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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8.5배 컵라면, 인기도 기획자 체중도 같이 불었네"[똑똑!스마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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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분 ‘점보도시락’ 만든 김대종·이진우 MD

다른 업체에 모두 거절당하고 찾아간 팔도

제조 공장 찾아 1년간 지방 출장도 수차례

시제품 맛본 팔도측 책임자도 고개 끄덕여

종합유통사 지향한다는 GS리테일의 전략

가까운 편의점 대신 GS25 찾을 이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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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령받고 나서 먹은 라면은 하루에 4개. 이후 연구 목적으로 시식한 세계 각국 라면의 종류도 450여 개에 달한다. 이 탓에 업무를 시작한 지 2년만에 체중도 10kg나 늘었다.

하지만 그럴 만한 보람은 있었다. 팔도 컵라면 ‘도시락’을 8.5배 크기로 키워 개발한 PB상품 ‘점보도시락’이 수일 만에 완판되며 인기를 끌면서다. 김대종 GS25 기획담당 MD와 이진우 운영담당 MD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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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분의 컵라면을 내자는 발상이 처음 나왔던 건 지난해 2월이다. 통상 라면은 빠르면 3개월 내에도 개발되지만 이번에는 출시까지 1년 3개월이 걸린 셈이다. 김대종 MD가 처음 떠올렸고 이진우 MD가 합세한 이 아이디어는 곧바로 사내 신상품 경진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라면 제조업체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국내에 없었던 이 같은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공정을 새로 설계하기엔 지나치게 모험적이라는 이유였다. 이에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찾아간 곳이 팔도였다.

‘도시락’의 사각 용기를 활용한 PB상품을 제안하기로 마음먹었지만 팔도를 설득하는 과정도 간단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전국 각지의 제조공장을 찾아 출장을 떠나야 했다. 대용량 용기와 면, 스프를 제조할 수 있는 업체를 각각 찾아 합쳐내야 했기 때문이다.

안전성이 가장 큰 문제였다. 2.2ℓ의 끓는 물을 담으면 그 무게는 3kg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용기가 휘어지거나 물이 새기 일수였다. 출렁거리고 휘어지지 않을 용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차례 제조 공장을 찾았다. 용기 제조업체 담당자에게 이진우 MD는 “7살 난 딸아이가 들어도 안전할 용기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소재도 일반 플라스틱 대신 폴리스티렌(PS)을 사용했다. 기존 도시락이 확대된 듯한 외관을 만들기 위해서다.

두 사람의 노력은 면발에도 숨었다. 단순히 면의 양만 8인분으로 늘린 게 아니다. 면발이 얇아 국물을 금세 흡수하는 기존 면은 사용할 수 없었다. 김대종 MD는 “8인분 컵라면의 특성상 오래 먹어도 불지 않도록 면에 사용되는 팜유와 반죽의 배합비를 세심하게 조절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테스트한 면의 종류만 해도 여섯 개다. 그러면서도 면발의 두께 차이는 0.1mm에 불과해 원형의 외관을 살렸다. 일반인이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제품 기획이 완성 단계에 다다르자 두 사람은 올해 2월 시제품을 들고 팔도 사무실을 다시 찾았다. 다른 제품과 비교해 빛을 못 보고 있던 팔도 도시락에 대한 마케팅 효과를 어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자 진심은 통했다. 시제품 맛을 본 팔도측 책임자도 고개를 끄덕인 순간이었다.

이후로는 GS25와 팔도가 제품 개발을 함께 마무리하며 출시 일정을 조율했다. 이진우 MD는 당초 목표했던 9월보다 출시를 앞당겨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6월부터 시작되는 휴가철 피크닉 장소에서 점보 도시락이 인기를 끌겠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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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택은 적중했다. 지난 5월 30일 출시된 점보도시락의 1차 물량인 5만 개는 3일 만에 사실상 완판됐다. GS리테일은 내주부터 생산량을 늘려 이벤트성 상품이 아닌 정상 발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경험을 살려 후속 제품 개발에도 나선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점보도시락은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종합 유통사를 지향한다는 GS리테일의 전략과도 맞아떨어졌다. 소비자는 SNS를 통해 이 같은 상품과 트렌드를 처음 접한다. 이후엔 모바일로 재고가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 제품을 산 뒤 온라인에 다시 후기를 올리게 된다. 편의성 위주의 온라인 소비와 차별화해 오프라인만의 재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GS25 점포만 제공할 수 있는 PB 상품은 이런 순환을 만드는 핵심 열쇠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근처의 다른 편의점을 찾는 대신 GS25 매장을 향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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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상품은 올해 초 이미 공개됐다. GS리테일이 편의점 가맹점주를 초청해 일년 간의 신제품 출시 계획과 트렌드를 소개하는 상품 설명회장에서다.

수많은 가맹점주들이 참석하는 자리인 만큼 상품의 기획 과정이 유출될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두 MD는 주저하지 않고 내놓았다. 자신들이 거친 1년이 넘는 개발 과정을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거라는 자신감이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가맹점주들 역시 올해 유행할 ‘히트’ 상품 1위로 점보도시락의 시제품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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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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