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 대사는 이 대표를 앉혀 놓고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한국에 보복하겠다는 것이다. 대사가 주재국을 향해 이렇게 무례하게 하는 나라는 중국 아니면 없다.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무례하고 폭력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에 대해선 더 그렇게 한다. 이 대표는 거기에 들러리가 됐다.
싱 대사는 그 자리를 빌려 시진핑을 우상화하는 발언까지 했다. “중국 국민은 일치단결해서 시진핑 주석의 지도하에 위대한 중국몽(中國夢)을 진행한다는 결심을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시 주석 지도하에 중국몽이란 위대한 꿈을 한결같이 이루려는 확고한 의지를 모르면 그저 탁상공론일 뿐”이라고도 했다. 제 나라 독재자에 대한 저급하고 유치한 아첨을 다른 나라 사람들 앞에서 태연히 하는 중국 대사도 놀랍지만, 그걸 그냥 듣고 있는 이 대표 모습도 보기에 힘들었다.
이 대표는 직전 대선에서 집권당 후보로 나섰고 지금은 압도적 과반 의석의 제1당 대표다. 그런 이 대표는 자신의 지위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은 가져야 한다. 특히 외국을 상대하는 장소에선 국민의 대표라는 생각도 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 대사가 ‘우리 편 안 들면 재미없다’는 협박을 하는데 듣고만 있는가. 공산당 일당 독재에다 인권이 없고 한 명이 종신 집권을 추구하는 중국이 자유민주 국가인 한국에 편을 들라고 위협하는 것은 폭력이다.
이 대표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로 한중이 협력하자는 말을 주로 했다고 한다. 중국 대사관저까지 찾아간 것도 오염수 문제를 정치적으로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는 정부를 공격하는 데 보탬이 된다면 우리 국격이 손상되고 중국 국장급 관리에게 훈계를 듣고 협박을 당해도 감수할 만하다는 입장인가. 그렇지 않으면 이 대표도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라면서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중국의) 그 꿈에 함께 할 것”이라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뜻을 같이하기 때문인가.
한국은 인구 5000만이 넘는 나라 중 소득 3만달러가 넘은 세계 7국 중 한 나라다. G20 회원국이고 언젠가 G8 회원국이 될 수도 있는 나라다. 그런 나라의 국민 입장에서 이 대표와 중국 대사의 만남은 참으로 불쾌한 장면이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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