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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선관위, 자녀 특채 의혹만 감사원 감사 받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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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바꿨지만, 전면 감사는 거부

감사원 “감사 범위는 우리가 결정”

조선일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9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선관위는 이날 회의에서 감사원 감사(직무감찰)를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2023.6.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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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한해 부분적으로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9일 결정했다. 지난 2일 선관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감사원 감사를 거부한 지 일주일 만에 스스로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나 선관위 업무 전반이 아닌 자녀 채용 특혜 의혹으로 감사 범위를 제한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면피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은 즉각 “감사 범위는 우리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선관위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고위직 간부 자녀의 특혜 채용 문제에 대해선 국민적 의혹이 너무나 크다”며 “의혹을 조속히 해소하고 당면한 총선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 이 문제에 관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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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9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열린 선관위원회의를 마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도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던 선관위는 여론이 나빠지자 이날 채용 의혹에 한해 감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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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선관위는 자신들이 ‘헌법상 독립기관’임을 재차 강조하면서 “정부 소속 감사원이 선관위 고유 직무에 대해 감사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아가 “헌법에 대한 최종 해석 권한을 가지고 있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여론에 밀려 감사원 감사를 일부 받기로 했지만, 우회적인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여권에서 제기하는 선관위원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지금 당장 그만두는 것이 능사인가”라며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했다. 이날 선관위는 자녀 채용 특혜 의혹으로 사퇴한 송봉섭 전 사무차장 후임으로 허철훈 서울 선관위 상임위원을 임명했다.

이 같은 선관위 결정에 대해 감사원은 “신속하게 감사팀을 구성해 감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감사 범위는 감사원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선관위의 ‘부분 감사’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또 “선관위가 감사를 수용했으므로 현재로서는 감사 거부 등과 관련한 수사 요청 계획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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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하경


국민의힘도 국회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적반하장” “헌법 도전”이라면서 비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자성도, 쇄신도 없는 ‘국민 무시’ 그 자체”라고 했고,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반쪽짜리 감사 수용으로 국민을 기만했다”고 했다.

이날 선관위가 부분적이나마 감사원 감사를 수용함에 따라 자녀 채용 특혜 의혹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감사원 감사,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조사, 국회 국정감사, 경찰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권익위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최근 7년간 선관위의 특혜 채용·승진과 부패 행위 등에 관해 대대적인 전수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권익위는 32명의 대규모 조사단을 구성했다. 다만 권익위는 강제조사권이 없어서 선관위 협조 범위 내에서만 조사할 수 있다. 감사원 직무 감찰이 개시되면 이 같은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선관위 간부가 채용 계획을 사전에 알려줬다는 사실이 추가적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이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신우용 제주선관위 상임위원은 2021년 9월 초 가족 모임에서 아들 A씨에게 경력 채용 정보를 공고가 나기 2주 전 미리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경력 채용에는 28명이 지원했고, 20명이 서류를 통과해 15명이 합격했다. 이후 신 상임위원과 함께 근무했던 ‘아빠 동료’들은 면접관으로 들어가 A씨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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