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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스타트UP] 수개월 걸리던 고객 피드백 분석, AI로 매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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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블루닷은 인공지능(AI) 기업이지만, AI 자체보다는 그 기술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지를 먼저 고민한다. 기업이 고객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고객 피드백(반응)을 모아 분석해주는 것이 우리의 사업이다. 이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AI도 버릴 수 있다.”


이동희 딥블루닷 대표는 “AI 기업으로서 우리만의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AI는 여러 서비스 도구 중 하나일 뿐”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딥블루닷은 고객 피드백 분석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싱클리’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수작업에 의존해 수개월의 시차가 존재했던 피드백 수집·분석 작업을 자동화해 기업이 고객의 요구를 빨리 파악하도록 돕는다.

이 대표는 윤관우 최고기술경영자(CTO), 금종수 엔지니어 리드와 함께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딥블루닷을 창업했다. 올해 초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와이콤비네이터의 배치 프로그램에 선정돼 최근 졸업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에어비앤비, 오픈AI, 센드버드 등을 키워낸 미국 최대 액셀러레이터(AC)다. 이 대표와 윤 CTO, 금 엔지니어는 앞서 창업한 AI 기반 SaaS 기업 ‘수아랩’을 2300억원에 해외에 매각한 바 있다.

딥블루닷은 기업가치 240억달러(약 31조원)인 ‘인스타카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달에 소프트뱅크벤처스와 500글로벌, 패스트벤처스, 김동신 센드버드 대표로부터 35억원의 초기투자를 받았다.

이동희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부를 졸업해 두산그룹 지주부문에서 일했다. 이후 AI 스타트업 수아랩에서 일하다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실리콘밸리 기업 클라우드플레어를 거쳐 딥블루닷을 창업했다. 이 대표를 지난달 경기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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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딥블루닷 대표. 이 대표는 AI 스타트업 수아랩 초기 멤버로, 6년 만에 2300억원 가치로 키워 해외에 매각했다. /성남=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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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랩 매각 후 두 번째 창업이다.

“수아랩은 2014년에 창업했는데 기업의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불량을 줄여주는 SaaS 기업이었다. 2019년에 코그넥스에 매각됐다. 국내 기술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례 중 최대 규모였다. 이후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선진화된 SaaS 회사들은 어떻게 사업하는지 배우고 싶어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라는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이를 토대로 공동 창업자들과 1년 동안 시장조사에 매진했고 지난해 딥블루닷을 창업하게 됐다.”

-수아랩 인수합병(M&A)과 클라우드플레어 인턴십 경험으로 무얼 얻었나.

“우리의 개발 역량에 대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수아랩 때 비슷한 분야에서 우리보다 딥러닝(심층학습) 기술을 3~4년 일찍 도입한 회사가 있었는데 우리가 1년도 안 돼서 기술력을 따라잡아 세계 최고 수준을 이뤘다. 이 기술력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글로벌을 선도하는 회사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글로벌 기업이 될 거라면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다. SaaS 시장은 나라마다 업무 방식이 꽤 다르기 때문에 국내 시장을 기준으로 제품을 만들면 시장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업 모델은 어떻게 정하게 됐나.

“클라우드플레어 인턴 경험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회사에서 영업전략을 관리하는 일을 했는데, 당시 느낀 것이 고객 피드백을 분석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이었다. 회사 내부에서는 고객들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매우 궁금해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은 마땅치 않았다.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영업사원이나 고객지원 담당자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제각기 다른 형태, 다른 방식으로 사내에 전달한다.

피드백이 한 달에 수천, 수만개씩 들어오기도 하는데 여러 채널에서 산발적으로 들어오니 내용을 정리하는 데에만 석 달이 걸리기도 했다. 분석 결과가 도출됐을 땐 이미 늦어버린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고객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있었다. 이를 AI로 해결해 피드백 분석을 매주 제공하는 것이 싱클리의 서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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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블루닷 한국 사무실이 입점해 있는 판교제2테크노밸리. /성남=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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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서비스를 소개해달라.

