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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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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옹테크, 佛오픈 女단식 2연패...사실상 시작된 ‘이가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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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옹테크, 프랑스오픈 우승...통산 3회 정상

“내 힘과 능력에 대해 다시 의심하지 않을 것”

61주째 세계 1위...‘이가 시대’ 열렸다는 평가

한순간을 장식한 여자 테니스 선수는 셀 수 없이 많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이는 손에 꼽는다. ‘이가 시대(Iga Era)’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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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시비옹테크가 1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카롤리나 무호바(27·체코·43위)를 세트스코어 2대1(6-2 5-7 6-4)로 제압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든 채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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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테니스 세계 1위 이가 시비옹테크(22·폴란드)가 올해 두 번째 테니스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너무 세차게 흔들어 트로피 뚜껑이 떨어지는 일도 있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뚜껑을 벗긴 채 더욱 맹렬하게 기쁨의 순간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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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시비옹테크가 1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세차게 흔들다 트로피 뚜껑이 떨어지는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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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거운 결승전 되나 했지만...2시간 46분 혈투

시비옹테크는 1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카롤리나 무호바(27·체코·43위)를 세트스코어 2대1(6-2 5-7 6-4)로 제압했다. 2시간 46분 만에 우승을 확정짓자 라켓을 떨어뜨리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한동안 주저앉아 흐느꼈다. 무호바와 포옹을 나눈 뒤엔 관중석에 있는 가족과 코치진을 향해 달려가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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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시비옹테크가 1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포핸드 스트로크를 날리고 있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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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락호락하지 않은 접전을 벌였다. 상대 첫 서브 게임부터 브레이크(break)한 뒤 1세트를 6-2로 따냈을 때만 해도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다. 2세트에서 3-0까지 격차를 벌렸을 땐 싱거운 결승전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2세트를 결국 5-7로 빼앗기며 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세트를 내준 시비옹테크는 3세트 3-3에서도 먼저 브레이크를 당해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작년 대회 우승자의 관록이 있었다. 시비옹테크는 4-4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침착하게 지켜낸 뒤 이어진 무호바의 서브 게임을 가져오며 끝내 웃었다. 이날 시비옹테크는 서브에이스(1-6)와 공격 성공 횟수인 위너(19-30) 등 공격 수치에선 다소 무호바에게 밀렸지만, 범실(27-38)을 적게 저지르고 강점인 수비 능력과 드넓게 코트를 커버하는 전방위적인 풋워크를 앞세워 끝내 웃었다.

트로피를 받아든 시비옹테크는 “성적에 상관없이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이곳은 내가 (여자 프로테니스) 투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무호바의 팔색조 실력에 놀랐다. 앞으로 그와 더욱 많은 결승전을 치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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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시비옹테크(왼쪽)가 1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우승한 뒤 열린 시상식에서 카롤리나 무호바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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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장 확실한 시비옹테크...61주째 ‘이가 시대’

1988 서울올림픽에 폴란드 조정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아버지 토마스의 운동 신경을 물려받은 시비옹테크는 2020년 프랑스오픈에서 19세의 나이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맛보며 여자 테니스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시 폴란드 최초의 메이저 대회 챔피언으로 이름을 남겨 대통령이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무섭게 성장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과 US오픈까지 제패하며 최근 여자 테니스 최강자의 자리를 굳히며 ‘이가 시대’를 열고 있다. 그는 작년 4월 세계 1위에 올라 61주(약 14개월)째 이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학업에 열중하며 벡터함수 미적분 같은 고급 수학을 테니스만큼 좋아했던 시비옹테크는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거침없는 모습으로도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이날 모자에 이웃 나라 우크라이나의 국기 색깔로 된 리본을 착용하고,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벤치에서 상의를 갈아입기도 했다. 우승 소감에선 “내 팀을 너무 힘들게 했다”면서 “골칫거리로 굴어 미안하다”고 했는데, 영어로 ‘골칫거리’를 말하며 욕설에 해당하는 부분은 자연스럽게 흐려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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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시비옹테크의 한 팬이 1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프랑스오픈의 또 다른 명칭인 '롤랑 가로스(Roland Garros)' 대신 언어유희가 가미된 '폴란드 가로스(Poland Garros)'가 적힌 종이를 들고 응원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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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과 2022년에 이어 올해까지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을 제패한 시비옹테크는 프랑스오픈에서 통산 28승2패라는 호성적을 올리고 있다.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2연패도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우승한 쥐스틴 에냉(41·벨기에) 이후 16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또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 가운데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을 4회 이상 달성한 선수는 시비옹테크, 비너스 윌리엄스(43·미국·701위), 오사카 나오미(26·일본·404위) 세 명이 전부다. 다만 윌리엄스는 사실상 은퇴를 앞두고 있고, 이번 달 또는 내달 출산 예정인 오사카 역시 복귀 여부가 불투명하다. 앞으로 ‘이가 시대’가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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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시비옹테크가 10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우승한 뒤 팬들의 셀프 카메라에 임하는 모습.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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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옹테크는 “올해 클레이코트 시즌을 잘 마쳤다. 내 힘과 능력에 대해 다시 의심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 “엄청난 기록을 염두에 두며 내 자신을 몰아붙이고 싶진 않다. 매일매일 최고의 경기를 하고 발전하는 선수가 되도록 냉정하게 나아가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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