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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데스크 칼럼] 무섭게 진화하는 AI, 인류에게 재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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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구글의 인공지능(AI) 연구팀 딥마인드는 지난 7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인간을 뛰어넘은 AI의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심층 강화 학습으로 훈련시킨 AI ‘알파데브’가 인간이 설계한 기존의 ‘정렬 알고리즘’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인 것이다. 알파데브를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C++’에 적용했더니 속도가 소규모 작업에서 최대 70%까지, 대규모 작업에서 1.7%가 빨라졌다.

정렬 알고리즘은 웹 검색 결과의 순위를 정하고 금융기관의 백엔드(사용자와 직접 상호작용하지 않는 프로세스로 존재하는 프로그램 단계) 시스템과 같은 데이터를 정렬하는데 사용된다. 딥마인드의 최고사업책임자인 콜린 머독은 “이번 연구성과는 더 적은 리소스(자원)로 동일한 컴퓨팅(연산)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지난달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소속 연구원들이 AI가 인간처럼 스스로 추론하며,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는 AGI(범용 인공지능) 초입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계란 9개와 노트북, 책, 유리병, 못을 안정적으로 쌓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AI에 명령하자, 바닥에 책을 놓고 계란 9개를 가로세로 3줄씩 늘어놓은 뒤 노트북을 올려놓으라는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 AI는 하루가 다르게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올 3월 미국 비영리단체 ‘삶의 미래 연구소(FLI)’는 “최첨단 AI 시스템의 개발을 일시 중단하자”면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등 1280명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AI 비관론자들은 AI가 내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전에서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사람의 음성을 복제해 사기에 악용하는 등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실전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자율조종 무기가 사용될 경우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도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챗GPT’가 몰고온 AI 열풍 속에서 저마다 규제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AI가 무서운 괴물이 되기 전에 인간의 통제하에 둘 수 있도록 규제와 법안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 7일(현지시각) 올해 가을 AI 규제에 관한 세계 첫 정상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국가, 선도적 기술 기업 및 연구자가 모여 AI의 위험을 평가하고 감시하기 위한 안전 조치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대니얼 허튼로커 미국 MIT 슈워츠먼컴퓨팅대학 초대 학장이 공동 집필한 저서 ‘AI 이후의 세계’에 따르면 “AI는 어디까지나 인간이 만들고 관리하는 대상”이다. AI를 어떤 분야에 어느 정도까지 투입할지는 인간이 결정할 수 있다. 일례로 정부의 중대한 활동은 AI 기반 시스템이 아닌 인간의 결정과 관리하에 둬야 한다. AI 시대에도 중대한 판단을 하는 주체는 기계가 아닌 인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적 AI 석학인 얀 르쿤 뉴욕대 교수는 지난달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겼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초인적 인공지능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상당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다수가 인류에게 파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르쿤 교수의 말처럼 자동차나 비행기가 처음 등장했을 때 우려했던 사고 위험은 사람들이 적절히 제어한다면 얼마든지 줄일 수 있었다. AI도 슬기롭게 이용한다면 우리에게 재앙과 같은 존재이기보단 혜택을 주는 기술로 거듭날 것이다.

설성인 IT부장(seo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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