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의원들, 수낵 총리에 "반드시 막아야"
英 대신 자꾸 EU 편드는 美 행정부에도 분통
앞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후임자가 되길 원했던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미국과 프랑스 등의 반대로 낙마하고 말았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 나토 새 사무총장이 되길 간절히 원했으나 미국과 프랑스의 반대 속에 좌절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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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집권당인 보수당 의원들 일부가 리시 수낵 영국 총리한테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나토 사무총장이 되는 것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은 2021년 1월1일을 기해 브렉시트를 단행하고 EU에서 탈퇴한 상태다.
영국인들, 특히 보수 진영은 EU가 영국의 주권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경제적으로도 큰 손해를 입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브렉시트 과정에서 영국령 북아일랜드 지역에 EU가 무리한 개입을 했다고 여긴다. 북아일랜드는 영국 땅이긴 하지만 경제적·문화적으로 영국보다 인접한 아일랜드와 더 가깝다. 바로 이 점을 들어 EU는 브랙시트 이후에도 북아일랜드는 계속 EU 역내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영국은 마지못해 이를 받아들였다.
지금도 보수 진영 일각에는 ‘EU와 북아일랜드로 인해 영국의 브렉시트가 불완전해졌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런 마당에 브렉시트 협상 당시 반영(反英) 기조를 확고히 하며 영국 정부를 압박했던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차기 나토 수장에 오른다는 외신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4년이면 출범 75주년이 되는 나토에 이제는 여성 수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EU 수장에 오를 때 적극 지원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차기 나토 사무총장으로 그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은 올해 3월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의 모습. 워싱턴=AFP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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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영국을 자극한 대목은 후임 나토 사무총장직을 간절히 원했던 월리스 국방장관이 바로 미국·프랑스의 반대로 좌절했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월리스 장관이 유력 후보로 부상하자 ‘각료급보다는 대통령이나 총리를 지낸 인물이 나토 수장에 적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나토 사무총장은 EU 회원국에서 배출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을 겨냥한 조치로 풀이됐다.
이처럼 나토 새 사무총장을 정하는 문제로 영국과 미국 간에 균열이 불거진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9일부터 영국을 방문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을 알현하고 수낵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미국을 향해 잔뜩 뿔이 난 영국을 바이든 대통령이 어떻게 달랠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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