“제품 문의, 개선사항 건의 등 기업과 고객 간의 소통 내용을 분석해 제품·서비스에 대한 고객 반응을 주기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 작업을 한다. 하나는 다양한 채널에서 들어오는 피드백을 한 곳에서 관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AI를 통해 이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일반 소비자는 개인 소셜미디어(SNS) 등에 의견을 남기는 경우가 많은데, 피드백은 어떻게 모으나.

“이메일이나 챗봇 등 기업이 운영하는 고객 서비스 채널을 싱클리의 AI 서비스로 연동해 피드백 내용을 한데 모은다. 개인 SNS는 수집 대상이 아니다.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채널 안에서의 소통 내용만 모은다. 현재 싱클리를 이용하는 기업은 대부분 일반 소비재 기업이 아니라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테크기업이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소비자가 많아 피드백이 충분히 모인다.”

-생성형 AI는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나.

“현재 오픈AI의 GPT와 딥블루닷이 자체 개발한 피드백 특화 AI 모델을 함께 쓰고 있다. 전체 피드백 내용에서 무엇이 중요한 내용인지 가려내는 데 활용한다. 생성형 AI라고 하면 보통 백지상태에서 광고 메시지, 블로그 글 등을 만들어 주는 것을 먼저 떠올리는데, 고객 반응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정형화된 데이터로 정리하고 분석해 결론을 도출하는 데에도 쓸 수 있다.”

-향후 사업은 어떤 식으로 확장될 수 있나.

“지금은 기업과 고객 간의 소통 내용 중에서 고객의 요구사항을 도출하고 있는데, 같은 데이터를 활용해 회사 내부의 성과 분석도 가능하다. 지금은 고객의 말에 초점을 맞춰 분석하고 있는데, 고객서비스 담당자의 말에 초점을 맞춰 이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고객사 중 ‘워크스트림’은 고객 피드백 분석과 함께 내부 성과 분석 두 가지 서비스를 함께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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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콤비네이터 배치에 선정돼 졸업한 딥블루닷 창업 팀. 왼쪽부터 금종수 AI 엔지니어, 이동희 대표, 윤관우 CTO. /딥블루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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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콤비네이터 배치 프로그램에 선정되고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어떤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보나.

“AI 기술을 제품화하고 실제 사용 사례를 만들어 낸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생각한다. 딥블루닷은 기술 개발에 앞서 시장분석에만 1년을 썼다. 개발을 위한 개발보다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그에 맞게 기술을 개발하고 응용하는 것이 우리의 장점이라고 본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고객 가치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안 되면 AI도 버릴 수 있다. 우리는 고객이 어떤 가치를 느끼는가가 최우선이다. "

-그렇게 여기게 된 계기가 있나.

“수아랩의 한 대기업 고객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는 수아랩에서 AI를 쓰든 다른 기술을 쓰든 전혀 상관없다. 그저 공장 불량률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이 말이 크게 다가왔다. 그전에는 수아랩을 소개할 때 ‘AI 회사’라고 말했는데 그 후부터는 ‘불량률을 개선해 주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지금도 AI는 우리가 잘하는 것이니까 일단 사용하고 있는 것일 뿐, 궁극적으로 효용이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5억원의 투자금은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창업 초기인 만큼 팀을 꾸리고 AI를 고도화하는 데 쓸 예정이다. 고객사의 업종에 따라 분석해야 하는 고객 피드백도 제각기 유형이 다르다. 지금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피드백을 다룰 수 있는 일반화된 AI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앞서 수아랩에서도 잘했다고 평가받은 것이 디스플레이 불량과 스마트폰 불량이 다른데 이를 하나의 AI 알고리즘으로 다뤘다는 것이다. 같은 방향으로 기술을 고도화해 나가겠다.”

성남=이은영 기자(eun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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