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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구의원도 “이 사람이 돌려차기 가해자”… 사적제재 논란, 처벌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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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이(혹은 유튜버 카라큘라가) 공개한 부산 돌려차기 범인의 사진과 신상정보. 실제 페이스북에서는 사진과 신상정보에 모자이크를 하지 않았다. /김 의원 페이스북


한 유튜버가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개인 신상정보를 공개하면서 사적 제재 논란이 불거졌다. 이 가운데 구의원까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해자 신상을 알리면서 같은 논란이 또 한번 일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개인이 신상공개를 하는 것은 설령 주체가 피해자일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은 9일 페이스북에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A씨의 얼굴 사진, 나이, 이름, 체격 등 신상정보를 올렸다. 김 의원은 공개 이유에 대해 “혹시나 출소 후 강서구에 올까 봐 ‘공익 목적’으로 일부 신상을 공개한다”고 했다. 이어 “저는 A씨 신상공개로 ‘영리’(營利)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오로지 구민의 안전을 위한 공익 목적임을 밝힌다”고 했다.

사적 제재 논란의 발단이 된 유튜버가 언급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유튜버 개인이 신상공개에 대한 처벌을 감내하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는 그래도 구민의 대표이기 때문에 공익 목적에 맞게 직접 공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를 향해 “신상공개로 고소를 진행하겠다면, 개인 유튜버가 아닌 의원인 저를 직접 고소하라”며 “이런 소송은 언제든지 감내하겠다”고 했다.

앞서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가 지난 2일 A씨 신상을 공개하면서 처음 사적 제재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카라큘라는 신상정보뿐만 아니라 2006년부터 최근까지 A씨 전과 기록도 상세하게 나열했다. 카라큘라는 “유튜버가 무단으로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도를 넘은 사적 제재 행위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분명히 있다”면서도 “신상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피해자가 평생 느낄 고통과 두려움을 분담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네티즌 반응은 뜨거웠다. 10일 기준 조회수 630만회를 넘었고, 댓글도 4만개 이상 달렸다. 대부분 신상공개에 동의한다는 반응이다. 후원금도 이어졌다. 이들은 “어려운 일인데 나서줘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린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너무 대단하고 고맙다” 등의 댓글을 남겼다. “딸 가진 아빠로서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 용기를 내줘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다만 엄연히 불법 행위임을 지적하며 사적 제재 논란을 우려하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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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카라큘라가 공개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신상 정보. 실제 영상에서는 사진과 신상정보가 모자이크 없이 공개됐다.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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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당시 CCTV 화면. /SBS '그것이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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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사적제재 논란… 전문가 판단은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신상공개를 어떻게 평가할까. 전문가들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봤을 때는 위법 소지가 분명히 있다고 봤다.

김성훈 변호사는 10일 YTN 뉴스와이드에서 “A씨 같은 사람에 대해 형사적 처벌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처벌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당연히 있을 수 있다”면서도 “사적 제재의 경우 정말로 나쁜 범인들을 처벌하거나 응징하는 걸로 사용될 수 있지만, 반대로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것들이 하나의 사례가 아니라 유행처럼 번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피해를 보는 사람마다 신상을 공개하면서 내용을 검증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손정혜 변호사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손 변호사는 “헌법재판소가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합헌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를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현행법적으로는 위법”이라고 YTN 더뉴스에 말했다. 손 변호사는 “사적 제재를 허용하다가는 개인과 개인 간에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뤄졌을 때 질서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며 “국가기관이나 공권력에 의한 수사도 오판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개인은 수사권도 없어 함부로 신상을 공개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했다.

◆ 부산 돌려차기 가해자, 신상공개 가능할까

법적으로 A씨 신상공개가 이뤄질 기회는 남아있다. A씨가 강간 등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아, 법원이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제49조, 제52조에 따라 신상정보 공개 명령을 내리는 상황이다. 이 경우 공개되는 정보는 ▲이름 ▲나이 ▲주소 및 실제거주지 ▲신체정보(키, 몸무게) ▲사진 ▲등록대상 성범죄 요지(판결일자, 죄명, 선고형량) ▲성폭력범죄 전과사실 ▲전자장치부착여부 총 8개다. 법무부 공개 명령에 따라 여성가족부가 성범죄자 알림e에 정보를 등록한다.

A씨 신상공개를 두고 여론이 찬성 쪽으로 기울었지만, 당장 이행할 수 없는 이유는 현재 재판 중이기 때문이다. 신상공개위원회는 재판 전 수사 단계에서만 개최할 수 있는데, 당시 경찰은 신상공개 대상이 아닌 중상해죄만 적용해 A씨를 검찰에 넘겼다. 신상공개는 특정강력범죄 혐의가 적용됐을 때만 가능하다. 중상해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기소 이후 A씨 혐의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해당하는 살인미수로 변경됐고, 항소심에서야 강간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최종 판결에서 강간살인미수 혐의가 인정되면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 비로소 신상공개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형사법 전문가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검찰 단계에서도 특강법 혐의가 적용되면 신상공개를 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승 박사는 10일 조선닷컴에 “본 사건은 경찰 단계에서는 중상해죄로 의율돼 신상공개 대상 범죄가 아니였다”며 “검찰 단계에서 살인미수죄가 적용돼 신상공개 대상이 된 만큼, 이럴 때도 신상공개 여부를 따져볼 수 있도록 법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재는 피고인 죄명이 강간살인미수로 변경됐기 때문에 확정 판결이 난다면 청소년보호법 제49조, 제52조에 따라 성범죄자알림e에서 가해자의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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