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유지 교수 겨냥 “한일 이간질” 비난한 시민단체 대표··· 법원 “500만원 배상”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군 위안부 관련 문제로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를 공개 비판한 시민단체 대표에게 법원이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7단독 박창우 판사는 호사카 교수가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 등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로 총 6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2일 밝혔다.

호사카 교수는 2020년 3월 저서 ‘신친일파’를 출간했다. 2012년에 아베 신조 총리가 2차 집권에 성공한 이후로 일본 정계에선 일본군 위안부, 독도, 강제징용 문제 등과 관련된 극우적 발언이 자주 등장하고 반한·혐한 분위기도 일부 조성됐는데, 이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김 대표 등은 같은 해 1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집회나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호사카 교수를 비난하거나 ‘신친일파’ 내용을 반박했다. 이들은 호사카 교수가 재직 중인 세종대 정문 앞에서 ‘위안부 진실을 왜곡해 한일관계를 파탄내는 호사카 교수는 이간질을 중단하고 한국을 떠나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호사카 교수는 이들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했다며 85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호사카 교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예컨대 “호사카 교수는 근거 없이 위안부가 강제동원됐다고 주장한다”고 한 김 대표의 글을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호사카 교수가 “법령이나 관련 자료를 견강부회했다”거나 “명색이 대학교수인데 타 연구자를 상대로 비난하는 일에 치우쳐 있다”고 한 글도 비난에 대한 정당한 근거가 없어 허위사실 적시나 모욕성 발언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일부 피고가 세종대 정문 앞에서 ‘신친일파’를 짓밟고 오줌을 누는 퍼포먼스를 한 것이나, 호사카 교수를 “역사왜곡 대리인”이라 부르며 “이실직고 후 할복자살하라”고 글을 쓴 것에 대해선 진지한 해악의 고지가 없어 협박이나 모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대표 등의 발언들로 인해 “진실이나 과거를 탐구하는 대학교수이자 학자로서 원고가 갖고 있는 인격권이 침해됐다”고 했다. 다만 표현이나 사상의 자유 관점에서 일부 사정을 참작해 김 대표는 500만원을, 나머지 피고들은 각 5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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