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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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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보다 발견한 붉은 혀 상처…설암 위험 두배 높이는 '이것'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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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에 생기는 암 바로 알기

중앙일보

유모(52)씨는 최근 거울을 보다 혀에 난 붉은 상처를 발견했다. 평상시 피곤하면 구내염이 잘 생기는 편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한 달이 지나도 증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통증까지 동반한 탓에 진통제를 복용하는 날도 잦아졌다. 결국 유씨는 뒤늦게 병원을 찾았고 검사 후 설암 판정을 받았다.

혀에도 암이 생긴다. 구강암의 약 30%를 차지하는 설암이다. 구강암은 혀, 볼 점막, 잇몸, 입천장, 턱뼈, 입술 등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이다. 설암의 경우 주로 50대 이상에서 발생하나 젊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최근에는 40대 이하 여성들에게서도 발병률이 늘어나는 추세며 20대에서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음식도 위험 요인으로 작용



설암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본다. 흡연과 음주, 좋지 않은 구강 위생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며 인유두종바이러스(HPV)로 인한 발생 사례도 존재한다. 맵거나 짠 음식, 탄 음식, 70도 이상의 뜨거운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생활습관도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대치과병원 구강내과 박희경 교수는 “이외에 백반증·홍반증 등도 구강암 발생 위험이 높은 잠재적 증상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설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완치율이 80~90%로 높고 혀의 기능을 대부분 보존할 수 있다.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된 뒤 질환을 발견하면 생존율은 약 20% 미만으로 뚝 떨어진다. 증상을 미리 알아두고 징후가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설암이 잘 생기는 부위는 혀 중심부에서 뒤쪽 바깥 부분이다. 만약 동일한 위치에 지속해서 통증이 있다면 설암을 의심해 봐야 한다. 붉은 주변부를 가진 상처가 생기거나 도톰하게 튀어 올라온 부분이 만져질 때도 마찬가지다.

때로는 혀에 이상이 생겨도 유씨처럼 구내염이라 착각해 방치하는 사례도 있다.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김동영 교수는 “단순 구내염은 보통 1주일 이내 상태가 회복되지만 설암은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다”면서 “적어도 2주 이상 증상이 지속할 때는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설암 진단에는 조직 검사가 활용된다. 이상 부위를 떼서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부위를 부분 마취해 떼고 꿰매는 데 10분 내외의 시간이 걸리고 검사 후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



금연·금주하고 구강 정기 검진



설암 치료에는 수술, 방사선, 항암 치료 등이 활용된다. 설암의 발병 위치와 크기, 전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치료 방법을 결정하게 된다. 부위를 절제할 때는 혀의 기능 회복을 위해 재건 수술도 뒤따를 수 있다. 일정 단계 이상 진행된 설암으로 혀의 큰 기능 상실이 예상되거나 전이가 확인되면 항암 치료를 선행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혀를 얼마만큼 절제할지는 육안으로 시진하고 촉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을 통해 판단한다”고 했다. 그는 “재건술 시 과거에는 팔목 살을 많이 썼는데 요즘에는 허벅지 피부를 주로 이식해 쓴다”며 “허벅지 피부가 두껍고 피부 이식 과정에서 생긴 흉터를 가리기에도 더 낫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가수나 아나운서처럼 또렷한 발음과 정확한 전달력이 중요한 직업을 가진 이들을 제외하고 1~2기 초기 암 환자는 수술 후 이전처럼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다만 3~4기 설암 환자는 적어도 혀의 절반 이상, 많게는 전체를 제거하기 때문에 재건술을 하더라도 발음이 어색해지고 음식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김 교수는 “환자의 여명, 직업, 건강 상태에 따라 수술 이외의 치료를 먼저 선택하는 경우도 있으나 완치를 생각한다면 수술을 먼저 고려하는 게 좋다”고 했다.

설암을 예방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금연과 금주다. 특히 흡연은 설암의 위험을 두 배 이상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주의해야 한다. 본인에게 잘 맞지 않아 자극이 심한 보철물이나 의치는 바로 교체하고, 자극성이 강한 식단과 탄 음식은 삼가도록 한다. 또 적어도 연 1회는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통해 구강 내 이상을 확인하고 관리해야 한다.

■ 알아두면 도움되는 구강암 상식

구강암 의심 증상

● 구강 내 궤양이 2주 이상 지속할 때

● 입안에 하얗거나 붉은 병변 관찰

● 구강에 혹이 만져지고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움

● 이를 뽑은 뒤 상처가 잘 아물지 않을 때

● 턱 주위에 발생한 부기가 빠지지 않고 지속



예방법

● 금연·금주하기

● 철저한 구강 위생 관리

● 맞지 않는 보철물 교체하기

● 자극적인 음식 피하기

● 연 1회 이상 주기적인 치과 검진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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