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방탄소년단 찬란했던 10년···'러브 유어셀프'는 이렇게 탄생했다[BTS 10주년 기획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경제


그룹 방탄소년단이 오는 13일로 데뷔 10주년을 맞는다. 지난 10년간 방탄소년단이 이뤄낸 성취는 케이팝이라는 장르가 탄생한 이래 가장 찬란한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케이팝 사상 최초, 최고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방탄소년단. 그들이 지난 10년 간 어떤 길을 걸어왔으며, 방탄소년단 이후 케이팝이 가야 할 길은 어디인지 2번의 기획을 통해 짚어본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초, 최고’의 빛나는 수식어···방탄소년단이 걸어온 길 = 방탄소년단은 케이팝 역사상 어떤 아티스트도 가지 못한 길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 기준 국내에서만 70개의 대상을 받았다. 빌보드에서는 2017년부터 꾸준히 수상하며 입지를 다졌다. 2017년 당시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은 방탄소년단은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목표는 빌보드 '핫 100' 차트에 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3년 뒤인 2020년 그들은 '다이너마이트'로 '핫 100' 차트에 들어가는 것을 넘어 영예의 1위를 거머쥐었다. 대한민국 아티스트 사상 최초다.

'핫 100' 차트는 미국을 기점으로 전 세계 대중음악의 척도와도 같은 차트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를 시작으로 '라이프 고즈 온', '버터', '새비지 러브', '퍼미션 투 댄스', '마이 유니버스' 등 대다수의 싱글 곡이 '핫 100' 1위에 올랐다. 지난 10년간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1위에 가장 많은 곡을 올린 아티스트라는 기록도 세웠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이라 불리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그래미 어워드'에서 모두 무대를 선보였으며, 웸블리 스타디움에서도 공연을 열고 12만 명의 팬을 만났다.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는 해외 아티스트로서는 최초로 세일즈 부문 토탈 랭킹에서 1위를 달성했다. '21세기 비틀즈'라는 찬사는 최초·최고 기록 연속 행진에서 나왔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브컬처' 케이팝을 주류 문화로 = 방탄소년단의 화려한 기록 중에서도 가장 혁명적인 것을 꼽는다면 미국 팝 위주의 세계 가요 시장에서 케이팝을 주류로 끌어올랐다는 점이다. 세계 가요의 메이저 장르는 '팝'이다. 주로 미국 팝을 일컫는다. 다른 국가의 '팝'에는 수식어가 붙는다. 한국의 가요는 '케이팝', 일본의 가요는 '제이팝' 같은 식이다. 영어 가사가 아닌 곡에는 '비영어권'이라는 수식어도 딸려 온다. 이렇듯 세계에서 케이팝은 그저 팝의 한 갈래로서 일부 팬덤에게 사랑받는 지극히 마이너한 장르로 인식돼 왔다. 방탄소년단이 바로 이러한 기존 질서를 뒤흔든 혁명적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일례로 2020년 당시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가 세상에 나왔을 때, 미국 내 한 주 스트리밍 횟수는 3390만 건, 음반 판매량은 30만 건에 달했다. 2017년 테일러 스위프트가 세운 기록을 3년 만에 가볍게 깨버렸다. 특정 팬덤만으로 일굴 수 없는 성취다. '전세계인이 따라 부르는 음악으로 우뚝 섰다'는 사실을 방탄소년단이 기록으로 증명한 셈이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뮤직 어워드 수상을 했던 2017년 당시 영국 BBC는 케이팝 시장의 역사를 조명하며,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승리’라고 표현했다. BBC는 "케이팝은 지난 1990년대에 생긴 장르로 매년 새로운 그룹을 배출시키며 전 세계 음악 시장으로 진출을 노리고 있다"며 "방탄소년단의 이번 수상은 오랜 시간 동안 미국 음악시장에 도전해 온 케이팝 장르 전체의 승리다"고 언급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케이팝에서 방탄소년단의 위상은 거의 독보적이다. 사실 지금까지 '케이팝'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우리나라 중심의 사고방식이었다. 외국에서 불러주는 게 아닌, 우리가 스스로 붙여준 명칭이었기 때문"이라며 "방탄소년단 이후로 케이팝은 우리가 부르는 게 아닌, 외국에서 부르는 지칭이 됐다"고 평가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브 유어셀프', 메시지가 힘을 갖기까지 = 그러나 방탄소년단이 데뷔때부터 슈퍼 스타였던 것은 아니다. 그들의 시작은 다른 기획사의 그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3년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으로 데뷔한 이들은 그해 신인상을 타며 차분히 계단식 성장 루트를 밟는가 싶더니, 2017년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를 기점으로 전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글로벌 가수로 성장하며 방탄소년단은 달랐다는 것을 입증했다. 무엇이 그들을 지금의 방탄소년단으로 만들었을까.

