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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460만원' 애플 MR 헤드셋에 들썩이는 삼성·LG…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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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비전 프로' 핵심 부품, 韓 전자업체 기술 대거 적용…"新 시장 확대 수혜 전망"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9년 만에 내놓은 애플의 새로운 디바이스이자 차세대 MR(혼합현실) 기기인 '비전 프로(Vision Pro·사진)'가 공개되자 국내 전자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애플 '비전 프로' 공급망에 삼성전기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만큼, 새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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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MR헤드셋 '비전 프로' [사진=애플]



10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애플 '비전 프로'의 외부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디스플레이는 5.99인치 OLED로, 향후 애플 차기 제품에 내부용 마이크로 OLED를 공급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현재 내부용 마이크로 OLED는 일본 소니가 공급 중이다. 마이크로 OLED는 실리콘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올레도스(OLEDoS, OLED on Silicon)'라고도 불린다. 마이크로 OLED가 주요 기업 제품에 상용화 된 것은 애플이 처음으로, LG디스플레이가 아이폰·아이패드 등에 디스플레이를 지속 공급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소니를 대체해 이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올레도스' 개발을 위해 SK하이닉스, LX세미콘과 협력하며 공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기업이 설계와 제작을 담당하고 LG디스플레이는 웨이퍼 위에 OLED를 올리고 컬러필터를 형성하는 식으로 협업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비교는 어려울 수 있으나 LG디스플레이의 '올레도스'도 소니만큼 품질력이 좋다고 인정 받고 있는 데다 애플이 공급망 다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소니의 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다"며 "'플레이스테이션'에 쓰이는 VR 헤드셋을 선보이고 있는 소니를 애플이 잠재적 경쟁사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LG디스플레이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삼성디스플레이도 '올레도스'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LG디스플레이에 비해선 대응이 다소 늦은 데다, 기술 수준이 아직 경쟁사들에 비해 높지 않다"며 "최근 2천900억원에 미국 마이크로 OLED 업체 이매진을 사들이며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경쟁사 따라잡기에 나선 만큼 향후에는 '비전 프로' 공급망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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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MR헤드셋 '비전 프로' [사진=애플]



LG이노텍은 '비전 프로'에 비행 시간 거리 측정(ToF·Time of Flight) 3차원(3D) 센싱 모듈을 공급한다. 2017년부터 3D 센싱 모듈을 개발·생산하며 애플 아이폰에 ToF 방식 3D 센싱 모듈을 납품하며 품질력을 인정 받은 덕분이다. ToF는 피사체에 광원을 쏜 후 되돌아오는 시간이나 변형 정도를 측정해서 거리, 입체감 등을 파악하는 부품으로, 애플이 ToF를 처음 탑재한 것은 2020년 '아이폰12'부터다.

업계 관계자는 "정밀 제조가 필요한 후면 카메라, ToF 등 애플의 고성능 광학 부품은 LG이노텍이 사실상 전담하고 있다"며 "LG이노텍은 고부가 부품에 집중하기 위해 '비전 프로'에 탑재되는 카메라 대신, 이번에 ToF만 담당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비전 프로'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M2'에 반도체 패키징 기판(FC-BGA)을 공급했다. '비전 프로'에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메인 연산기능을 수행하는 'M2' ▲카메라, 센서 등에서 받은 정보를 빠르게 구현하는 역할을 하는 'R1' 등 총 2개의 프로세서가 탑재됐는데, 업계에선 삼성전기의 중장기 공급 물량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전 프로'에 납품하는 삼성전기의 물량이 확대될 것 같다"며 "XR 시장 확대로 더 큰 수혜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애플 자체 개발 칩인 'M1' 때부터 반도체 패키징 기판을 공급하며 애플과 탄탄한 관계를 맺어 왔다"며 "향후에도 애플이 개발한 다른 칩에도 삼성전기의 반도체 패키징 기판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기술도 '비전 프로'에 녹아들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기존 'M2'와 이번에 새로 더한 'R1' 프로세서를 비전 프로에 동시 사용하면서 즉시 영상을 처리할 수 있는 상당히 수준 높은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며 "애플은 확장현실(XR) 개발 단계부터 SK하이닉스의 1Gb D램을 일부 고대역 변경해 R1 칩에 내장한 뒤 추가로 8GB 저전력 더블데이터레이트(LPDDR)를 실은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 외에도 '비전 프로'에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기술도 다수 포함돼 있다. 나무가, 세코닉스, 위지윅스튜디오, 엔피 등이 대표적으로, 나무가는 3D 카메라 모듈을 만들며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XR용 ToF 센싱모듈을 개발하고 있다. 세코닉스는 VR용 접안렌즈와 AR용 투사모듈 사업을 하고 있다. 위지윅스튜디오는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사로 컴퓨터그래픽(CG)·시각효과(VFX) 기술을 바탕으로 XR 영상기술 서비스를 제공한다. 엔피는 광고 콘텐츠 기획, 제작 솔루션 업체로 XR 콘텐츠 사업을 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카메라와 각종 센서의 대당 채택량이 스마트폰 대비 급증하기 때문에 시장 확대가 확대되면 부품업체 입장에서 추가적인 업사이드도 기대할 수 있다"며 "XR디바이스에 특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거나 XR디바이스향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업체는 향후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 따른 수혜 강도가 타 부품업체 대비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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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MR 헤드셋 '비전 프로' [사진=틱톡 jakekrol 캡처]



다만 일각에선 '비전 프로'의 다소 높은 가격과 적은 초기 출하량으로 애플의 예상보다 판매량이 많지 않아 국내 전자업체들의 매출 확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애플은 '비전 프로'의 목표 판매량을 90만 대로 잡은 반면, 시장에서는 실제 판매량은 20만~30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전 프로'의 가격은 3천499달러(약 456만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내년부터 '비전 프로'를 본격 양산한다고 하는데 신시장을 개척한다는 의미에선 기대가 되지만, 시장의 반응이 미온적이란 점에서 판매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IT 신제품 출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젊은 층에서도 '비전 프로'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는 점만 봐도 스마트폰을 이을 '게임 체인저'로 삼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전 프로'는 애플의 모든 기술이 집약된 제품으로 생산량은 내년 연말까지 약 30만 대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일부 개발자 중심의 구매가 예상되고 전체 출하 규모가 미미하기 때문에 국내 부품 업체 수혜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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