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에서 음식과 요리는 시대를 불문하고 꾸준히 사랑받아 온 주요 소재 중 하나다. 만화 속에서 요리사가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음식을 본 독자들은 그 맛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파블로프의 개가 된 것처럼 군침을 흘린다. 이제 만화를 즐기는 방식이 종이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면서 더 많은 웹툰에서 다양한 음식을 소개하며 만화 애호가들의 미식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2018년 학원물 '요리GO'로 데뷔해 4년간의 연재를 마무리 짓고 지난 2월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신작 '별난식당'을 연재하고 있는 HO9 작가(34·사진)도 요리와 음식을 다룬 만화에 진심인 웹툰 작가 중 한 명이다.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저는 요리 만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HO9 작가는 예상치 못한 발언으로 자기소개를 이어갔다.
"제가 요리학교 출신이거든요. 하루 종일 요리를 배우는데 쉴 때 보는 만화에서까지 요리를 보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만화 속에서 그려지는 요리사가 현실적이지 않다고 느끼기도 했고요. 그런 괴리감이 싫어서 요리 만화를 선호하지 않았는데, 결국 제가 그리게 됐죠(웃음)."
실제로 그의 작품 속에는 한국조리과학고 재학 시절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요리GO'와 '별난식당'의 공통된 주인공인 '한별'은 요리 문외한으로 요리고등학교에 입학해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특급호텔 레스토랑의 최연소 팀장으로 성장해 이름을 알리는 인물이다. 작가가 학교에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현실성을 더하며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웹툰 '별난식당'. 네이버웹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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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별은 제 경험이 많이 투영된 캐릭터지만, 실제 저와는 다른 점이 많아요. 저는 요리사가 창의적인 직업일 것이라 기대했지만, 같은 일을 오랜 기간 묵묵히 해내야만 제가 생각했던 모습으로 일할 수 있겠더라고요. 제가 요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딱 여기까지구나 하는 생각에 요리사의 꿈을 접게 됐죠."
고교 졸업 후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며 식품연구원을 준비하던 그는 평생 가슴속에 간직했던 만화가의 꿈을 꺼내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홀로 2년을 독학하다가 평소 팬이었던 '용감한 시민'의 김정현 작가를 만나 가르침을 받은 그는 2017년 네이버웹툰 도전만화에 올린 '요리GO'가 화제를 모으며 정식 작가로 데뷔하는 기회를 얻었다.
"그림을 안 그렸다면 안정적인 삶을 살았겠지요. 하지만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표현하지 않고 죽으면 너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변에서는 그림을 취미나 부업으로 할 수 있지 않냐고 걱정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제가 꿈꾸던 창의적인 삶은 그림을 통해서만 이뤄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별난식당'에서는 한별이 호텔 레스토랑을 나와 가난한 동네에 차린 식당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별이 매일 다르게 선보이는 음식은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사연과 어우러지며 읽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한별이 요리사로 성공하고 어린 시절 가난했던 과거를 돌아보게 돼요. 만약 그때 한 명이라도 위로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인생이 바뀌지 않았을까 기대하면서 식당을 열게 돼요. 어떤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주변을 돌볼 수 있는 한별을 그리면서 저도 본받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그는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웹툰 작가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에 퍼주는 걸 좋아해서 별명이 '호구'였어요. 제 필명도 거기서 가져온 거고요. 앞으로도 제 꿈과 행복을 독자분들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 호구'가 되고 싶습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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