전문가들은 방탄소년단의 일관된 ‘메시지’에 주목한다. 멤버들은 데뷔곡 '노 모어 드림'때부터 대부분의 곡을 직접 썼다. '학교 시리즈'에서는 불안한 10대 청소년의 반항기를 표현했고, '화양연화'에서는 짙어진 20대 청춘의 감성을 성숙하게 그려냈다. 방탄소년단의 앨범을 차례대로 듣다 보면 이들의 성장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아티스트의 음악에 담긴 감정을 내재화하는 것.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은 방탄소년단의 음악에서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그들의 음악에 매료되고, 그들을 온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일회성으로 이런저런 콘셉트를 시도하다 대뜸 '러브 유어셀프'를 외쳤다면 아마 이 정도로 주목받진 못했을 것이다. '러브 유어셀프'는 정직한 성장을 통해 가공할 만한 폭발력을 내재화하는 단초가 됐다. 방탄소년단은 불안한 청춘과 사랑으로 괴로워하다 마침내 성장한 '깨달음'을 이 세상에 전파했다. 진심이 담긴 메시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선한 영향력'으로 뻗어 나갔다.

2018년 '제75차 유엔(UN) 총회'에서 특별 연사를 맡은 RM은 당시 '러브 유어셀프' 메시지를 강조했다. "당신이 누구이고 어디서 왔고 피부색이 무엇이든 간에,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신의 목소리를 내십시오"라고 말하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스피크 유어셀프(Speak yourself)'라는 해시태그가 전 세계로 퍼졌다. 인종차별, 폭력, 소수자 등 사회 문제에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국내 아이돌 그룹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결국 글로벌 팬덤이 있을 수 있는 이유는 '공감대'다. 젊은 세대가 겪는 소외감과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공감대를 크게 불러일으킨 것"이라며"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의 생각을 음악에 담는 아티스트적 면모가 글로벌 공감대를 가져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미'와 함께···차원이 다른 ‘소통’= 팬클럽 아미(ARMY)는 방탄소년단의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방탄소년단이 팬덤과 유대감을 쌓은 방식은 2010년대 당시로선 꽤 독특했다. SNS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사실1세대 아이돌은 물론 당시까지 아이돌 대부분은 정제된 소통을 지향했다. 잘 다듬은 편지글과 문자 메시지 등을 활용한 것이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은 달랐다. 방탄소년단이 선택한 SNS는 트위터였다. 현재 트위터는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주요 홍보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당시만해도 레거시 미디어라는 인식이 강했다. 방탄소년단은 멤버별로 말머리를 달고 각자 개성 있는 토막글로 팬들과 친밀감 있게 소통했다. 2012년 슈가의 '고믈리에' 트윗은 여전히 팬들에게 웃음을 주는 콘텐츠다.

세계적인 가수로 도약한 이후에도 이들의 소통 실험은 이어졌다.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온라인 수단을 활용해 팬들과 소통했다. 흔히 케이팝 아이돌 팬덤에서 나오는 우스갯소리인 ‘대스타 되더니 멀어졌다’는 말도 아미 사이에서 잘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 시기에도 방탄소년단은 '방방콘' 등 온라인 콘서트 문화를 주도하며 팬들과 만났다. 2021년에 열린 '방방콘21'은 동시 접속자 270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슈가는 2017년 기자간담회 당시 "SNS 하는 건 저희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진심을 담아서 하는 게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가식적으로 하는 건 소통이 아니다. 저희도 매우 즐겁게 한다. 그런 점이 저희를 모르는 분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 같다"고 했다. 팬의 진심을 얻기 위해 진심을 다해 다가서는 멤버들의 노력이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면서도 거대한 팬덤으로 성장한 ‘아미’를 만든 것이다.

허지영 기자 heol@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