffiti·길거리 벽면에 낙서처럼 그리는 그림)' 등 과거 비주류로 치부되던 거리 예술을 수면으로 끌어올려온 행사의 취지에 걸맞게 만화와 웹툰을 백화점 내부로 끌어들이기로 했다.

실제로 어반브레이크는 2020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기 시작한 뒤 지난해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동근, '그해 우리는-초여름이 좋아'의 한경찰, '내일'의 라마, '선천적 얼간이들'의 가스파드 등 웹툰 작가 기획전을 열었고, 기안84 작가 역시 개인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도 어반브레이크는 박태준 만화가의 외모지상주의전과 김성모 만화가의 럭키짱전을 특별전으로 열 예정이다. 기안84, 주호민, 이말년 등 동료 작가 15명이 재창조한 그림을 원작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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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브레이크 사인회에서 팬들을 만난 김성모 만화가. 현대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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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반브레이크를 개최하는 장원철 어반컴플렉스 대표는"종이 만화와 웹툰 역시 훌륭한 시각 예술의 한 장르"라며 "많은 관객이 흥미롭게 즐겨주실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첫해부터 1만5000명의 관객을 모았던 어반브레이크는 2021년 4만명, 2022년 5만명이 방문했기에 올해 역시 수많은 관객을 예상하고 있다.

이날 현대백화점에는 김성모 만화가의 사인회가 열리기 전부터 그가 그동안 그렸던 '대털' '럭키짱' 등 인기 만화들의 원화는 물론이고 미키 마우스를 살짝 비틀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카우스(KAWS)' 캐릭터의 아트 토이들까지 함께 전시되며 쇼핑하러 왔던 이들의 눈길을 함께 끌기도 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은 그동안 문화예술 시장 저변 확대에 집중해왔던 만큼 젊은 층도 쉽고 즐겁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메세나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며 "더현대 서울과 더현대 대구에서 이미 예술 전시 공간을 만들어 호평을 받은 것처럼 전국 16개 전체 점포에 '아트 스폿'을 순차적으로 조성해 고객들에게 365일 예술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최고 유행어인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가 쓰인 티셔츠를 입고 사인회장에 등장한 김성모 만화가 역시 어반브레이크와 팬사인회에 참가하는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어느덧 만화를 그린 지 30년이 됐는데 제 만화를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보답하는 의미에서 사인회도, 원화 판매도 하게 됐다"고 입을 뗐다. 김성모 만화가는 만화가 유해 매체로 분류되던 시절부터 만화가로 활동하며 수많은 '밈(meme·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의 아버지가 됐고, 최근에는 웹툰 등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거리의 화가로 알려진 뱅크시가 사상적인 면에서 멋지고 특이하다고 생각해왔다. 우리 젊은 만화가들도 시간이 지나며 감각이나 사상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프리뷰 전시에서는 김성모 만화가의 대털에 나온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원화에 5000만원의 가격이 매겨져 지나는 이들의 관심을 얻기도 했다. 그는 "사실 그 원화는 판매를 실제로 하려고 처음부터 생각했던 것은 아닌데 제 원고에서 파생된 유행어들이 있어서 원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궁금하다"며 "제가 아직 철이 안 들어서 기존 만화 외에 웹툰 등 이것저것 시도도 하고 젊은 작가들과도 교류하다 보니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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