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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지적장애 이모 일 안한다며 때려 살해한 여조카…징역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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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방치된 채 숨져…조카는 신고 안하고 CCTV 삭제

항소서 살해 고의성 다퉈…1심 징역 25년에서 5년 감형

뉴스1

광주 고등법원./뉴스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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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지적장애를 겪는 이모가 제대로 모텔 일을 하지 않는다며 때려 숨지게 한 30대 여조카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광주고법 제2-1형사부(재판장 박정훈)는 살인,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 받은 A씨(37·여)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14일 오전 10시53분쯤 전남 여수의 한 모텔에서 지적장애 이모 B씨(59·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왜소한 체격에 7세 수준의 지능을 가졌고, 함께 지낼 가족과 주거지가 없어 자매인 A씨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이 모텔에서 약 17년 전부터 허드렛일을 도우며 살았다.

A씨는 해외 유학생활을 하다 2021년쯤 귀국, 이 모텔에서 살며 운영을 도왔다.

문제는 2022년 5월3일쯤 A씨의 어머니가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평소 이모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던 A씨는 그에게 혼자 3층 규모의 모텔 객실 전체를 청소하도록 시켰다. B씨가 자신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을 때에는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A씨는 사건 당일에도 모텔 계단에서 B씨의 등과 머리, 뺨, 가슴 등 온몸을 11차례 폭행했다.

그는 반복적인 폭행에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B씨를 추가적으로 때렸고, 하루 뒤에 B씨가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알고도 방치했다.

결국 B씨는 폭행 당한지 나흘째인 5월17일 오후 9시쯤 누구의 구조나 도움도 받지 못한채 모텔 이불 보관실에서 숨을 거뒀다.

A씨와 가족들은 이모가 숨진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 범행이 발각될까 두려웠다는 이유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평소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피해자가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습적으로 폭행해 사망하게 했다. 살해 동기가 없었어도 상습 폭행으로 사망 결과를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가 느꼈을 슬픔과 공포는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며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살해 의도가 없었고 양형이 부당하며 항소했다.

다시 관련 증거자료들을 살펴본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살인의 고의성 자체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평소 모텔 일에 스트레스를 느껴온 A씨는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할 만큼 피해자의 노동이 필요했다. 여러 점을 살펴볼 때 살해를 위해 폭행을 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나 A씨는 자신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위중한 상태였음을 알았는데도 방치했다. 병원 이송 조치가 이뤄졌다면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의 폭행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119에 신고하지 않고 피해자를 방치한 건 미필적으로나마 살인 고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지적장애를 앓는 가족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에 힘써야 했음에도 느리게 일한다는 이유로 무자비하게 때리고 노동을 강요했다. A씨의 사망 이후에는 CCTV를 모두 삭제하는 등 범행 정황이 좋지 않다. 피고인이 초범이고 현재 건강이 좋지 않은 점, 살해 고의성 여부 등을 종합해 형을 정한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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