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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국이 언제까지 저개발 식민지 취급을 받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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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피렌스 해외입양인]
수십년 동안 국가간 입양은 동화 속 이야기로 소비되었습니다. 가난한 나라의 불쌍한 아이들이 부자 나라에서 사랑 넘치는 보금자리를 찾는 이야기 말입니다. 입양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장밋빛 환상의 빛을 바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관점은 여전히 굳건하여, "국가간 입양을 다르게 다룰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선명한 답을 하는데 걸림돌이 됩니다.

바로 이 맥락으로 1960년대부터 20만 명의 한국 아이들이 미국과 수많은 유럽 국가로 입양되는 해외 입양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전쟁의 참혹한 피해라는 완벽한 명분으로 서양인이 운영하는 입양기관이 한국의 영유아를 해외로 대대적으로 추방하는 것을 방조하였습니다.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출산율 꼴찌 국가라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약 200명의 한국 어린이들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신의 문화, 국가, 가족과 헤어져 머나먼 타국에서 성장해야만 합니다.

아이들은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살게 될지 결정할 권한이 없습니다. 단지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진 삶을 약속받았을 뿐입니다. 이는 어떠한 형태의 보장이나 계약, '더 나은 기회'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는 막연한 구두 약속에 불과합니다.

놀라운 것은 한국 입양아동 대다수가 태어난 나라보다 평균 10.6년 이상 기대 수명이 낮은 미국에서 더 나은 삶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021년 자국내 총기 폭력으로 인해 18세 미만 어린이 36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미국은 전세계 총기 사망자 순위 9위로, 콜롬비아, 온두라스,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들만 미국을 앞섰습니다. 같은 통계에서 한국은 192위로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 아동이 해외로 입양되면 자동으로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가정은 빛바랜 신화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깊은 존경과 찬사를 받는 최첨단기술 사회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삶의 질과 안전, 복지가 개선되지 않는 국가로 아동을 보내려 합니다. 이 사실은 심각한 우려와 의문을 불러일으킵니다.

제가 입양인으로 살고 있는 유럽에서도 가족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부부가 늘어나면서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의료와 교육면에서 사회보장이 잘 되는 나라에서 출산율이 감소하는 이유는 자녀 양육에 드는 비용 때문이 아닙니다. 가족 구성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가족 구성이 입양아동을 원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임신을 미루다 결과적으로 난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 외에도 서구 사회에서 정당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동성 커플은 가장 규모가 크고 강력한 예비 입양부모 그룹입니다. 이들은 입양부모의 필요와 편의, 욕구를 중심으로 하는 예전 입양정책이 부활하기를 바랍니다. 어쨌거나 그들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다른 대안이 거의 없으니까요. 대부분의 서유럽 정치인들은 이러한 특정 집단이 아이를 가지려는 욕구의 과잉을 제재할 정치적 결단이 부족합니다. 동성애 혐오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보수 정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극단적인 종교 집단과 극도로 자유화된 입양 산업이 한국으로부터의 입양 수요를 뒷받침합니다. 리서치 기관 IBISWorld의 통계에 따르면 2015년 미국 입양 산업은 15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가장 큰 입양 기관들은 각각 평균 15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다음으로 제기되는 질문은 한국인들이 언제까지 한국의 아이들을 정치인의 선거 승리와 입양기관의 재정적 성공을 위한 협상 카드로 사용되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제국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미국인들은 한국을 자신들의 소원을 이루기 위한 꼭두각시로 이용하고, 자국의 정치와 종교 이데올로기를 자유롭게 들여와 아이들을 입양할 수 있는 저개발 식민지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아이들은 이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2007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이후, 저는 한국을 모국으로 다시 받아들였습니다. 현대 사회의 가열찬 요구에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속도로 적응하는 동시에, 따뜻하고 관대하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회복력이 뛰어난 국민들의 나라로요. 저는 한국이 현재 해외 입양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을 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이 모국의 경제적, 문화적 국제적 성공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이 나라에서 허용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한국 아이의 해외입양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 한국의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녀와 손자를 위해 현실적인 지식과 진취적인 통찰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400명에 가까운 덴마크, 벨기에, 네덜란드, 호주,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 캐나다, 프랑스, 미국의 한국인 입양인들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에 제출한 해외입양 과정에서 인권 침해 발생 여부에 대한 조사 요청에 참여해 한국 아동의 국제입양에 대한 베일을 벗기고 그 실체를 밝히는 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저는 엄청나게 운이 좋아 (저를) 빼앗겼던 친생가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 입양의 뒷이야기를 알게 된지 이제 17년이 됩니다.

제 양부모님은 10년 전 서로 몇 주 간격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이분들 역시 저의 입양과 관련한 거짓과 속임수로 저와 똑같이 권리를 침해당하셨습니다. 저는 사랑이 넘치고 자상한 양부모님들로부터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제가 하는 이 일을 지지할 것이라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프레시안

▲이 글을 쓴 영 피렌스 씨.ⓒ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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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영 피렌스 씨는 벨기에 거주하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입양인당사자 그룹 CAFE 대표를 맡고 있다. 2022년 9월, 283명의 해외입양인들이 진실화해위원회에 입양될 당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11월 15일, 12월9일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372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권위주의 시기에 한국에서 덴마크와 전세계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의 입양과정에서 인권 침해 여부와 그 과정에서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다행히 진실화해위는 12월 8일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6월 8일 추가로 237명에 대한 조사 개시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한국이 해외입양을 시작한지 68년만의 첫 정부 차원의 조사 결정이다. <프레시안>은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요청한 해외입양인들의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영 피렌스 해외입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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