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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절실했던 이의리, 투수가 1루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 순간, 에이스 책임감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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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투수도 공을 던진 뒤로는 엄연히 자신의 책임 수비 범위가 있는 야수가 된다. 수비가 좋은 투수, 그렇지 않은 투수의 차이는 현장에서 꽤 크게 갈린다. “기본적인 수비도 잘 못하는 투수는 S급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캠프 때, 그리고 시즌 중간에서 투수들이 수비 훈련을 지속적으로 하는 이유다. 하지만 여기서 몸을 날리는 것까지 주문하지는 않는다. 야수들이 평소 몸을 날리는 일이 많아 이런 플레이에 비교적 익숙하지만, 투수들은 그렇지 않다. 잘못 몸을 날렸다가는 오히려 다치기 쉽고, 잘못하면 던지는 어깨나 손목 쪽에 큰 손상이 갈 수도 있다. 오히려 그런 수비는 자제시키는 게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KIA 차세대 에이스 이의리(21)도 그렇게 교육 받은 선수였다. 그런데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몸을 날리는 플레이가 나와 눈길을 사로잡았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지,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3-3으로 맞선 4회였다. 이의리는 1사 후 김재호에게 우중간 안타, 그리고 강승호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1사 1,2루에 몰렸다. 그리고 여기서 정수빈이 타석에 들어섰다. 정수빈의 빗맞은 타구는 1루수와 투수 사이로 굴렀다. 발이 빠른 정수빈임을 고려하면 2루수가 잡기에는 한참 늦을 타구였고, 1루수는 베이스에 있어야 했다.

이를 직감한 투수 이의리가 나섰다. 글러브를 오른손에 끼고 있는 이의리에게는 시간이 없었고, 이를 글러브 토스하는 과정에서 자동적으로 몸을 날리게 됐다. 타자 주자 정수빈과 투수 이의리가 나란히 몸을 날리는 진풍경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의리도 의도하지는 않은 플레이였지만, 어쨌든 찰나의 순간에 판정이 갈릴 판이었다.

최초 판정은 세이프였지만, KIA는 비디오 판독 끝에 이 판정을 뒤집었다. 이의리가 몸을 날려 글러브 토스를 하지 않았다면 100% 세이프였다. 1사 만루가 될 상황이 이의리의 호수비로 2사 2,3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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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날린 직후라 KIA 벤치에는 비상이 걸렸다. 자칫 투구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다. 라인만 넘어가지 않았을 뿐 정명원 투수코치가 애타게 이의리의 상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몇 차례 연습 투구를 한 이의리는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고, 다음 타자 김대한을 삼진으로 처리하고 이닝의 문을 닫았다.

직전 이닝인 3회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던 이의리였다. 2회까지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이른바 ‘볼질’도 없었다. 2이닝을 퍼펙트로 처리했다. 하지만 2-0으로 앞선 3회 김재호에게 좌전 안타를 맞은 뒤 강승호에게 볼넷, 정수빈에게 투수 앞 내야 안타를 허용해 무사 만루에 몰렸다. 1사 후 이유찬 양의지에게 연속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이의리가 무너지는 전형적인 유형의 경기처럼 보였다.

피해가려는 게 아니었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했다. 투수와 포수의 마음 모두 같았다. 그러나 힘이 너무 들어간 듯 제구가 안 됐다. 공이 날렸고, 두산 타자들은 굳이 방망이를 낼 필요가 없었다. 결국 2-2, 1사 만루에서 양석환에게 큼지막한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내주고 역전을 허용했다. 투구 수도 많이 불어났다. 그 직후 4회 위기 상황을 호수비로 막아낸 것이다.

사실 이의리도 이날 경기를 앞두고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법했다. 연일 접전으로 불펜이 지쳐 있었다. 핵심 자원인 최지민은 아예 휴식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3회 투구 내용은 스스로에게도 실망이었을 것이고, 4회에는 반드시 상황을 막아내고 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보였다. 이의리도 경기 후 “그 상황이 승부처라고 생각했다” 되돌아봤다. 그런 의지는 글러브 토스로 이어졌고, 이의리는 5회와 6회를 깔끔하게 막아내고 6이닝 3실점 투구로 경기를 마쳤다.

이의리는 리그 최고의 구위를 가진 좌완이다.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풍부하고, KIA로서는 반드시 그래야 하는 선수다. 에이스는 팬들과 구단의 기대를 지속적으로 충족했을 때 붙는 딱지다. 가령 불펜이 지친 이날 같은 경우는 완벽한 투구보다는 최소한의 실점으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다. 이의리의 올 시즌 투구는 아직 그 단계까지는 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날 보여준 혼신의 글러브 토스는, 그 길을 향해 조금씩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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